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stone National Park(#04)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18)-6월 19일(목)

by N 변호사

2008-06-20 오후 1:54:11


오늘은 정말 늘어지게 자려고 하였다. 아이들은 일정이 있으나 나는 아무 일정도 없었다. 하루 종일 자고, 책보고, 마치 집에서 보내는 휴일처럼 탱자탱자하려고 했다.

새벽 3시 30분쯤 목이 타서 잠이 깼다.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로 가려는 순간, 옐로우스톤 공원 넓이가 과연 얼마만큼 되는 지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포기하고 잠자리로 갔어야 옳았다. 그런데 오늘 일정도 없겠다, 아침에 좀 더 자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거실에 있는 노트북으로 향하였다.

구글 검색을 했다. 약2백만 에이커라고 나왔다. 2백만 에이커가 내게 가르쳐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실감이 오지 않는 정보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한 영토와 비교하기로 하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남한만 말해서) 영토의 면적은 약 10만 평방킬로미터라고 하였다.

미궁에 빠졌다. 200만 에이커와 10만 평방킬로미터 중 누가 더 큰 것인지, 어느 정도의 비율인지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단위환산이라고 쳤다. 훌륭한 단위 환산 프로그램이 많았다. 에이커를 평방미터라고 변환해주는 것은 있었는데 에이커를 평방킬로미터라고 변환해주는 것은 없었다.


나는 1평방킬로미터는 1000평방미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재식이가 음주일지를 쓰면서 소주 3/2 병이라고 쓴 것을 소주 두병 반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계산을 해보니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결론이 나왔다. 옐로우스톤 공원이 남한의 면적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아니 우리나라가 아무리 분단조국이라서 영토가 작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옐로우스톤 공원보다 작다 말인가. 그것도 몇 배씩이나 작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 때부터 나의 악전고투는 시작되었다. 1평방킬로미터는 1000평방미터라는 잘못된 인식을 고치지 않고 (그것은 철저히 믿고) 옐로우스톤 공원의 면적에 대한 자료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그것을 인터넷의 다른 사이트들을 통하여 2중, 3중으로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곳은 옐로우스톤 공원의 면적을 헥타르 단위로 표시한 곳도 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환산해보아도 영락없이 옐로우스톤 공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게 나왔다. 나는 그 결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1시간 이상이 훌쩍 흘렀다. 수면 부족으로 눈이 따가웠다. 이게 무슨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고 침대로 올라갔다.

잠이 오겠는가. 원점부터 생각해보았다. 한국이 10만 평방킬로미터라는 것은 어떻게 나왔을까. 가로로 200km, 세로로 500km로 계산해보니 암산으로 해도 10만 평방킬로미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번에는 200km를 미터로 환산해보았다. 200km에 0을 세개 붙였다. 200000 이었다. 500km에 0을 세개 붙였다. 500000이었다. 0이 많아지니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단초는 잡았다.

벌떡 일어나서 다시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그렇다! 1평방킬로미터는 1000평방미터가 아니라 100만 평방미터였던 것이다.

이젠 모든 의문이 풀렸다. 옐로우스톤 공원지역은 1만 평방킬로미터 정도였다. 남한 면적의 10분의 1이었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적었다. 그러나 내부를 도는 길을 따라다니면, 그 길의 거리가 상당하므로 예사로 10시간 운전 거리가 나온 것이다.

벌써 시간이 5시 30분이 되었다.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 때서야 다시 침대로 들어 가서 잠을 청했다. 1시간 반 정도 새우잠을 잤다.

아침에 가족 모두 호텔 내의 그 아기자기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아내는 아이들은 데리고 fishing을 하는 곳으로 갔다.

나는 그 때까지 샤워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아이들로부터 중국인 같다는 비난까지 들으면서도 샤워도 하지 않고 식사를 한 이유는, 다시 자기 위해서였다.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는가.

그러나 빨래가 좀 남아 있었다. 어제 아이들이 록 클라이밍을 하면서 입었던 옷과 내가 어제 입었던 옷 등이었다.

