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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이팅 Nov 07. 2020

영화 속 맥주 한 장면 - 03 아이 필 프리티

취객들한테 확인받을 필요가 없어요



영화 속에서 맥주는 때론 인물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3등석에 내려간 로즈가 잭과 신나게 놀며 쿨하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라던지. 뚱뚱 토르가 되어서도 손에서 늘 맥주를 놓지 않는다던지.


 <아이 필 프리티>에서도 맥주를 통해 르네(에이미 슈머)의 캐릭터를 알 수 있는데 여기선 다른 영화들과 달리 자신감 하나로 변한 그녀의 전과 후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출처 : 왓챠플레이 <아이 필 프리티>



영화 도입부. 르네는 술을 주문하는 것조차 어렵다. 보는 이가 더 답답할 정도이다. 자기에게만 늘 창피한 일이 일어나고, 세상에 늘씬하고 예쁜 애들은 참 많은데 내 뱃살과 외모는 변함이 없고. 항상 위축된 모습으로 거울을 보며 한숨을 내쉬던 그녀. 우연히 스피닝 사고 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한 마디로 "끝내주게!" 바뀐 거다. 사실 그녀의 외모는 변한 게 없었다. 그녀의 마음만 바뀌었을 뿐.


멋진 외모와 몸매로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녀는 걸음걸이에서부터 그 변화가 느껴진다. 본인에게 잘 맞아떨어지는 화사한 옷과 사람들을 대할 때 전과 다른 당당함, 업무를 처리할 땐 상대를 배려한 디테일까지.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모습은 귀여움을 넘어 본인의 일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와 멋짐까지 뿜어져 나온다.



출처 : 왓챠플레이 <아이 필 프리티>


- 가서 술 가져올게

- 이거 마실 자격은 있죠?

- 내 미모는 내가 알아요. 취객들한테 확인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렇다. 그녀는 확실히 달라졌다. 먼저 술을 주문하기도 하고, 깜짝 경연이 끝난 후엔 눈 앞에 놓인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기도 한다. 심사 결과가 어떤지 그건 중요치 않다. 본인의 매력을 후회 없이 뽐내고 돌아온 나 자신을 확인하고 왔을 뿐이다. 그 전의 르네뿐 아니라 우리 역시 상상치도 못했을 일이다.



영화 말미에서 본인의 외모가 바뀌지 않았음을 깨달은 르네는 이렇게 말한다.

- 마법이 아니었어. 둘 다 나였어. 내내 나였던 거야.




어린 소녀일 땐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넘치죠. 배가 나오든 춤을 추든 놀든, 엉덩이가 팬티를 먹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의심하게 돼요. 누군가 중요한 것들을 규정해주고 그 울타리에서 자라게 되죠. 그리고 수도 없이 자신을 의심하다가 결국은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려요. 갖고 있던 자존감과 믿음까지 모두.

그런 순간들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것보다 강했었다면요? 우리의 외모를 따지지 않았다면 혹은 목소리를 따지지 않았다면. 그 소녀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면요? 누군가 우리에게 부족하다면서 마르거나 예쁘다고 하지 않을 때.
우리가 현명하게 난 그것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매 해가 지날수록 나를 형성하는 말들이 늘어난다. '000라서 안돼' '~할 때니까 그렇게 해야만 해.'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듯 그 말들은 평온한 일상의 나를 흔들어버릴 때가 있다. 왜 그러지 못했을까. 뭐가 부족한 걸까? 그렇게 나의 부정적인 모습에 집착해 정말 멋지고 근사한 모습은 놓쳐버릴 때가 있다.


감정에 매몰되면 결국 나아지는 건 없기에 내가 생각한 해결책 중 하나는 이거였다. 출근길 아침마다 거울에 붙여둔 한 문구를 본다. 이 단어들의 조합이 뭐라고 처음엔 그 힘을 믿지 않았다. 하루하루 반복하다 보니 이젠 거울을 벗어나기 전 다시 돌아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는 오늘 내가 마음에 든다.(찡긋)



누구나 결핍을 갖고 살아간다. 외모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허나 이 결핍을 꽁꽁 숨겨두고 아닌 척 하기보다 내겐 이 결핍을 이겨낼 힘이 있어. 그런 내가 나는 오늘 마음에 들어.라고 생각하다 보니 전과 달리 단단한 축이 생긴 느낌이다. 그래. 나로 사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낄 때 비로소 작은 여백도 채울 여지가 생기기도 하니까.




왜냐면 나란 사람은 바로 나니까요.
나로 사는 게 자랑스러워요.
이게 우리예요. 얼마나 멋진 존재예요.

 영화 < I Feel PRETTY > 중에서




틀에 맞지도 않고 부족한 점도 있죠.

지만 나도 나로 살아가는 게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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