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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뉴 Sep 27. 2016

떠나기 전에 느끼는 것들

내 옆의 당연한 존재는 당연하지 않다.

피부에 종종 뾰루지가 올라오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다음주 웨딩 촬영을 앞두고 평소보다 뾰루지에 민감해진 터라, 더 기분이 좋지 않은 요즘이다.

피부는 늘 괜찮다고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꼭 심술을 부린다.

뾰루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베개 커버도 꽤나 큰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뾰루지를 보면 베개 커버를 조금 더 자주 바꿔야지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또 잊는다.


어제는 연보라색이었던 나의 베개 커버가 연하늘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잠옷이 짧은 반팔과 반바지에서 긴팔과 긴바지로 바뀌면서 이불이 조금 도톰해졌다.

잘때는 없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머리맡에 물이 놓여있다.

화장실에는 수건,휴지,그리고 비누가 항상 채워져있다.

항상 출근할 때는 뽀송뽀송한 새 옷이 걸려있다.


연하늘색 커버로 바뀐 베개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6개월 후면 저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겠구나.


이제는 내가 혹은 남편이 베개 커버도 바꿔야하고, 이불도 계절에 따라 바꾸고 빨고, 물도 떠놓고, 수건도 개어두고, 휴지도 채워넣고, 비누도 바꿔주고, 빨래도 해야하는 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구나.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묵묵히 하시는 나의 엄마도, 아빠도 당연한 존재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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