빨래가 하고 싶어졌다. 새로 나타난 그 기계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한줌 밖에 되지 않는 빨래를 가지고 세탁실로 갔다.

그 기계는 암수한몸처럼 세탁기와 건조기가 붙어 있는 것이었다. 하체는 세탁기, 상체는 건조기였다.

동전 투입구는 같은데 세탁기는 1달러 75센트, 건조기는 1달러 50센트였고, 마지막 순간에 스타트 버튼을 어디로 누르냐에 따라서 세탁기와 건조기 작동의 운명이 갈렸다.

세제는 이번에는 액체였다. 아내가 얼마 전에 이곳 슈퍼에 들러서 사 놓은 것이었다. 아내의 지령대로 세제통 뚜껑을 열고 그 뚜껑 안에 가득 차게 부은 다음 세탁기 안에 액체 세제를 부어 넣게 되어 있는 구멍으로 조심스럽게 부어 넣었다.

빨래의 종류를 white로 선택하고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돌아갔다. 이 세탁기는 잔여시간이 디지털로 나왔다. 지난 번 처럼 무한정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곳 세탁실은 화장실도 있는 등, 여러가지 시설이 쾌적하였으나 의자가 없었고 다만 세탁물을 갤 수 있는 큰 탁자 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 탁자에 기대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조금 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그 엄마가 세탁물을 들고 그리로 들어왔다. 그 모녀도 그 세탁기는 처음 보는 것인지, 한참을 이모조모 노려보면서 연구하더니 드디어 작동방법을 알아내고 세탁을 시작하였다. 나에게 물어봤으면 아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세탁이 시작되자 마자 딸은 벽에 등을 대고 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엄마는 나 처럼 탁자에 기대서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미국인들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학물을 먹은 정도가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짬이 날 때마다 멍하게 있지 않고 책을 읽는다. 그 책이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세탁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어제 우리가 나가면서 두고 간 팁을 이곳 방을 청소하는 maid가 가져가지 않았었다. 보통의 경우보다 조금 많이 두었더니 팁이 아닌 줄 알았는 모양이다.

나는 방을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예전에는 흑인이 궂은 일을 하였는데 요즈음은 멕시칸이 대부분 그 일을 맡고 있다. 이곳은 인도계통의 여자들이 그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어제치까지 한꺼번에 놓아두면서 쪽지를 써 놓았다. “이것은 당신을 위한 감사의 표시이니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취지로. (This is a tip in gratitude for you. Please take it. Thank you.)

방에 돌아왔더니 청소가 되어 있었고, 돈과 쪽지도 사라져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자려고 하다가 이제 자면 오늘 밤에 잠을 설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샤워를 하였다.

샤워 중에 아내가 돌아왔다. 아이들을 fishing 장소에 놓아두고 Grocery 가게에 들러서 내일 운전할 때 먹을 것 등을 사왔다고 한다. 밑반찬도 다 떨어져서 밥과 같이 먹을 소시지 등도 사왔다고 한다.

아내는, Fishing 장소까지 아이들을 pick up 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였다. 혼자 좀 쉬고 싶었으나 Fishing 장소까지 가는 곳의 경치가 좋고 Fishing 장소가 골프 클럽인데 근처 집들이 아름답다고 해서 같이 갔다.

과연 가는 길의 경치도 좋았고 골프장 근처의 집들도 아름다웠으며 골프장도 조경이 잘 되어 있었다.

이곳의 집값에 대해서 광고가 나온 것을 보았는데 이런 시골 구석에서 집값이 웬만하면 백만 달러부터 시작한다. 골프장의 그린피도 180달러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준이다.

미국에서 늘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중 또 하나가 교외의 한적한 곳에 좋은 집들이 많다는 것이다. 도심 한 가운데하고는 한참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 헬리콥터를 타고 출근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모두 은퇴한 사람들이 사는 것도 아닐텐데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의 집값이 비싼 이유는 이곳의 집들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뜻인데 아무리 주변경치가 좋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이런 곳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 것인지, 직업이 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을 픽업한 후, 중국식당 부페에 갔다.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만큼 먹는 부페이다. 중국음식을 좋아하는지라 실컷 먹었다.

