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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Aug 21. 2022

겁이 없는데 겁이 많아요

밑도 끝도 없이 겁이 없다가도 사소한 것에 겁을 먹는 사람




요즘에 운전을 하려고 덤벼 드릉드릉, 하다가 차를 사서 바로 연수를 들어가고, 여기저기 가려고 하니 주변에서 대뜸 그런다. 너는 진짜 겁이 없는 것 같다고. 흠, 사실 나는 겁이 매우 많은데. 왜 저렇게 생각할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보일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차선 변경은 어려운 때가 있는거지 무서운 적은 없는데, 좁은 길을 지나는데 차 궁뎅이들이 다른 길이로 튀어나와 있는 것, 내 옆에 바싹 붙는 버스, 차선을 걸치고 갈지말지 고민하는 택시, 이렇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긴장되게 하는 것들에 더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 이건 마치.. 귀신이 대놓고 나오는 영화보다는, 서서히 조여오는 (뭔가가 등장할 것 같은 그 분위기로 1시간을 끌고 가는) 그 시간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공포영화를 못 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겁도 없이 다이빙을 배우겠다고 체험 수업이고 뭐고 건너뛰고 바로 라이센스를 따러 혼자 제주행을 결정했던 그 때도 그랬다. 수영도 물도 익숙한 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없었고, 바다라고는 뷰를 보고 산책을 하는 곳으로 여겼던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그냥 어느 날 그렇게 하고싶단다고 휙, 하러 간다. 그리고 한다. 그 와중에 좌충우돌 우당탕탕은 기본 탑재고. 좀 헤매고 헛짓도 하고 어설퍼 버둥거리고 그러다가 몇 번 위기의 순간도 겪는다. 그렇게 혼자서 허둥거리는 시간을 견디고, 자주 좌절도 하고, 깊게 우울해 하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아하!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간다. 글씨도 그랬고, 다이빙도 그랬고.. 운전도 약간 그런 와중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워낙 스스로 방향을 찾아 마이 웨이를 만들어야 스스로에게 덜 실망하는 사람이라, 그 사이에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놓고 완벽주의는 절대 아니지만... 아마도 계속 좌절 중인 와중에는 더욱 그렇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록 좌절은 짙어지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라는 이름의 강 앞에 한번 건너갔다 온다. 영혼이 약간 반 정도는 건너갔다 오는 그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을 견디고 더 잘 해내기 위해 어떤 것은 얼른 잊어버리고, 작은 성취는 더 잘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애를 쓰다보면, 사소하고 자잘한 실수를 줄여 스스로 좌절할 틈새를 막으며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작은 성취를 점점 키우려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실수 없이 해 내는 시간들이 찾아온다.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다른 이에게도 말할 수 있는, 성취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렇게 찾은 순간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특별한 기억이 된다. 



지금은 운전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또 일에서도, 사람 관계에서도. 모바일로 넘어가며 모든 것이 새로울 시절, 매일 새롭게 깨닫고 응용해가며 또 새로운 일과 사람에 적용하고, 계속 조금씩 성장해 왔던 것처럼... 



어제 운전을 해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얼마나 혼잣말을 해댔는지 모른다. 행여나 스스로 주눅이 들어 돌아오지도 못하고 도로 위에 서 버릴까봐. 긴장을 줄이려고 얼마나 중얼거렸는지.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거야. 다들 혼자서 운전해. 다들 혼자서 운전할 줄 알아. 너만 혼자서 운전할 줄 몰라. 너도 할 수 있는거야. 겁 먹을 필요 없어. 무서워도 가 보자. 다 가 본 길이야."


그리고는 나가서 겁도 없이 밟을 때는 쭈우우욱 밟고, 자연스럽게 차선을 넘나다니며 목적지로 달려갔다. 



나는 지금 내 안의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 정말로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 

언젠가 이 모든 시간들이, 또 다른 나의 도전을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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