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퍼스트 Feb 29. 2024

마흔에도 엄마가 필요하다.

아주 많이 필요하다.

아가시절 할머니와 유진이



“엄마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 나갈 준비할 때까지 누워만 있어!”

“알겠어. 신경 쓰지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 내심 걸렸다. 탕비실에서 슬쩍 나와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뚜르르 신호음만 한참 듣다가 끊었다. 아직 기차 타러 나가기까지 두어 시간 남았다. 전화를 안 받는 걸 보니 분명 집안일 삼매경인 게 분명하다.


엄마만 다녀가면 아이 옷장의 옷은 칼각으로 정리가 되어 있고 냉장고 안이며 세탁실이며 집안 구석구석이 반질반질해진다. 엄마 몸을 아끼라고 딸이 엄마 팔자 닮는다는데 엄마가 편하게 살아야 나도 편하게 살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줘봐도 소용이 없다.





직장어린이집은 방학이 없다. 대신 3일간 신학기 준비기간이 있다. 타 기관의 방학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여름과 겨울 두 번이기에 직장인 1년 휴가의 30%를 소진해야 커버할 수 있다. 이번 3일은 하루는 휴가를 쓰고 이틀은 엄마가 지방에서 올라와 도움을 주셨다.




드디어 등원을 하는 날이다. 현관에서 헤어짐이 길어졌다. 아이는 할머니를 꼭 끌어안고 뽀뽀도 여러 차례 했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아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가 가서 나 속상해..”

“엄마도 할머니가 가서 무지무지 속상해. 우리가 할머니 집으로 놀러 가자”



아이의 글썽이는 눈을 보니 나까지 글썽일 순 없어 덤덤한 척했다.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이제 20년 차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헤어지는 순간들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결혼을 앞두고 부모님과 셋이 일본 여행을 다녀왔던 때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엄마아빠를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모셔다 드렸다. 조심히 내려가라고 손을 흔들고 공항철도를 향해 걸어가며 세상 서글프게 울었다. 누가 보면 큰 이별이라도 한 것 마냥 말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엄마가 내려가실 때마다 기차역까지 동행했다. 힘들게 그럴 필요 없다고 엄마는 손사래 치셨지만 1분 1초라도 더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었다. 기차 타야 하는 시간이 되어 엄마와 팔짱을 풀 때마다 눈가가 촉촉했졌다.  


결혼했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친정에 다녀올 때마다 지하주차장에서 헤어질 때면 눈이 시큰해진다.  


이 정도면 마흔 인 내가 분리불안이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들쑤시던 그때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엄마였다.


‘청소하고 있었어.’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살 더 먹을수록 좋은 점도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