아이들은 호텔로 돌아와서 낮잠을 자고, 아내는 내가 오늘 Staplers에 들러 사온 공책에 날짜별로 영수증을 풀로 붙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나는 방을 깨끗이 정리한 후 밀린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 호텔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아까 오전에 로비와 식당을 카메라로 찍었다. 전혀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시골의 Inn이지만, 따라서, Bar도 없고, 부대시설도 아무 것도 없지만, 매우 예술적인 곳이다.

아이들은 5시부터 7시부터 예약해 놓은 horse riding을 하러 가고, 나는 커피를 마시고 졸음을 좇으면서 이 일기를 쓰고 있다.

Horse riding을 마친 아내와 아이들을 멕시칸 음식을 먹으러 갔고, 나는 아내가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기 전에 해 준 우동을 먹고 계속해서 일기를 썼다.

조금 전 9시쯤 아내와 아이들이 옷에 기괴한 냄새를 풍기면서 돌아왔다. 멕시코 음식 냄새란다.

석휘는 말을 타면서 입었던 자기 옷과 석윤이 옷을 세탁하러 세탁실로 가고, 석윤이와 나는 호텔의 포터들이 쓰는, 기둥이 네곳에 달려 있는 밀차를 이용하여 방에 있는 짐들을 자동차에 옮겨 놓았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날 것인데 아침 일찍부터 무거운 짐들을 옮기느라 다른 투숙객들을 방해하기 싫어서이다.

이 밀차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석윤이로부터 나왔다. “왜, 저걸 우리가 직접 이용하면 안되는 거야”라는 한마디에 우리는 편해졌다. 이 번 여행에 석윤이의 침착함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지금 시간은 이곳 시간으로 밤 11시가 되어가고 있다. 캔맥주를 한 개 마시고, 두 개를 따기 직전에 이 일기를 마친다.

아내는 30분 전부터 양말 한 짝을 찾느라고 부산스럽게 군다. 여행 중에 양말 두켤레를 가지고 와서 매일 욕실에서 한 켤레씩 교대로 빨고 있다. 그렇게 빤 양말이 덜 말라서 그 다음날 차를 움직일 때 차의 콘솔 박스 천장 위,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놓아둔다. 그렇게 매일 씻어주고, 볕이 잘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키워 주던 애지중지 하던 양말 한쪽이 사라진 것이다. 부디 찾길 바란다.

이 방이, 이 Inn이 너무 좋은데 이렇게 떠나기가 아쉽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콜로라도의 Rocky Mountain National Park으로 떠난다.



이기*


2008-06-26 오후 11:41:35


남변호사님이 국립공원 면적 산정에 대하여 고통(?)을 겪은 만큼 나는 국민학교(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이런 유(類) 또는 숫자에 대한 유사한 고통을 겪은 사람이다.

경우는 약간 다르겠지만 1980년에 한국토지공사에 입사하도록 까지 셈법으로 고생을 하였는데, 입사 전까지는 수학을 잘 못하니 시험을 못 보면 그만인데, 입사 후 매일 엄청난 숫자를 다루는 자리에 앉아 있어 매일 고생이 많았다.

당시 전두환정권에 의해,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비업무용부동산을 처리하는 부서에서 매일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판정결과를 숫자로 청와대까지 보고 되는 상황이라서 실무자인 나에게는 소수점까지 부동산 면적과 금액 계산을 하는 터이었다. (주산도 26세가 되어 간신히 깨우쳤다)

워낙 큰 덩어리의 면적(거의 1억평 정도)과 어마어마한 금액의 부동산(조단위)에 대한 계수 작업이 일과인 지라 나는 매일 감각 없이 숫자에 시달리었다. 감각이 없으면 시달릴 것도 없지만 쓰고 읽고 정리하는데 소요시간이 많이 들어 시달리곤 하였다. 더구나 상사 앞에서 더듬거리곤 하였다.

숫자에 시달리는 내용은 대체로 큰 금액, 면적을 어떻게 빨리 읽고 쓰느냐에 대한 것이었는데 상사들 앞에서 감각이 생기기 까지 약 6개월 정도 소요된 것 같다.

