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팔 걸 그랬는가.

넓고 얕은 내 경험에 대한 합리화

by 슈나

한 사람이 평생 밥만 먹고 살아서 쌀밥의 달인이 되었다고 칩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지을 줄 알고, 밥에서 올라오는 김만 봐도 잘 지어진 밥인지 평가할 수 있을 정도겠죠. 바로 외길 인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반대로 그의 친구는 식도락 여행을 사랑해서 국내/외의 맛있는 음식을 모두 먹으러 다녔습니다.

비록 한가지 음식을 제대로 만들줄은 모르지만 먹어본 게 있어 얼추 흉내낼 줄은 알고

다른 이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지 이런 채소는 이렇게도 요리에 활용되는지도 압니다.

전문성은 없지만 경험이 풍부한 사람.


매일 출퇴근 혹은 등하교를 하는데,


한 길만 다니는 사람이 나에겐 지루해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항상 그 길로 다니며 계절의 변화를 알고, 늘 만나는 나무와 친구가 되고, 힘들때마다 그길을 걸으며 위안을 받는다면...

늘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도

가끔 길을 잃고, 길이 막혀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기뻐하기도 한다면,

시간낭비나 무모한 짓이라 꾸짖을 수 만도 없습니다.

다 장단점이 있지요.


어렸을때는, 아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날 부러워하면서도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며 답답해 했던 게 사실입니다.

왜 저렇게 사무실에 갇혀서 지루하게 살고있나 싶었는데...

그들은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며 쟨 왜 저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사나 싶기도 했을겁니다.


길을 한번 잃었다고 여행을 망치지 않는것처럼

한번 뿐인 인생인데 이것저것 다 해보며 살자는게 제 신념이지만

될 수 있으면 길을 잃지않고 안정적으로 살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존중해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워킹 막차"까지는 아니지만 막차 바로 전 차? 라고 해야하나?

여기저기 좀 들렀다오느라 호주에 와 보니 워홀왕언니 나이때가 되어 있었습니다.

비자가 쉽게 나오기때문에 참고 참다가 마지막에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저보다 열살 가까이 어린 아이들(?!)도 정말 많아서 그들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여행 다닐때 언니 오빠들이 절 보던것처럼 부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난 나이드는걸 즐기고 있어! 라고 말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자리잡지 않는 한 한국에 돌아가면 재취업을 해야하는데,

계속 영어강사를 한다면 모를까, 이미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우리나라 사정상 늦어버렸죠.


난 평생직업에 대한 생각도 없고, 이것저것 경험하며 지루하지 않게 살고 싶었는데

이제와서 또 평생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분들이 부러워지는건 뭔지.

역시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한없이 부러워하며 사는 간사한 존재인가봅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살아온 이상 어쩔 수 없어요!

지 버릇 남 못 준다고...

이렇게 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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