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이 끝나고 복학을 위해 구한 자취방 근처에는 공동묘지 겸 공원이 있었다. 봄이면 벚꽃이 아름답게 피던 곳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그곳을 산책했다. 꽃을 두며 묵념을 하는 사람을 지나기도 했고 오열을 하는 사람을 지나기도 했으며 무덤 앞에서 등 돌린 채 한참을 서 있는 사람을 지나기도 했다. 가끔 숨 넘어갈 듯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생각했는데 산새 소리인 적도 있었고 산새 소리인 줄 알았는데 숨 죽여 우는 소리인 경우도 있었다.
산책의 반환점은 무연고자들이 비목碑木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들쭉날쭉 각기 다른 크기로 모여 있는 비목의 개수를 새다가 돌아섰다. 오늘은 하나도 늘지 않았구나. 오늘은 하나가 늘었구나 하면서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도 꽃을 두고 묵념을 하는 사람이 있던 날이 있었고 오열하는 사람이 있던 날이 있었으며 무덤 앞에서 등 돌린 채 한참을 서있는 사람이 있던 날이 있었다. 아무도 무연고자들 무덤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간간이 산새들만 그 위를 날아다녔다.
유튜브에서 무연고자 장례에 대한 영상을 봤다. 어떤 죽음이라도 죽는 순간은 고독하다. 그렇다고 죽음 이후에도 고독하게 두는 것은 잔인하다. 볼품없이 모아둔 무연고자들의 비목이 떠올랐다. 옹기종기 모여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