그러다가 세월이 많이 흘러, 토지공사를 퇴사(1998년)할 즈음부터 최근 6년 정도 도시관련 학과 대학생(2-4년생) 총 250명 정도를 대상으로 도시계획 또는 조경 관련된 내용을 가르치다가 항상 강의 첫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 기본적인 숫자(셈법, 거리, 면적 등)에 관한 것으로 약30분 정도 가르치면서 군기(?)를 잡고 집중을 시키곤 하였다.

대체로 이러한 내용을 첫 시간부터 지루하지 않으려고 여담으로, 상식으로 가르쳤었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 집 딸(현재 고2)과 아들(현재 중1)이 초등학교 3학년 때도 가르친 내용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쯤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기본적 원리를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평생 고생(?)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본적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숫자를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하여

우리나라(중국이나 일본)의 숫자의 기본 단위는 만(10000)단위이지만, 서양(영미계통)은 천(1000)을 기본단위로 한다. 백만(1,000,000)이라고 하면 무슨 의미인가? 답은 일(1)이 백 만 개 모인 것이 아니라, 만이 백 개가 모인 것이다(이것이 의미 상의로 정확한 의미이다). 그래서 일백만이라 한다. 그런데 서양은 천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즉 천이 천 개 모였기에 이를 밀리언(million)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만이 백 개 모여 백만이라 하지만 서양은 천이 천 개 모였다고 하여 밀이언이라는 단위를 사용하여 쓴다.


다른 예를 보자. 우리는 200000(이십만)은 만(10000)이 이십(20) 개 있기 때문에 이십만(20,0000)이라고 우리는 부른다. 반면 서양은 천(1000)이 이 백(200)가 모인 것이라고 해석하여 이백천(200,000: two hundred thousand)이라고 말한다.

숫자의 단위를 상세히 말하면, 우리는 만을 기본으로 하는 명칭을 써서, 만이 일 만개 모이면 이를 억(億)이라고 하고, 억이 일 만개 모이면 이를 조(兆)라고 하고, 또 조가 일 만개 모이면 이를 경(京)이라고 하고 등등의 방법으로 만개씩 단위가 달라지면서 숫자를 셈한다. 그래서 일억(一億)을 일만만(一萬萬)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이지만 단위 규칙상 일억이라고 한다.

위가 같은 방식으로 서양은 천 단위씩 증가 하여 천이 일 천 개 모이면 million(0이 6개)이 되고 이 million이 또 일 천 개 모이면 billion(0이 9개)이 되고 또 이 billion이 일 천 개 모이면 trillion(0이 12개)이 되는 등의 방식으로 숫자 단위를 갖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에서 약간의 힌트가 있듯이, 우리의 숫자 단위가 만단위(10000, 영이 네 개인 단위임) 이기 때문에 콤마(,)를 4개씩 찍어야 하고, 서양은 천 단위(1000, 영이 세 개인 단위임)이기 때문에 콤마를 세 개씩 찍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숫자에 콤마를 찍는 방식은 서양식으로 하기 때문에 세 개씩 찍기에 우리말 방식과 달라 읽고 쓰기에 매우 불편하다.

달리 예시하면, (익숙해 있는 사람은 둘째 콤마를 백만단위로 알고 있어 쉽게 읽고 쓸 수 있지만) “삼천칠백이십삼만오천원”을 아라비아 숫자로 대학생들에게 써보라고 하거나 37,235,000으로 써 놓고 읽으라 하면,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외에는 즉시 쓰거나 쉽게 읽는 학생이 전혀 없었다. 한참 일 십 백 천 만 등의 숫자를 세어 가며 확인한 후에야 멈칫 하고 씩- 웃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삼천칠백이십삼만오천”을 아라비아 숫자로 써보자. 우선 만 단위 앞까지의 의미를 생각하면 만이 삼천칠백이십삼만(3723)개라는 뜻이니, 그냥 3723으로 쓰면 되고 그 뒤의 숫자는 5000으로 쓰면 된다. 이를 조합하면 3723,5000이라고 쓰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콤마를 만 단위에 찍으면 읽기 쉽고 쓰기가 쉽다. 즉 우리말(언어)과 글(표현)의 일치성이 나타난다. 역으로 3723,5000을 읽어 보자. 콤마 앞에 있는 수의 의미는 만이 3723개가 있다는 것이므로 그냥 “삼천칠백이십삼만”이라고 읽고, 콤마 다음 숫자인 5000은 “오천”이라고 읽으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셈법은 만을 기본으로 하여 읽고 쓰도록 되어 있어 콤마를 굳이 쓰자면 네 단위씩 찍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에서 이러한 원리를 잘 가르쳐 주시 않고 있다)

