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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감자 Nov 24.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질문을 남기고..

오랜만에 만난 인생 병맛 영화 ! <킹스맨>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극장에서 소리 내어 웃은 것도,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몸통을 앞으로 한껏 기울이고 본 것도,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음미하고 싶었던 것도 오랜만이었다. 보통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겠군.' 예측하고 대체로 정확히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정말 생각지 못한 순간, 그리고 어느 장면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때부터 나는 울기 시작했고, 더욱 황당한 것은 극장 내에 훌쩍이는 소리가 덩달아 들리더라는 것. 내가 울 줄 몰랐고, 더욱이 다같이 울 줄은 더 몰랐고. 극장 안의 이 상황을 연출한 감독이 괜히 대단하게 느껴졌고. 


<This is a Life> 엔딩곡을 들으며 정신을 차린 나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본 것들을 소화시키려고 내도록 자리에 앉아있다가, 혹여나 달아날까 조심조심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다이어리를 펼쳐 기억에 남는 대사를, 장면을, 생각을 꾹꾹 눌러썼다.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만사를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초월적 인생은 득템이 아니라 허무함, 무력감, 노잼이 돼버린다. 양귀자 소설 <모순> 의 엄마처럼, 인생에는 오히려 적절한 시련과 위기가 있어야 살 맛이 난다는 것.

  

    현재의 내가 최악의 나여서, 이루지 못한 꿈과 목표가 너무 많아서,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으로 충만하다니... 이런 발상의 전환! "You have so many goals you never finished, dreams you never followed. You are living your worst you."  


    삶을 관통하는 진리는 '친절' 그래서 '사랑'. "I know you are all afraid and confused."  


    돌이 되다니. 가장 저릿하고 뒷골 당기는 장면이었다. 그돌이 부러웠다. "Just be a rock."  


    특별히 잘난 사람, 유난히 못난 사람, 그리고 사람이 제일 존귀한 존재라는 믿음, 콧바람에 날아가버릴 농담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나이듦. "Every new discovery is just a reminder. We're all small & stupid."  


    한 줌의 시간, 내 숨의 시작과 끝인 이 한 줌의 시간을 나는 어찌 다룰텐가. "specks of time..."  


    공감의 공간이 사라진 소외와 외면으로부터 궁극의 악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본다. "I just want someone who sees what I see, feels what I feel."  


    대단하게 여겨지는 그 어떤 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가 뭔줄 알아?  "nothings... matter.."  


    nothing's serious, 삶(행복)의 비결은 사랑과 유머, 그러니까 친절과 긍정이야.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한 줌의 시간 속에서 나는 여기에 있을거야. 너와 함께. "Don't call me Evelyn. I am your mom."  


https://youtu.be/2X1sOTg-ivg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관람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메시지와 연결이 됐겠지 싶다. 비슷한 시기에 축이 같은 메시지들은 꼭 한꺼번에 몰려온다. 지구를,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미립자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내게 말했던 분을 시작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친절인듯하다.


감사하게도 영화를 본 후 (영화의 존재를 심지어 내게로부터 처음 들은) 친구와 만나 (일방적이었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눌 수 있었다. 다이어리에 던져졌고, 하지만 응답받지 못한 내 질문을 친구에게 떠넘겼다. 다른 사람들의 답변도 궁금해졌다.


Q.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인종, 성별, 국적, 재력, 인간 기원까지) 내가 희망하는 나의 최고 버전은 무엇인가?


여러분이 꿈꾸는 '최고 버전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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