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노포의 장사법>을 읽고 쓰다
기록, 기억, 측정, 개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문인지 혹은 빨리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더라는 우리네 성정 탓인지, 길게는 수백 년간도 그 명맥을 이어가는 다른 나라의 가게들과는 달리 노포라 부를만한 가게들이 많지 않다. 고작 수십 년 된 노포들을 잘 기록하여 문서화한 노력은 더더욱 적을 테다.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잊혀지기 십상이다. 중간중간 짤막한 기사 정도나 존재하면 다행일 노포들을 찾아 부지런히 취재하고 기록한 책이라, 그 의미를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다. 어쩌면 이 인터뷰 이 기록 이 사진이 유일한 또는 마지막 기록이 될 수도 있겠거니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있자니, 노포 찬양의 정서 이면에서 드러나고 있는 책 내용 밖 개선점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정량화된 레시피 없이 손맛이라 불리고 구전으로 계승되는 맛의 비법과 비위생과 불친절이, 꽤나 자주 ‘정서’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기 마련이긴 하니까. 실제로 책에서 선정한 노포 중 하나인 을지면옥은 가격에 걸맞지 않은 무성의한 스뎅 그릇과 녹황색 계란 노른자로 비평의 대상이 된 곳이고, 역시나 이 책에 등장하는 대전의 어느 냉면집은 간장통에서 발견된 구더기 때문에 최근 꽤나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안다. 책에 등장한 내용은 아닐지언정, 불을 꺼뜨리지 않고 오랫동안 끓이며 재사용하는 족발집 육수가 부패하여 대장균이 검출되었더라는 기사도 떠오른다.
노포의 장사법과 스토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하려는 이 책의 시도에 의미를 둔다. 동시에 이런저런 역사와 미담과 정서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비과학 비위생 비계량적 면모 또한 기록하고 측정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남은 숙제일 테다. 뭐 이렇게 쓰긴 했지만, 책을 읽자니 등장한 노포에 앉아 맛난 음식을 푸짐하게 시켜두고 소주나 먹고 싶어 졌다. 노포 투어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