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시댁 식구들과 제주여행 중이었다. 습관적으로 메일을 체크하다 설레는 이메일을 발견했다.
한 출판사에서 예전에 브런치에 올려놨던 나의 글을 발견하시곤 출간 의뢰를 주셨다. 내 이름으로 책 출간하는 게 인생 목표 중 하나였는데, 이런 기회가 오다니. 설렜다는 말로는 나의 마음을 담기 부족했다. 그야말로 마음이 붕붕 떠다녔다.
8월 한 달간 편집자님의 가이드에 따라 약 40꼭지의 글감으로 목차를 구성하고 기획회의에 제출할 글 두 편을 썼다.
간단히 한 줄로 요약하니 쉬운 여정으로 보이지만, 이야깃거리를 40개를 찾아내 목차로 구성한다는 것이 참 어려웠다. 관련 서적들을 한 30여권 찾아서 목차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근처 도서관과 밀리의 서재를 통해 빌릴 수 있는 책들은 다 빌려서 발췌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반성하고 다짐한 게
하나 있다. 과거 나는 특정 책을 읽곤 ‘이런 책은 나도 쓰겠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할 수가 없다. 특정한 소재로 목차를 구성해 책 한 권 분량을 채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배웠기 때문이다. 실로 엄청난 분들이다.
8월 한 달은 덕분에 새벽 기상도 몇 차례하고 점심시간 샌드위치 투혼 하며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편집자님께 글 두편까지 보내드렸다. 설레고 떨리는 기다림의 몇일이 이어졌다.
어제 편집자님께 친절하고도 슬픈 답변을 받았다. 첫 부분에 약(글 실력에 대한 칭찬)을 살포시 발라주시고는 결론(책이라는 상품으로서 독자의 니즈를 해결하는 데 아직 충분하지 않다)을 담아주셨다. 그야말로 정중하고 따뜻한 거절의 메일이라 하었다. 글 많이 읽으시는 편집자님의 메일은 뭔가 다르긴 달랐다. (절대 지우지 말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거절의 메일을 띄울 때 이 바이브를 기억해야지)
기대가 컸기에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감사했다. 그간 글을 써본 적은 있어도 이야기거리를 찾아내 목차를 구성해보는건 또 다른 경험이었다.
이렇게 한 뼘 또 성장했다. 또 하나 감사한 것은 나를 흔들어주신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올해 목표를 적어뒀던 노트를 열었다. 그리고 아직 계획으로만 남아있던 목표들을 하나씩 도전해 보려한다. 출간 계약이라는 목표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도전의 씨앗으로 삼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