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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명국 Nov 13. 2015

생각보다 괜찮은 Apple Music

앱등이임을 숨기려고 제목 7번 바꿨지만 티가나

여러가지 이유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왠지 음질이 좋지 않을 듯한 우려도 있었고 월 통신비 및 인터넷 사용비 등등을 합치면 15만원 정도 지출되는 상황에서 음원 서비스까지 추가하기에는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멜론에서는 내가 원하는 오래된 rock음악이나 고등학교때 듣던 감미로운 thrash metal, 그리고 blues나 motown음악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해외 서비스는 냅스터처럼 언제 망할지 몰라 두려웠다.....


하지만 20기가가 넘는 MP3파일은 항상 휴대폰 용량이 부족할 때마다 삭제를 고민하게 되는 짐덩어리였다. 뭔가 대책을 세우고 싶었지만 그래도 음원 서비스가 대안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결국 오래된 MP3 플레이어도 꺼내보고 퇴물이 된 아이폰 4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불편한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컴퓨터에 연결하여 MP3파일을 넣고 꺼내는 것이 꽤나 불편했다. 더블데크에 카세트테잎을 넣고 턴테이블이나 CD플레이어, 혹은 또다른 카세트 테잎을 연결하여 녹음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대단히 부지런했던 것이 분명하다. 아니, 그 당시 인류는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인류보다 훨씬 활동적이었던 것인가.


[ 싱글 데크 카세트 레코더. 이거 말고 더블 데크 이미지가 필요한데 찾기 힘들다... ]


출근 후 급한 일을 마친 뒤 잠시 노닥거리다가 아주 우연히 Apple Music이 아직도 3개월 무료 서비스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아직 Apple Music의 국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해외 계정이 필요했지만 미국 계정은 아이폰 4 시절에 이미 만들어 두었던터라 쉽게 해결되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아이튠즈와 아이폰을 통해 Apple Music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30분 뒤, 업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난 살짝 침을 흘리면서 휴대폰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 머리를 쳐박고 그동안 사고싶었던 앨범들은 무차별적으로 '나의 음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마 누가 옆에서 지켜봤다면 꽤나 볼만했을거다. 마치 과자가게에 풀어놓은 초등학생마냥 주머니가 터져라 앨범들을 수집하는 즐거움은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어디보자..... 춘천 명곡사에서 빽판을 넘겨가며 고르던게 20여년 전이구나...



상당한 양의 음반 DB


Apple Music이 구비한 음원이 상당히 많다.(3천만 이상의 곡이 서비스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950년대 재즈부터 최신 힙합 음반까지 어지간한건 다 있다. 장난삼아 마이너한 앨범들 몇개를 검색해봤더니 10장 중 8장을 찾을 수 있었다.


[ 쉽게 찾기 힘든 앨범인데 있더라. Caldle Song을 들으면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


한국 음반들도 상당수 찾을 수 있다. AOA와 소녀시대, 버스커버스커, 이승철, 남진, 조용필, 시나위까지 시대와 장르를 막론한다. 물론 멜론과 같은 다양한 한국 가요 음원을 제공하지는 못하리라 생각되지만 주로 해외 음악을 듣고 가끔 소녀시대나 AOA의 영상을 보는 내 입장에서는 충분한 양이다. 그 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앨범들을 몰래 몰래 듣던 어둠의 경로에서 벗어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원하는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다. 토렌트를 이용하던 게이머가 스팀으로 갈아탄 바로 그 기분이다.


[ 남진 나훈아 베스트 앨범. Nirvana와 Soundgarden 동시 출격의 임팩트다. ]



예쁘장한 UI


Apple의 심플한 디자인은 Apple Music에도 적용되어 있다. 앨범 명과 뮤지션 이름 외에는 별거 없다. 검색하고, 선택하고, 듣고, 목록에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 두 단계의 클릭으로 이루어진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앨범이고, 집에 CD로 소장한 앨범인데도 Apple Music의 앨범 디자인은 또 뭔가 달라보인다. 더 원색적이라고 해야하나. 울긋 불긋, 검은 색은 깊이를 알 수 없도록 어둡고, 붉은 색은 더욱 강조되고, 흰 색은 눈이 시리게 맑고 밝다. 문외한이긴 하지만 플랫 디자인의 심플함과 아름다움은 Apple과 MS Office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듯 하다.

[ 노랗고, 검고, 희고, 붉다. 도드라진 색감이다 ]



놀랄만한 큐레이션 시스템


사실 UI와 DB만으로는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음원 사이트와의 경쟁에서 쉽사리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특히 Tidal, Spotify, Deezer 등  해외 음원 서비스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서비스 노하우와 디자인 노하우 등이 결집되어 신규 서비스인 Apple Music이 파고들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차별화 되는 점은 다름아닌 큐레이션 시스템이다.


기존 음원 서비스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 뮤지션의 음악을 큐레이션 하는 라디오 기능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Apple Music의 큐레이션은 선호하는 장르 및 뮤지션  뿐만 아니라 선호 음악과 동시대의 음악들, 특정 연도에 인기있었던 음악들, 특정 연대의 장르 음악들을 선보여 준다. 특정 장르의 인기곡들은 물론이거니와 뮤지션의 컴필레이션 앨범 (베스트 앨범...)을 'Intro to ~'라는 앨범 명으로 서비스해준다.


[ 요로케 요로케 Intro to Boston ]


[ 하다못해 일할 때 듣는 노동요 큐레이션 시스템까지 ]


자신이 이미 알고 있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처음 접해보는 음악을 들을 경우 상당히 유용한 큐레이션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재즈에 입문하고 싶은데 뭣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 경우나 혹은 Led Zeppelin의 Black Dog을 듣고 마음에 들어서 다른 곡을 듣고싶을 경우 말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몇 장의 앨범의 큐레이션을 선택하다 보면 수십, 수백곡이 연결되어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스타일의 음원들이 계속해서 플레이된다. 쉽게 말해 내 패턴을 분석해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이게 신기할 정도로 잘 들어 맞는다는 것이다.


시스템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비자의 음악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장르, 연도 등등으로 분류하고 이사람이 들을만한 노래들을 마치 SNS의 태그 검색하듯 주욱 나열하면 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아마도 음반 DB작성 시 꽤나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뭐 복잡한건 이정도까지만 하자. 결론은 내가 원하는 음악을 원없이, 쉽고 빠르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Apple Music 큐레이션 시스템의 장점이다.



걷다가 차타면 다시는 걷기 싫어진다


MP3파일을 넣고, 빼고, 다시 넣는 일련의 작업을 1~2주마다 한번씩 해왔다. 스마트폰 저장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MP3파일 관리는 Apple Music, 아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바로 해결된다. 신보나 찾기 어려운 앨범들도 검색 한번이면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원하는 음반 한장 사려고 중고 사이트 돌아다니다가, 부탁도 하다가 결국 힘빠져서 포기해버리던 그 수고를 덜어준다.


걷다가 차타면 다시는 걷기 싫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그 수고가 그립기도 할게다. 음원 서비스 이용으로 인해 이러한 재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별천지 세계를 뛰어다니며 노는 데 열중해야 겠다.


[ 기승전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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