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 20년 만에 N차 관람 후의 감상
항공기 착륙하여 활주로 긁는 소린 줄 알았어
청각 예민한 관객은 오프닝부터 촉각 곤두섰어
거세게 찢기고 갈라지고 부서지고 망가질 거 같았어
아니나 다를까, 잠깐 멈춘 자동차에서 기름이 새고 있었어
기괴하게 흐린 날, 내리막길 달리던 차는 굉음 속에 부서졌지
불안하게 거세고, 불편하게 거칠던 소리는 짐작한 대로 복선이었어
J의 동공에 비친 그는 오랫동안 J를 외사랑 한 음악도였지
J가 사랑한 건 남편이었을까, 안나였을까, 자신이었을까, 그대였을까
병상에 누운 채 남편과 딸 장례식을 마주한 시선이 아프다
줄리엣 비노쉬는 눈빛과 바디랭귀지로 모든 걸 보여주더라
강력한 음악으로 청각과 시각, 그리고 촉각까지 곤두서게 할 수 있음을
슬픔도 이렇게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음을, 극적인 정수를 보여줄 수 있음을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은 지난하지, 자해하고 자학하며 자멸해 가면서
마음이 곱고 너그러운 사람일수록 더해, 때론 잔인해지기까지 하면서
슬프고 아름다운 리코더 선율이 마음을 사로잡고, 이어지는 선율 기다리게 해
음악도 극적이고, 장면 전환도 극적이며, 모든 인물들의 삶도 극적이야
그러고 보니 인생에서 극적이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단 한 번, 두 번은 오지 않는 단 한 번의 인생이잖아, 극적일 수밖에 없잖아
J에게 수영장은 쉼의 장소일까, 우울의 무덤일까, 애도의 장소일까
J에게 소리란 환청일까, 창조일까, 사랑일까, 상실일까, 음악일까, 자신일까
배우는 좋겠다, 젊은 날의 모습을 고이 간직할 수 있어서
영화 속의 줄리엣 비노쉬는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슬프도록 아름다웠어
블루와의 완벽한 조화라니, 블루의 정서를 가감 없이 온몸으로 표현하다니
영화 속 음악 찾아 듣고 싶어, 기존의 음악일까, 블루를 위한 새로운 창작곡일까
문득 블루톤 명화가 떠올랐어, 샤갈의 쓰리고 아픈 사랑이 드러난
벨라가 떠날 줄 알았다는 듯, 두려움 깔린 미래의 색 블루로 재현한 걸까
상심한 벨라를 마주한 채 푸른 바다에 거꾸로 잠겨있는 샤갈의 동공이 처연해
아내를 병으로 잃은 샤갈도, 사고로 남편을 잃은 J도 마음은 온통 딥블루
수면 위로 나올 수 있을까, 블루에서 다른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명화 감상을 마친 지금 여기 순간의 감정은 블루, 흐르는 건 오롯이 푸른 음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