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호주에서의 일기
무엇을 위한 인생인가.
2013년 4월 15일
호스트대디는 틈만 나면 말씀하신다.
"넌 잘하고 있는거야. 계속 여행해야해! 결혼하면 끝이야! 결혼전, 젊을때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해!"
이 아저씨가...
가뜩이나 친구들 결혼소식, 득남 득녀 소식에 심란한데
자긴 부인도 있고 자식도 있고 집도 있으니까 누구 놀리나.....
내 나이 벌써 서른. 해 놓은 게 없다!!
심지어 만 나이로 살다보니 서른이란 게 실감도 안나고
여행하며 살다보니 재태크는 무슨..보험조차 아는것도 없다.
얼마전 한국에 있는 친구와 카톡을 하면서
우리가 그냥 평범하게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고 한국에서 쭉 살았다면
한사람하고 진득하게 연애도 했을거고 지금쯤 결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여기서 난 뭐하는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매번 떠돌다보니 놓친 인연도 있고, 장기연애도 불가능하고..
일년 모아서 홀딱 쓰고, 다시 모아서 다 써버리니 결혼 자금도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다시 돌아가도 이렇게 안 살거란 확신이 없다는거다.
대학교때 같은과 선배들이 전공을 살려 취업한다는게 대부분 무역회사였다.
나는 사무실에서 취업하려고 영어공부를 하는게 아니야!라면 나름 핑크빛 미래를 꿈꿨던거 같은데
이제와서 보면 호주에서 남의 애 보려고 영어공부를 했나 싶기도 하고..
이 상태로는 세계 어디서든지 살아남을 건 확신한다.
알바를 하면 되고, 해외 자원봉사를 해도 최소한 숙식은 제공되니까 내 한 몸 잠잘 곳과 먹을 건 구할 수 있다.
허나, 내 또래 친구들처럼 안정된 직장과 소박한 가정의 꿈은-그동안 나랑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거다.
게다가 문제는 노후대책. 이제 나도 뭔가 확실한 직장을 잡아야 해!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면 정착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도 모르겠다.
한번씩 이렇게 아주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가만히 떠올려보면 또 여행의 추억이 있어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았지 싶다.
만약 그대로 취업해서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면..
물론 월차를 내고 휴가를 받아 여행을 다녔을지 모르지만 장기체류는 꿈도 못 꿨을테니까..
친한 언니들이 많은데 비해 동생들이 별로 없는데,
언니들은 항상 나보고 어려서 좋겠다, 워홀 되는 나이라 부럽다 라 말해줘서 늘 내가 어린줄 알지만, 오 절대-
이제 타지에서 처음만나서 아무나 언니 오빠라 부르면 안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애를 볼때도 언니가 아닌 이모가 되는 나이..
그나마 몇 안되는 동생들은 자유로워보여서 멋지다-라는데 자유롭기만 하다.
나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는 걸 포기한 상태니까..
그리고 일단 내가 큰 돈을 버는데 관심이 없다.
이것저것 겪어오면서 재물운보단 인복이, 재산보단 건강이 최고라는 걸 뼈져리게 느껴와서 그렇기도 하고
워낙 경쟁심도 없어서 큰 성공을 하기엔 자질이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태국 파타야에서 한번, 인도 델리 밤길에서 한번, 말레이시아에서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번,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한번,
내가 정말 당장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후회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그것만해도 나름 잘 살아온게 아닌가 싶다.
꿈이 밥 먹여주나요?
죽기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무한동력, 주호민-
미래를 생각하면 조금 불안한게 사실이지만
그냥 하고싶은 걸 하며 살아야겠다.
이렇게 있다가 정착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 그 때 뭐 길이 있겠지.
적어도 만 서른 두살이 되었을때, 아..그때 워킹홀리데이 한번 해볼걸, 하는 후회는 안 할테니까..
죽을지도 모르는 입장이 되었을때, 아 그때 호주 한번 가볼걸, 하는 후회도 안 할테니까..
한국에 돌아갔을때, 아 그때 호주 안갔었으면 나 지금 멀쩡한 직장 취업했을 수도 있는데-라 할지 모르지만
하고나서 후회하는 게 안하고 후회하는것보단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