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장마 주의보다. 전국이 영향권 아래 있으므로 계속 일기예보를 주시한다. 특히나 올해는 기후가 작년과도 다르고 역대 전무했던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예측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아진다. 주말에 장마가 시작된다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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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꾸며논 놀이동산을 쫄딱 적시게 할수는 없으므로 그동안 접어놓고 한번도 쓰지 않았던 천막들을 꺼내서 둘러쳐 본다. 매년 대형 파라솔도 부러뜨리는 바람인데 이번 장마에 견뎌낼지는 두고보면 알것이다. (특히나 천막 지붕이 느슨하면 빗물이 고이면서 무게로 천막이 찌그러 지고 무너진다. 물이 급속도로 고일땐 칼로 지붕을 찢는 방법밖에 없다.)
이게 뭔일이냐? 그간 익숙했던 마당 놀이터에 여기저기 천막 벽들이 쳐지니 녀석들 당황해 난리가 났다. 좀만 있어봐라. 소나기 오는거 보고 나보고 해결해 달라고 냥냥대던거 내가 비와도 마당 나오게 해달라는 니들 원하는거 해주려는거다.
비가오자 두 녀석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인다. 첼양은 소나기 오는것을 처음 보는듯 하다. 마냥 신기해서 빗속을 뛰어 나가 천막을 밖에서 한바퀴 둘러보고 돌아온다. (고양이는 보통 물을 싫어해서 비맞는걸 끔찍히 싫어하는데 절대적인것은 아닌것 같다.) 밤새 천막안을 뛰어 다니고 비 바람에 휘청대는 천막과 물폭탄 소리에 흥분하고 신나한다. 처음 겪어보는 자연과의 캠핑놀이에서 비바람 속에서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두 녀석다 천막이나 비닐에 흥미를 보인다.)
결국 몰아치는 비바람에 이번에도 역시 파라솔이 부러져 나간다. 천막 지붕이 날라가는 파라솔에 긁혀서 찢어졋다. 두대의 대형천막이 줄로 매어둠에도 심하게 자리이동을 하는지라 녀석들도 놀라고 나도 대처하느라 긴장해 셋다 한잠도 못잔채 아침을 맞는다.
재난 상황임에도 녀석들에겐 생애 처음맞는 신나는 어드벤처 제대로 된 해적놀이 밤이다. 낮에 그렇게 나대더니 밤에도 여전히 지치지도 않고 비바람 소리에도 뛰어 다닌다. 특히나 첼양은 광적으로 하루종일 마당에 나가 놀고 싶어 한다. 탐군 처음 왔을때 딱 그대로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것도 있고 날라 다니는 온갖 곤충들 잡으러 다니느라 잠을 통 안잔다. (낮에 그늘막에서 조금씩 토막잠을 자는것 같다.) 밤에 나 잘때면 계속 침실문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낮엔 폭염때문에 새벽에 나가놀고 저녁때 뛰어 다니며 노는데 비바람이 몰아침에도 마당 천막안을 쉴세없이 두리번댄다.
해적놀이 정말 재밌지? 너거둘 뒤치닥꺼리 하는 나는 죽을맛인데.. 하루종일 놀고싶은 녀석들 따라 나도 덩달아 세시간 가량 잔다. 파라솔 부러지고 천막 지붕 찢긴걸로 일단 첫 장마 개시는 마무리 된듯 하다. 버팀도 측정결과 더 심해지지만 않으면 천막 철거는 안해도 되겠다.
아침에 부서진 파라솔과 천막 제자리 잡고서 뜨거운 욕탕물이 생각나 주말인지라 엄마집으로 가는데 깡통에 사료 조금과 미니 화장실을 들고서 첼양을 동반해 본다. 사상충 주사 잘못맞아 후유증에 갤갤대는 탐군은 츄르를 먹이니 시금치 먹은 뽀빠이가 되서 잠시 다시 살아난다. 좀더 지켜보고 대응방안을 강구중이다. 일단 쉬거라. (후유증이 심각해 사상충 예방주사는 앞으로도 더이상 안하기로 했다.)
첼양은 탐군과 성향이 반대다. 녀석은 낮선 엄마에게도 다가가 몸을 부비는 애교를 부리고 구석에 숨지도 않는다. 암컷과 수컷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탐군과는 완전 반대 성격이다. (아비종 특징이 개냥이로 대체적으로 그런 성향이라고 한다. 개처럼 산책도 가능하다란 말도 들었다. 대신 gr묘라 하는 이유와 반전이 있다.)
가방안에 들어가도 양양대지 않고 엄마집에 와도 마냥 신기한것이 정신없이 방마루를 돌아다닌다. 몇년째 만화책과 CD들로 정신없이 어지럽혀진 내방과 침실이 녀석에겐 더할 나위 없는 또 하나의 새로운 놀이동산 이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신경 안써도 되니 편하구나. 목욕하는걸 녀석이 쳐다봐도 아무렇지 않은건 종이 달라서다. (목욕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보여준다. 처음 목욕 할때 엑소시스트로 변신하는 모습을 본지라 이후 씻길 엄두를 못내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오늘은 녀석을 억지로라도 잠을 좀 재워야겠다. 앞으로 계속 비가오고 장마가 시작되는데 좁은 집안에서 셋이 북적댈거 걱정했는데 반대다. 폭풍이 부는데도 천막만 믿고 집안에 안 들어 오려고 하는것이 문제다.
지금의 놀이가 녀석들에겐 잠자는걸 잊을만큼 멋진 경험들일 것이다. 고양이로 태어난것이 형벌이 아닌지라.. 사료있고 놀수있는 공간만 있으면 인간들만큼 골치 아플일 없을것이다. 바라는건 한가지 건강하고 묘생에서 부디 멋진 추억만 남기를 바라노라. 너거들 골골송 보면서 행복감이 뭔지를 인간인 내가 보고 있노라.
https://youtu.be/HyWajWueH2w?si=9NzMZyVayj7XUa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