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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y 02. 2023

자괴감 다스리기

즐거운 감정일 때는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고, 힘들 때만 쓰게 된다. 평소 잘 먹고 잘 지내는 날도 많은데 의도치 않게 나의 우울하고 버거운 짐을 진 자아만 드러내게 된다. 오늘도 그러하다.


출근을 했는데 갑작스레 재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친정은 일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지 못하고 카페에서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일에서 자기 효능감을 얻어 삶의 원동력을 삼는 사람에게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날은 괴롭다. 심지어 루틴도 깨져서 페이스를 잃었다.


오전은 카페에서 일하고 오후는 집에서 해볼까 하고 왔는데, 아이가 울어서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도 멋지게 하고 아이도 멋지게 돌보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이 자괴감이 들었다. 업무 시간에 농땡이 피우는 사람이 된 자괴감까지 추가되었다.


아이가 잔다. 일을 마저 하려는데 이미 진이 빠졌다. 오늘 아침에 읽은 책의 내용을 따라 명상을 시도했다.


조용한 방에 앉아 작은 조명을 하나 켜두고 허리를 펴고 앉는다. 숨을 크게 쉬고 내쉰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잡아두지 않고 흘려보낸다. 발끝부터 종아리, 허벅지, 배, 심장, 팔, 목, 머리까지 의식하며 긴장을 내려놓았다. 머리에 압력이 줄어든 느낌이다.


다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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