요약하면 우리 셈법은 네 자리 단위인 만 단위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쓰고 그리고 네 자리씩 콤마를 찍는다면 셈법이 매우 수월해 진다. 서양식 콤마를 써야 하는 경우라면 우리말 소리 대로 쓰고 세자리 단위씩 콤마를 찍으면 OK이다.

위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 셈은 우리 식으로 하고 서양식 세 단위씩 콤마를 찍으려니 익숙지 아니한 사람, 어린 사람에게는 큰 숫자(십만이상)를 콤마를 써가며 쉽게 읽거나 쓰기가 어려워 진다.

학생들을 탓할 수 없다. 못 가르친 선생이 잘못이지 학생들이 무슨 잘못 있겠는가? 시험 못 본 학생은 잘못이 없다 못 가르친 선생도 큰 잘못이 있다. 다만 공부 안 한 학생은 책임이 있다. 이러한 원리(요령)을 설명하고 다음으로 거리 또는 면적 개념에 대하여 설명 하곤 하였다.


2. 거리 단위에 관하여

거리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앞서 길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길이의 개념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써 왔던 그리고 현재도 가장 많이 쓰는 “자(尺:척)”가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30cm 자가 “자”의 길이이다. 따라서 한 자(척)하면 30cm를 말하고, 두 자(척)하면 60cm를 말한다. 연못의 깊이가 열 척이니 쉰 척이니 말하는데 바로 이 척이 자의 개념이다.

아직까지 조금 나이든 70대 정도의 분들은 자단위의 길이 개념을 많이 사용하거나, 목수 등 길이와 관련된 직종에 사람들도 현재 자 단위 개념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이때까지 통일신라 이후 “자”의 대한 길이가 서로 달랐으나, 현재의 한 “자”를 미터법의 길이로 환산한다면 30.303cm라고 한다. 이는 조선시대의 “자”를 미터법으로 환산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서양(영미)에서 많이 쓰는 길이 단위 중 ‘피트(feet)’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발(foot)의 복수형이지만 발의 길이를 단위로 쓰고 있으며, 그 길이 역시 약 30cm 이고 정확히는 30.48cm 이다. 발의 크기에서 유래한 길이의 기본 단위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한 자와 1 feet의 실제적 길이 차이는 2mm가 채 안 되니 어림잡아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자”의 기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명백하게 추적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또는 중국이라 하더라도) 아마도 우리도 “발”의 크기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대부분의 길이는 인체 치수를 기준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자” 또는 “피트” 단위 보다 한 단계 위인 단위에 대하여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자”보다 큰 단위로 “간(間)”을 쓴다. 많이 쓰는 표현으로 “초가삼간(草家三間)”있다. 초가집에 그 크기가 삼간이라는 말인데, 풀로 짓고 무지무지하게 작고(삼간) 초라한 집이란 말이다.

“간”은 6자의 길이를 말한다. 왜 여섯 자를 한 간이라고 했을까? 답은 사람의 키에 있다. 건강한 사람의 키는 보통 6자 정도가 된다. 즉 6자 키의 사람을 표준으로 한 간으로 정하였다. 따라서 한 간의 길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1.8미터(정확히 181.818cm)가 된다. 건강한 사람의 키가 약 1.8m가 된다면 조금 의아한가? 현재로선 평균보다 크다고 생각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그것이 평균이라는 설이 있다.

