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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필복감독 Feb 18. 2020

40대 아재의 베를린에서 한 달 살기

여행의 서막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일이었다.

베를린에서 한 달 살기.

 

유럽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영국을 좋아해 여러 차례 가봤지만 독일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던 곳이었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며 괜한 감상에 젖어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그런 곳이었고,

한국과 비슷한 분단국가였다가 동서냉전이 종식되는 날 장벽을 허무는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했던 나라였을 뿐이었다.


나치로 상징되는 독일 민족주의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독일인은 왠지 인종을 차별한다는 느낌도 있었고 딱딱 끊어지는 독어 특유의 느낌이 그들을 더욱 차갑게 보이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월드컵을 볼 때도 괜스레 독일보다는 상대국들을 응원하곤 했다.


요즘 베를린이 핫해


문화 예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IT(특히 게임)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얘기지만 그냥 흘려 들었다.

“뭐 그런가 보지. 언젠가 한번 시간 되면 가보려나.”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베를린에 유학을 간 조카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삼촌에게 인사를 하겠다고 찾아온 조카와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던 도중 이상하게 베를린에 끌렸다.

영어로 생활이 가능하고 물가가 싸다는 얘기에 혹했을까.


그래 인생 뭐 있나.

얼마 전 읽은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오늘이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다행히 하는 일이 영상업인지라 한 달 살기도 경험하고 여행 콘텐츠도 만들면 일석이조다.


막상 가겠다고 마음먹으니 독일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주 오래전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재밌게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시계 마니아로서 꿈꾸었던 독일 시계의 성지 글라슈테 마을 방문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베를린 필 관람까지.


생각해보니 독일이란 나라 자체는 큰 매력이 없었지만 세부적 요소들은 항상 버킷리스트에  있던 것들이었다.

마치 ‘헐리웃은 꼭 가고 싶지만 미국은 관심 없어.’ 이래 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틀에 박힌 삶을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꼰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선입견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이번 기회에 호연지기를 회복해보자.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베를린 한 달 살기 준비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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