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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Apr 30. 2023

생에 감사해

저도 감사해요!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by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을 하면 모두가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우리는 모두 약자야."  노희경, 「거짓말」, 1998




자신의 얼굴로, 자신의 몸으로 하는 것인데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작가가 써 준 것을 내가 연구함에 따라서 내 눈빛이 더 깊어질 것이고, 내 손이 하나라도 더 움직일 것입니다. 이것은 나 자신이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어제 할 때는 몰랐는데, 오늘 알아지면 어떤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보다 기쁩니다. 그 기쁨을 내가 멀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쁨을 자꾸만 맛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 기쁨은 누가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대사를 백 번도 더 읽습니다. 아까 했던 것과 지금 하는 것이 다르니까. 아흔아홉 번째 했을 때는 몰랐던 것을 백 번째 했을 때 느껴지는 것이 있으니까. 읽을수록 느껴지니까 대본을 계속 읽고 싶어 집니다. 잘 쓴 대본은 읽을수록 깊어집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때처럼, 건성으로 읽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김혜자, 「혜자에게」중에서.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연기의 달인들이지만 김혜자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만 집합시킨 채 연기 잔치한 드라마 같았고, 눈물 잔치 진하게 벌였으며, 네 이야기이고 내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등장인물 누구에게나 다 공감하고 감정이입하게 했던. <나의 아저씨> 이후 두 번째로 눈물 펑펑 쏟게 했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거기에서도 김혜자의 연기는 단연 탑이었다. 잊을 수가 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던.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벅찰 정도로.



책 속에서 아름다운 눈빛과 미소, 그리고 신들린 연기 장면들이 담긴 그녀의 모습을 보며 빨려 들듯 읽었다. 그녀는 지금 어떤 대본을 앞에 두고 백 번씩 읽고 외워가며 캐릭터를 분석하고 있을까. 그녀의 연기를 보고 싶다. 봉준호 감독의 콜을 다시 받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오늘 백상예술대상에서 박은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TV 대상을 수상했다. 조심스레 제2의 김혜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녀의 연기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어떤 캐릭터도 진지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소화해 내는 그녀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그 누구의 수상보다도 기뻤다. 그녀의 차기작을 기다린다.  



선배 연기자 김혜자는 박은빈이라는 후배 배우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녀의 작품을 찾아봤을까? 김혜자가 보는 박은빈이 문득 궁금해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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