이에 반해 영미에 많이 사용하는 피트보다 큰 단위로 우리가 골프 칠 때 많이 쓰는 길이 “야드(yard)”는 3 feet인데 이는 발길이 3개이거나 큰 보폭 1개를 길이로 하고 있다. 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91.4cm정도 이다. 다시 기억해 두자면 1 yard는 세 자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요약하면, 길이의 단위는 이처럼 신체를 기준으로 하였기에 신체 규격을 알면 쉽게 이해 된다(human scale). 거리에 대한 다른 단위(정, 리, 마일)에 대하여는 지루해 질까 하여 생략하기로 한다.

3. 면적 단위에 관하여

먼저 매우 익숙한 개념부터 생각해 보면, 평(坪)은 매우 익숙하지만 실제 얼마인가에 대해 상상이 어렵다. 사실 부동산업자도 평에 대해, 즉 평에 대한 면적 개념(원리)이 없는 것이 사실이고 평의 공간적 면적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을 거의 없으리라 추측된다. 그들이 아는 것이 한 평이라면 3.3m² 정도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거의 전부다. 좀 자세히, 정확히 아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사방 6자라고 한다.

평의 개념은 이러하다. 위에서 설명한 “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인데 “간”은 사람의 키 즉 6자 약 1.8m이다. 평의 규격은 사방 한 간 씩의 크기(6자 * 6자, 1간 * 1간 또는 약 1.8m * 1.8m)를 말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이 누운 사방의 크기를 말한다. 한 평의 크기를 상상하려면 한 사람이 종횡방향으로 누울 수 있는 규격을 상상하면 OK이다. 이 개념이 없이는 평의 개념을 자유롭게 확장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평”은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규모를 기준으로 하기에, 집을 지을 때 방의 크기를 3평라 정하곤 하는데 여섯 자 즉 한 간의 키 크기인 사람 세 명 정도가 종횡 방향으로 방해 받지 않고 누운 면적이 된다.

전 장에서 설명한 초가삼간이라고 한다면 ‘삼간’이므로 사람 세 키 정도의 길이(1.8*3=5.4m)이니 매우 작은 집이다. 집 전체의 면적이 겨우 3평에서 5평 정도되는 집이니 매우 작다. 왜냐하면 전면 길이가 약 5.4m이고 뒷길이의 폭이 커야 한 간 반 즉 2.7m 정도가 될 것이니 최대 4.5평 정도가 되지 않나 싶다. 요즘 큰 방 1개 정도이니 매우 작고 초라한 집이다.

조금 곁들여 설명하면, 요즘 아파트의 기준이 되는 국민주택 규모의 25.7평 혹은 18평은 각기 85m² 또는 60m²에서 나왔다. 이 면적을 역산하여 25.7평이니 18평이니 하는 면적이 나왔다. 전자는 방 3개, 후자는 방 2개를 정적 규모로 한 후 각기 화장실, 거실, 식당을 첨가해서 만든 규격이 된다.

그러면 이보다 큰 주택의 면적은 각기 방, 화장실, 거실, 식당의 규격이 커지면서 혹은 기능을 분화시켜 침실(bedroom) 이외에 가족실(family room), 손님방(guest room), 독서실(library), 창고(storage), 옷방(dressing room) 등으로 진화해 가며 서양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오디오, 비디오 및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한 곳에 두며 가족 공용으로 쓰는 공간이 가족실(family room)로 설계되는 경향이 정착되고 있다. 알고 보면 이들 모두가 사람의 키에 바탕을 둔, 평으로 환산하면 대개 3-6평이 일반적인 방 한 개의 적정기준이 된다.

그런데 최근 주거 면적 단위의 개념에 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실제 평수 이외에 분양 평수가 문제가 되는데 분양평수에 무엇을 포함하냐에 따라 분양가와 실 이용 개념이 달라진다.

