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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Apr 30. 2023

라이스보이 슬립스

문득 집이 그리워질 때...

 지금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떠오르고 그가 그리워진다면 <라이스보이 슬립스>, 이 영화를 추천한다.


엄마 역할을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무난하게 소화해 낸 최승윤 배우와는 이 영화로 첫 만남을 가졌다. 안무가, 연출가로도 활약하고 있다니 그녀는 다 능력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그녀가 열연했던 엔딩 신에서는 내 속까지 후련해졌다. 영화 속에서는 그녀의 여러 번의 외침이 들리지 않았지만 내 귀엔 더 선명하게 들렸다. 오래도록 기억될 그녀의 명연기 장면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첩첩산중, 멀고도 가까운 마음의 거리를 보여주듯 감독은 오프닝과 엔딩을 한국의 산하로 잡았다. 캐나다 밴쿠버와 한국의 강원도 양양(외가가 있는 장소라고 감독이 언급했던)을 오가는 특별한 로드무비다. 16mm 필름 촬영이라니... 아마도 스크린 속 아름다운 영상이 내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될 듯싶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1990년부터 1999년까지의 스토리, 모든 게 낯선 캐나다로 어린 아들 동현과 함께 떠나야만 했던 소영의 이야기이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곳에 터를 잡고, 공장에서 일하며 동현을 키우지만, 녹록지 않은 생활은 여전했다. 공장에서 성적 희롱을 하는 남성에게 공개 경고하는 모습과 동현이 학교 정학을 받았을 때 당차게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지만, 이민자로서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 등으로 놀림당하는 아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엄마다.


1999년, 시간이 흐르며 동현은 청소년이 되고 이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더 편한 아이로 성장한다. 모자가 감정적으로 멀어지고 몸까지 아프기 시작하자 그간 잊고 지냈던 특별한 여행을 아들에게 제안한다. 


이 영화는 1994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한국계 캐나다인 앤소니 심 감독의 반자전적인 이야기라서 감동이 배가 되는 영화였다. 감독이 직접 각본과 제작, 편집, 배우로 참여했다. 


어제 GV에서 감독이 말했듯 “멋있고 강하면서도 복잡한 헌신적인 한국의 어머니들에 대한 헌사다”라고 밝힐 만큼 어머니를 향한 진심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좀 더 확장해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들 동현의 이야기이다.


엄마로 분한 최승윤 배우는 이 영화를 10번을 관람했다고 하는데 볼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영화라고 한다. 나 역시 한두 번 더 관람하고 싶을 만큼 힐링되는 영화다. 필름의 전체적인 정서가 관객을 위무해 주는 어떤 힘을 발현하고 있었다. 


영화가 계속 뿜어내고 있던 친숙한 정서를 서늘한 따뜻함이라고 해야 할까? 슬픈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정서를 건드리는데 그 정서를 한 가지 언어로 딱 규정할 수가 없다. 섞여있다. 하나의 정서가 100% 그대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몇 가지 정서가 내 속의 어떤 것과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이랄까? 


각설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아니 영화에 막 입문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영화다. 가족에 대해, 나의 뿌리에 대해, 내 정서에 대해, 내 내면아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영화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해도 무리가 없겠다 싶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4월에 영화 한 편을 꼭 관람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라이스보이 슬립스>를 보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이 영화는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세대 관객으로부터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토영화제 ‘2022 최고의 캐나다 영화’ 선정을 비롯해 캐나다 감독조합상, 토론토비평가협회 캐나다 작품상, 미국의 샌디에이고 아시안 영화제 작품상과 관객상, 글래스고 영화제 관객상, 아프리카 마라케시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최승윤, 충분히 수상할 만한 배우), 팜스프링스 영화제 젊은 영화인상 등 24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은 어제저녁 영화 관람 전 영화 리플릿을 보고 알게 됐다. 아무튼...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감동 역시 글로벌한 영화다. 


아역배우 황도현을 보면서는 옛날 옛적 꼬마신랑 김정훈이 떠올랐고, 이든 황을 보면서는 BTS의 지민이 오버랩되더라. 나만 그런가?


영화 관람 한 줄 평, "미나리 관람 후 느꼈던 감동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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