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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Apr 05. 2023

1935년, 광주극장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버텨내고 존재"한 사물의 "그림자들"

광주 여행 중, 꼭 찾아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광주극장'이었다.

복잡한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 문제가 걱정이 되었지만 극장 바로 옆에 임시 무료주차장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주차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주극장 앞에 섰을 때의 감동을 뭐라고 표현할까? 그저 순간 눈시울이 시큰했다.


광주극장은 국내 유일한 단관, 즉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춘 극장이다. 인천의 애관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바뀐 지 오래전이고, 서울 단성사는 폐관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은 한국 극장 역사에서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시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주극장 앞에 서 있노라니 그 공간이 무척 자랑스럽게 다가왔다.


70년대 후반 종로 일대에 위치한 피카디리, 단성사, 할리우드 극장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입장했던 시절이 순식간에 내 곁으로 찾아온 느낌이랄까?


아직 매표소가 존재하는 극장이었다. 매표소 여직원에게 광주 여행 중인데 영화를 관람할 시간은 없고 영화관 내부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니까 흔쾌히 둘러보라고 한다.


1,2층을 둘러보는데 <국도극장>과 <버텨내고 존재하기> 영화 속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고, 이렇게 클래시컬한 공간의 존재가 아직 버티고 존재하고 있다는데 깊은 감동이 밀려와서 가슴 설렘과 동시에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버텨내고 존재"한 사물의 "그림자들"


극장을 나와서 바로 옆 영화가 흐르는 골목에서의 시간은 또 어땠나? 와~~ 영화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이런 골목을 조성했다는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예매 중, 암표, 대한늬우스, 심야상영, 일반, 조조할인, 예매 중, 절찬상영 중, 도둑영화, 관람석, 근일개봉, 매진 등... 추억 돋는 단어들 앞에서의 가슴 뭉클함이라니.


시네필이 사랑한 감독과 그의 영화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에릭 로메르, 오즈 야스지로, 짐 자무쉬...


내가 사랑한 감독은 누구더라?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우디 알렌, 홍상수, 신카이 마코토...

내 인생의 영화는? 전망 좋은 방, 다가오는 것들, 보이후드, 4월 이야기,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플라워, 스트레이트 스토리...


그대가 사랑하는 감독은 누구이며 인생의 영화는 무엇인가?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버텨내고 존재하기)

이제 광주극장은 광주여행 중 늘 찾고 있는 애정공간 고전음악실 베토벤과 함께 저장목록에 담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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