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떠올리며 몇 개의 문장을 생각하다가 모두 지웠다. 처절한 그리움이 담겨져 슬펐기 때문이다. 상황은 내 마음을 더 빈곤하게 만들고 이내 지치게 만든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이 그저 미울 따름이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건 이미 수 개월을 겪은 터라 놀랍지도 않다만, 지금은 약간 다르다. 아쉬움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은 목소리를 듣는 통화 뿐이고 네 뺨을 어루만지는 일은 한참이나 후에야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곳에 갇혀 매일 너를 떠올린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악몽은 꾸지 않는지와 같은 여러 궁금함이 허공을 맴돈다.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네 안부가 특히 그렇다. 말로만 듣는 괜찮다는 말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얼굴을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 상황도 여의치 않지만 그 만큼 네 상황도 쉽지 않다. 낯선 땅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간 너는 얼마나 실망이 클까. 나는 마무리를 지으려는 시점이지만 너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작은 방 안에 갇힌 너는 아마 많은 생각을 머리에 그릴 것이다. 너는 여태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으니 말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잠시 머리를 비웠으면 한다. 고향에서 머무르는 동안 만큼은 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인터뷰 준비에, 이것저것으로 인해 바쁠 테지만 그것들을 해치우는 시간 말고는 여유롭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돌아가서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면 될 일도 안 되기 마련이다. 당분간은 그냥 쉬자.
종종 통화를 하며 우리가 함께 갔던 곳을 다시 가고 싶다는 네 말이 슬프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지만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곧 들어가게 되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더 확신할 수 없다. 함께 걸었던 센강, 마레, 에펠탑, 더불어 런던의 많은 곳들까지 모두 그립다. 에펠탑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중이다. 내가 다시 이 땅을 밟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밟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너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이곳에 너무 많은 추억을 쌓아 두었다.
지금 지내는 집에서는 창문 밖으로 에펠탑이 크게 보인다. 하루에 100번도 넘게 에펠탑을 보는데, 볼 때마다 네가 에펠탑을 좋아하던 게 생각난다. 유학생활 중 처음 파리에 왔을 때 에펠탑을 보며 식사를 하고 싶다던 너의 말에 근처의 식당은 값이 비싸 고민했지만 결국 들어가서 밥을 먹으니 좋아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던 게 떠오른다. 파스타를 먹으면서 에펠탑을 기쁜 눈으로 바라보던 게 아직도 선하다. 에펠탑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난다. 너도 이걸 함께 봐야 하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 건강 잘 챙기자.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행복하게 지내자. 즐거운 일을 잔뜩 쌓아 두자. 아프지 않으면서 그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 해보기로 상상했던 것들 다 해치우면서 살자.
너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