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종종 나이 듦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있다. 늘어나는 눈가의 주름, 과음을 하고 난 다음 날 오후 5시가 되도록 일상 복귀가 어려워진 체력, 변화를 받아들일 때 점점 커지는 두려움의 크기. 그럴수록 나이가 들어가는 걸 미뤄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데, '어른'이라는 단어는 왜 이렇게 낯설고 어색할까.
오랜 시간 일을 해온 벤(로버트 드니로)은 항상 한 발 뒤에 물러서서 현명하고 여유롭게 CEO 줄스(앤 헤서웨이)를 대한다. 젊은 직원들에게 역시 그러하다.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완벽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삶의 경험에서 녹아난 지혜로운 답변을 제시한다.
허나 그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었으니 인터넷과 최신 기술, 페이스북 가입하기 같은 것이랄까. 야근하는 본인을 기다리던 벤을 지켜보던 줄스는 피자와 맥주를 들고 짧은 대화들을 나누며 페이스북 가입하기를 돕는다. 그러면서 40년 동안 이 건물에서 일을 해온 벤, 그의 음악적 취향, 책, 영감을 받은 문장 등 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며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 어른과 어른다운 대화를 나눠서 즐거웠어요. 일 얘기도 아니고, 그런 얘기도 아닌..
- 무슨 뜻인지 알아요.
다 알겠다는 그의 미소에 평온해진 내 마음처럼 줄스 역시 그 대화 속에서 온전히 편안함을 느낀 게 아닐까. 영화 전반적으로 그러하다. 젊은 CEO와 나이 많은 인턴 벤의 왁자지껄한 회사 적응기가 아닌, 40년 경력을 가진 어른으로서 꼰대 같거나 무시보다 사람대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대하고 현명하게 일들을 풀어간다. 존경하는 인물로 줄스를 꼽으며 비즈니스를 하며 당신 같은 CEO를 못 봤다는 존중의 태도까지 보이며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정확하게 알진 못하겠다. 다만 나이 듦에 내 권위를 기대는 것이 아닌 내 경험을 녹여내 현명하게 대화를 이끌고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사람. 한 살, 두 살 해가 지날 때마다 늘어나는 주름뿐 아니라 지혜의 경험치도 내 나이에 새겨 넣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갔으면 한다.또 그러한 어른을 만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