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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Apr 05. 2023

국도극장

벌교, 책과 영화 속으로...

소설 태백산맥 속 벌교 금융조합

소설 태백산맥에서는 친일파가 척결되지 못한 이 땅의 비극이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여러 인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중 금융조합장 송기묵이라는 인물은 아래와 같이 묘사되고 있다.


"금융조합이라는 것이 결국은 돈 장사이고 보면 그의 이재(理財) 솜씨는 멋 부리는 것보다 한 수가 더 앞질러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송기묵은 금융조합장으로 탄탄한 재력가이기는 하나 은밀히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다루며 딸을 서울의 이화여대에까지 유학시키지만 결국 좌익들에게 죽고 마는 비극적 인물이다.


태백산맥 소설 속에 등장하기도 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이동휘의 연기가 잔잔하게 빛을 발했던 영화 《국도극장》의 촬영지라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2000년이었나? 태백산맥을 읽고 문학기행팀을 쫓아 벌교로 여행했던 추억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 조용히 문학관(2008/11 개관)부터 죽 훑으며 기행을 즐겼다. 함께 할 때는 놓치는 부분이 더러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혼자서는 궁금한 거 하나하나 챙겨가면서 보게 되니까 좋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를 부려도 좋고 말이다.

 

영화 <국도극장>의 외부촬영은 벌교 금융조합에서 내부촬영은 광주의 광주극장에서 촬영했다는데 광주극장에서의 감동은 추후에 다시 기록할 예정이다.


금융조합부터 시작해서 태백산맥 속 등장하는 장소를 모두 찾아보았다.

다시 금융조합으로 와서 그 앞 모리의 빵가게에서 갓 구운 빵을 구입하고 송광사로 향했던 추억을 떠올려보았다.

이동휘, 이상희, 이한위, 신신애의 연기는 가슴 먹먹하게 하는 애틋함이  느껴져서 다시 보고픈 영화 목록에 추가했다.

만년 고시생 역할에 적합한 인물 이동휘, 감독은 어쩜 기태 역할을 이동휘로 찜하고 시나리오를 썼는지도 모른다. 사법고시 폐지로 고시생이란 타이틀도 쓸 수 없게 된 기태는 반겨줄 이도, 반갑게 만나고 싶은 이도 없는 고향, 벌교로 돌아온다. 

그저 생계를 위해 재개봉관 국도극장에서 밤낮 술에 취해 사는 오 씨의 말동무가 되어주며 일들 돕는다. 자식을 위해 애쓰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엄마, 자신과 달리 하루를 알뜰하게 보내는 동창생 영은을 마주하며 기태는 다시 돌아온 고향이 싫지 않다. 기태는 속으로 생각한다.


'괜찮아요. 나의 지금이 그리 영화 같진 않더라도...'


국도극장이란 영화를 개봉한 후 상영해 주는 영화관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상영했던 영화관도 금방 막을 내리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영화를 보는 걸까? 이런 영화를 안 보고. 그러니 그렇게 빨리 내리지.


영화 국도극장과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벌교라는 도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지난 10월 말 벌교에서 뜨거운 뙤약볕 아래 산책했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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