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6일 일기
웬만하면 저는 거의 떠나는 사람이었습니다.
좋았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또 다른 모험을 하러 가는 입장이라
물론 헤어지는게 너무 아쉽고 고마웠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해서 슬픈 마음으로 발을 떼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해야 하기때문에 어찌됐든 추스리고 일어날 수 있었어요.
어차피 남아있는 사람들이야 뭐, 그냥 그대로 일상을 이어가면 되니까
떠나는 나만 슬프고 힘들 뿐이라고...
그러니까 난 더 씩씩하게 앞을 향해 달려야 한다고 생각 해 왔습니다.
당장 내 갈길도 있고 해내야 할 일들도 있기 때문에
허전하고 텅빈 마음이라기 보다는 내 손에 너무 많이 쥐고 있어서 더 이상 못 가지는 느낌...
새로운 걸 가지려면 들고 있던걸 내려놓아야 하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그랬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웬만한 외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던 때에 저는 도쿄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한국 대사관은 재입국 허가서를 받아 떠나려는 유학생들로 가득차서 새벽에 가도 몇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난리였고, 그만큼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떠났습니다. 한국인 친구들도. 그리고 하룻밤 자기가 무섭게 매일매일 외국인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났습니다.
케언즈에 있으면서도 많은 친구들을 보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어학원에서는 졸업하는 친구들을 위한 그룹사진을 찍곤해서
같은 반이 되어도 한두주 후에 어차피 헤어진다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네요.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고
처음부터 같이 들어와 석달을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유럽으로 돌아가거나 시드니로 가면서
나도 빨리 케언즈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오페어를 급하게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는 사람이 되어보니,
이건 그냥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드는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항상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 없게 되니까 한참동안 쥐고 있던 풍선을 놓쳐버린 느낌이랄까.
그동안 너무 꼭 쥐고 있어서 내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도 어색한데,
힘 빠진 손으로 뭘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는 텅 빈 허전함 같은.
떠나는 사람의 입장을 알기때문에 나만 서운하고 슬픈것 같은..약간은 억울함.
아직도 사람들과 헤어지는게 늘 마음 아픕니다.
게다가 우정이라면 몇년 후에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그게 타지에서의 사랑이라면......
입장에 따라 다른거지만
내가 떠날 땐 떠나는 사람이 더 힘들고
내가 남을 땐 남는 사람이 더 슬프네요.
두 마음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떠날 때 남는 사람을 생각하고, 남을 때 떠나는 사람을 응원해줄 법도 한데
세계는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지라
항상 세상에서 내가 가장 슬프고 내가 가장 힘들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