친구들 생각에 사무칠 때가 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온 친구들 말이다. 먼 곳에 홀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친구들 생각이 날 때가 종종 있다. 첫 유럽 여행을 할 때 에펠탑을 보면서 엄마, 아빠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와 펍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난다. 친구들도 데려와서 한 잔 하면 참 좋을 텐데 하고 말이다. 놀러 오라고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으로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얼마 전, 한국에 잠시 가는 여자친구를 통해 부모님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 그 선물을 여자친구가 한국으로 가져갔고 그걸 친구가 받아서 집에 전달해주었다. 여자친구의 집 근처까지 운전해서 선물을 받고 주말에 서울로 올라와 나의 집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분명 귀찮을 일일 텐데 흔쾌히 해주었다. 잘 전달했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주니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물을 보낼 때 친구들에게 쓴 엽서 한 장을 같이 보냈는데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걸 읽은 몇은 눈물 좀 흘렸으면 좋겠다. 감동일 거야 아마두.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연출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는 훌륭한 친루들이 등장한다. 인형과 사랑에 빠진 라스를 위해 손가락질 하지 않고 비앙카를 사람처럼 대해준다. 라스가 상처 받지 않게 친절히 대해준다. 라스가 힘들어할 때 곁에 있어주면서 친구가 힘들어할 땐 옆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라스는 참 좋은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다.
나도 라스처럼 좋은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다. 무리한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며 힘들 땐 옆에서 위로해주고 좋은 일이 있을 땐 같이 기뻐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 때문에 항상 웃을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껴질 때가 많다. 라스를 보며 내 친구들을 생각했고 라스가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나도 좋은 친구들이 있다. 라스가 인복이 좋은 건 나와 같은 점이다.
친구들과 술잔 기울이던 일이 이렇게나 그리울 줄은 몰랐다. 대충 그립겠지 정도로 생각했던 건 오만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게를 들어 고기를 굽고, 잔이 비어지면 자연스레 술을 따르며 술잔을 부딪히고 단번에 목으로 넘기는 것까지 그립다. 이놈들은 나 없이도 지들 끼리 잘 하고 있더라. 아무튼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다 친구들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본다.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들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위로해주기 보다는 같이 기뻐해주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잔뜩 심각한 얼굴을 하고 술잔을 부딪히는 것 보다 입꼬리 내려가지 않게 웃으면서 술잔 세게 부딪히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건강 잘 챙겨라. 건강해야 슬플 수도, 행복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귀찮다고 운동 게을리 하지 말고.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으로 살자. 특히나 건강한 정신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좋은 것만 보고, 듣고, 경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