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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이팅 Jan 05. 2017

[제 16 잔] 컵라면이냐 vs 봉지라면이냐

어느 소심쟁이의 고민


2015.09.01-02

자전거 여행 20-21일 차






여행을 시작하고

3주 만에 호스텔을 찾았다.


사람과 만나 대화 하기도 싫었고,

자전거를 타기도,

심지어 내가 여행자인 것조차 싫었다.


그저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푹 쉬고 싶었다.



"당신의 방은 4층이에요"



방키를 건네던 직원의 말과 함께

자전거에 한가득 실려있던 패니어들이 떠올랐다.

어휴. 휴식은 물 건너갔다.


짐 옮기는데 체력을 쏟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어디 맛집을 찾기도 귀찮아

로테르담 여기저기를 뚜벅뚜벅 걸어 다니면서

호스텔에서 가까운 한 마트에 들렀다.


'어디 보자..'


한국에선 잘 찾지도 않던 음식이었는데

뜨끈 뜨끈 라면이 먹고 싶어 졌다.


발걸음 가볍게 라면 코너로 달려온 것과 달리

나는 한참 동안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저녁 해 먹기는 귀찮으니까 컵라면?

아니다 라면은 끓여먹는 게 제 맛이지!'


들었다 놨다를 10여 분간 반복하다

둘 중 하나는 비상식량이 될 것이라며

결국 두 개다 계산대에 올려뒀다.

저녁 식사에 곁들일 맥주까지.


'컵라면? 아니야.

어젠 비도 맞았으니까 끓여먹자.

그래. 오늘 저녁은 완벽해!'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목,

내 머릿속에선 이미 라면 한 그릇을 비운 상태였다.


바글바글-

호스텔 부엌에 모여있는 외국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커다란 냄비를 꺼내 들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물을 받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기껏해야 식빵에 쨈, 치즈

냄새나는 음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라면을 끓이면

이 구역의 냄새 강자가 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자로 다닐 때의 행색은

신경 쓰지도 않았으면서,

갑자기 냄새는 왜 그렇게 신경 쓰이던지..


그 순간 소심쟁이가 된 나는

결국 라면 끓이기는 포기하고,

비상용으로 챙겨두었던 컵라면을 뜯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불과 2초 만이었다.

뜨거운 물이 담긴 컵라면 뚜껑을 열자마자

오른손에 든 포크로 한 바퀴 휘젓기까지.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오랜만에 맡은 매운 향기에 나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어...?

이게 아닌데...


오늘 내 고민이 쓸데없는 순간이었다.




(ps. 라면은 컵라면 봉지라면 할 것 없이 다 똑같이 매운 냄새가 나더라고...)



심지어 신라면
4층까지 짐을 옮기는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이렇게 먹거리 한 가득 장 볼 곳이 많은데
결국 제 손으로 라면봉지를 쥐었다고 하지요.
맥주는 빠질 수 없구요. (Hertog jan : 네덜란드 맥주)
SPICY!!!! 라면!!!! 개봉 전 두구두구두구
콜록 콜록- 라면 하나로 기침 바이러스. 내가 이 구역의 최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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