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세상에 나온 지 한 달이 되었다. 100권 정도가 팔렸으니 생각보다 괜찮은 흐름이다. 사실 조금 더 욕심이 났지만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았다. 책이 워낙 못난 탓에 여기저기 알릴 수 없었다. 나를 대신해 책을 근사하게 포장된 말로 각자의 방식을 통해 알려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책을 좋게 봐주고, 좋은 책을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하루에도 수없이 이게 좋은 책인지 고민하는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좋은 걸까 라는 의문은 떨칠 수가 없다. 나 정말로 괜찮은 책을 낸 걸까.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과는 너무 다른데, 너무 형편 없는데.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문제를 지나왔다. 답은 찾지 못했다.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면서 써오다가 문득 돌아보니 어떻게 쓸 것인지 보다 무엇을 쓸 것인지 더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동안은 무엇을 쓸 것인지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어 쓰지 못하고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껍질은 겹이 계속 생기는데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세게 부딪히면 금이 생기고 금방 부서져버릴 것 같았다. 그런 때에 새 책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파리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한 달이 남은 시점에서 새 책 준비를 시작했다. 그동안 파리에서 썼던 글들을 훑었다. 몇 편을 골라내고 나니 분량이 턱없이 부족하여 한국에서 썼던 것도 훑었다. 그중에서도 몇 편을 골라내고 나니 한국에서 쓴 것과 파리에서 쓴 것을 반씩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편씩을 더 골라 각 25편으로 만든 후 1부는 한국에서 쓴 것, 2부는 파리에서 쓴 것으로 나누었다.
글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현재를 통과하는 데에 있어서 심심한 위로가 될 만한 것들이었다. 무엇에 대해 썼는지 보다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했다. 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위로 받길 바랐다. ‘그땐 그랬지.’라든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느끼는 것도 함께. 그게 가장 중요했다. 나같은 놈도 꿈꾸고 살고 있으니 그대들도 멈추지 말라고, 세상이 아무리 그대를 다그쳐도 넘어지지 말자고, 그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미천한 나도 저 멀리를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으니 그대들이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 진심이 당신들에게 닿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만들었어도 부족하기 때문에 잘 전달이 됐는지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매하고, 읽고, 좋다는 말을 전해주는 그대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 잘 읽었다고, 좋다며 앞으로도 좋은 글 써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다짐하게 된다. 다음 책은 반드시 더 나은 걸로 만들겠다고, 적은 사람이 읽더라도 읽는 몇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걱정이 산더미다. 책을 내고 나서는 후련했지만 다시 걱정이다. 또 나올 책과 취업, 먼 미래 계획까지 마음 편한 게 없다. 그래도 괜찮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Oasis의 Supersonic이 나를 더 큰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고민은 부시기 쉬운 벽이다. 벽에 부딪혀 주먹에 날 상처를 걱정하는 것만 지우면 된다. 그 걱정만 사라지면 벽을 부시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어쨌든 책이 나왔다.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