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겁이 없다가도 사소한 것에 겁을 먹는 사람
요즘에 운전을 하려고 덤벼 드릉드릉, 하다가 차를 사서 바로 연수를 들어가고, 여기저기 가려고 하니 주변에서 대뜸 그런다. 너는 진짜 겁이 없는 것 같다고. 흠, 사실 나는 겁이 매우 많은데. 왜 저렇게 생각할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보일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차선 변경은 어려운 때가 있는거지 무서운 적은 없는데, 좁은 길을 지나는데 차 궁뎅이들이 다른 길이로 튀어나와 있는 것, 내 옆에 바싹 붙는 버스, 차선을 걸치고 갈지말지 고민하는 택시, 이렇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긴장되게 하는 것들에 더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 이건 마치.. 귀신이 대놓고 나오는 영화보다는, 서서히 조여오는 (뭔가가 등장할 것 같은 그 분위기로 1시간을 끌고 가는) 그 시간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공포영화를 못 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겁도 없이 다이빙을 배우겠다고 체험 수업이고 뭐고 건너뛰고 바로 라이센스를 따러 혼자 제주행을 결정했던 그 때도 그랬다. 수영도 물도 익숙한 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없었고, 바다라고는 뷰를 보고 산책을 하는 곳으로 여겼던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그냥 어느 날 그렇게 하고싶단다고 휙, 하러 간다. 그리고 한다. 그 와중에 좌충우돌 우당탕탕은 기본 탑재고. 좀 헤매고 헛짓도 하고 어설퍼 버둥거리고 그러다가 몇 번 위기의 순간도 겪는다. 그렇게 혼자서 허둥거리는 시간을 견디고, 자주 좌절도 하고, 깊게 우울해 하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아하!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간다. 글씨도 그랬고, 다이빙도 그랬고.. 운전도 약간 그런 와중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워낙 스스로 방향을 찾아 마이 웨이를 만들어야 스스로에게 덜 실망하는 사람이라, 그 사이에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놓고 완벽주의는 절대 아니지만... 아마도 계속 좌절 중인 와중에는 더욱 그렇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록 좌절은 짙어지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라는 이름의 강 앞에 한번 건너갔다 온다. 영혼이 약간 반 정도는 건너갔다 오는 그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을 견디고 더 잘 해내기 위해 어떤 것은 얼른 잊어버리고, 작은 성취는 더 잘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애를 쓰다보면, 사소하고 자잘한 실수를 줄여 스스로 좌절할 틈새를 막으며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작은 성취를 점점 키우려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실수 없이 해 내는 시간들이 찾아온다.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다른 이에게도 말할 수 있는, 성취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렇게 찾은 순간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특별한 기억이 된다.
지금은 운전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또 일에서도, 사람 관계에서도. 모바일로 넘어가며 모든 것이 새로울 시절, 매일 새롭게 깨닫고 응용해가며 또 새로운 일과 사람에 적용하고, 계속 조금씩 성장해 왔던 것처럼...
어제 운전을 해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얼마나 혼잣말을 해댔는지 모른다. 행여나 스스로 주눅이 들어 돌아오지도 못하고 도로 위에 서 버릴까봐. 긴장을 줄이려고 얼마나 중얼거렸는지.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거야. 다들 혼자서 운전해. 다들 혼자서 운전할 줄 알아. 너만 혼자서 운전할 줄 몰라. 너도 할 수 있는거야. 겁 먹을 필요 없어. 무서워도 가 보자. 다 가 본 길이야."
그리고는 나가서 겁도 없이 밟을 때는 쭈우우욱 밟고, 자연스럽게 차선을 넘나다니며 목적지로 달려갔다.
나는 지금 내 안의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 정말로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
언젠가 이 모든 시간들이, 또 다른 나의 도전을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