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지난 겨울에는
아침도 밤 같기만 해서,
이른 아침 일터에 가는 친정엄마를 걱정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4월 이 봄날 여섯 시 삼십 분에 눈을 떠보면 이미 밝아있는 아침.
친정엄마의 걱정없이 시작하는 이 봄의 가볍디 가벼운 아침.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출근하는 길,
도로 옆 산을 보니 나무들이 모두 물기를 품고 한껏 부풀어 올랐다.
막 찬물에 씻어 채반에 건져 올린 세발나물 같이 여리고 부드러운 연둣빛 동산들.
부드럽게 산등성이를 쓰다듬으며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겨울, 참 추웠지?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일을 열심히 하다 온 몸에 땀이 흐르는데
창밖에서 부는 페퍼민트 같은 봄바람.
낮은 온도로 땀을 금방 날려 보내는 이 순간.
방금 양치를 한 것처럼 다시 뽀송해지는 일터의 늦은 오전 시간.
그래, 난 오후에도 열심히 땀 흘릴 수 있겠다.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4일과 9일에 어김없이 서는 장날,
프리지어를 포장 없이 파는 아주머니.
화려한 포장 없이 사는 꽃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꽃의 건강한 줄기를 내 주먹에 쥐고 퇴근하는 이 순간.
꽃을 든 나도 싱그럽게
꽃처럼 건강해 보일까?
첫눈처럼 반가웠던 봄 같은 첫 봄.
봄이 봄다워야 맞고
나도 나다워야 맞지.
모든 것이 그것인 대로 맞아떨어지는
오늘은,
진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