10여 년 전에는 분양면적이라면 대개 베란다를 공짜(서비스)로 보고 주거용 실 면적에 공용면적인 계단의 면적 정도가 포함되어 왔으나 이제는 주차장면적까지를 포함하여 계산하니 분양면적만을 가지고 주거 전용 면적을 추정하기가 곤란해 지게 된다. 건축비가 비싸지다 보니 분양면적을 부풀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는 수영장, 로비, 독서실, 회의실, fitness center 등등의 amenity 시설인 공유 면적도 늘어나 분양면적을 보면 복잡도 해 질 수 밖에 없다.

남변호사님이 혼란을 일으킨 에이커(acre)는 rod라는 개념이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rod라는 거리 단위는 잘 소개 되어 있지 않고 있고 그 길이는 5yard와 그리고 1/2 야드 짜리 긴 막대기를 말한다 (rod의 뜻에는 장대, 긴 막대기의 뜻이 있다). 즉 1 rod는 약 5m가 된다 (정확히는 5.5 * 91.438 = 502.909cm).

계속하면, 어원적으로 보면 실제로 에이커 단위는 농장에서 사용된 특정 면적이 단위로 환산된 모양이다. 에이커는 사방 1 rod로 이룬 면적(약 25m²)의 160개를 1acre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어려운 감이 있는데, 사방 70 yard인 면적을 1acre로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골프장에 서로 사방 70 yard인 면적을 상상하면 1acre가 떠 오를 것 같다.

또 미국 중산층 단독 주택의 대지면적은 약 1/2 acre ~ 1acre 정도이다. 미국 중산층 주택의 면적을 우리나라 평수로 치면 약 600평 ~ 약 1200 평이 된다. (평수의 개념도 약한데 복잡해 졌나? 그리고 우리나라 중산층의 단독택지는 60 ~ 70평을 현재 기준으로 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 우리나라 초등학교 면적의 1/3 정도가 1acre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예로 국립공원 면적이 600만 에이커라 한다면, 미국 잘 사는 단독 주택 600만개 정도로 생각하거나, 국민학교 약 200만개 정도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림 계산이 되는데, 사실 백만이니 십만이니 하는 만 단위 이상인 경우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 경우 600만 평하면 대개 상상이 되는데, 600만 에이커하면 상상을 못하기가 마찬가지다. (내 경우 굳이 상상하라고 하면 분당급 도시가 1200개 정도라고 생각해 보고 끝낸다. 왜냐하면 분당이 약 600만평 정도이고 1에이커는 평의 약 1200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입력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당급, 일산급 신도시가 400-500만평이고, 수원영통이나 서울고덕지구가 100만평급 정도이고, 여의도가 250만평급이고, 국제규격 축구장(상암운동장)이 7000평급이고, 축구장의 주변 트랙까지 포함하면 1만평급이고, 초등학교가 3000평급 정도가 된다. 이런 개념은 사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개념이고 나는 이 분양에서 약 30년 정도 있던 사람이라 쉽게 기억하고 있다. 참고로 100만평에 인구 약 10만명이 북적됩니다)

그래서 내가 미국에 있을 때 그리고 미국 부동산학을 공부할 때 써 먹던 방법은 우리나라 초등학교를 3acre로 생각하고 개략 상상하곤 했었다.

사실이지 “평”의 개념도 잘 머리에 박혀 있지 아니한 우리에게 에이커를 계산하라면 골치가 아픈데 남변호사님의 호기심은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 습관으로 여행 후 본전 이상은 뽑을 듯 하다.

4. 끝내면서

앞의 설명이 숫자 놀음이 된 감이 있다면 다음 글로 용서하세요.

이제까지 여행일기를 한 몫에 다 보았지요. 최근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가 가야 할 여행길이나 인생길에 3가 조건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합니다. 무엇일까요? 1. 친구가 있어야 한답니다(가족을 포함하는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일 것입니다.) 2. 짐이 가벼워야 한답니다(무겁고 쓸데 없는 짐 때문에 골치 아프듯이 미움, 원망, 질투 등의 짐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3. 돌아가야 할 집이 있어야 한답니다. (내가 지칠 때 위로 받고 다시 떠날 수 있는 쉼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싶습니다.) 아름다운 여행을 지속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Yellowstone National Park(#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