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29)-7월 2일(수), 3일(목)
2008-08-03 오전 10:38:52
[7월2일(수) - Miami]
아침에 Miami로 향하였다. Orlando에서 Miami까지는 차로 쉬지 않고 달릴 때 약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선으로 자동으로 toll 요금을 계산하는 system을 High-Pass라고 하고, New York에서는 같은 system을 EZ-Pass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곳 Florida에서는 Sun-Pass라고 부른다.
Sun-Pass라는 이름은 너무 잘 붙인 이름이다. 그만큼 Florida에서는 해가 밝다. 왜 그렇게 해가 눈부시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 이유가 필시 있을 것이다.- 하여튼 밝은 조명으로 꽉 채운 안경점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온 세상이 밝게 느껴진다.
Miami는 내가 늘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다. 난 시카고처럼 세련된 도시도 좋아하지만 Miami처럼 휴양지 도시도 좋아한다.
최근의 “C.S.I. 마이애미” 에서나, 다른 영화들에서 마이애미의 멋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사실은 내가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를 그리워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이다.
그 때 지금의 “색계”만큼 야하다고 선전이 되었던 영화는 “Body Heat”였다. 그러나, 색계를 보면서 많은 남녀노소가 크게 실망하였듯이 “Body Heat”도 말 많은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으로 당시의 남녀노소들을 실망시켰었다.
그러나 “색계”가 야한 장면과 무관하게 아주 훌륭한 영화였듯이 “Body Heat”도 훌륭한 영화였다.
그 “Body Heat”가 촬영된 곳이 마이애미였다. 악마 같은 여자(캐서린 터너의 다리는 예술이었다.)의 꼬임에 넘어가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주인공(인물도 없는 윌리엄 허트는 그 때부터 벌써 연기가 훌륭했다.)가 한밤중에 조깅을 하고, 조깅이 끝난 후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담배를 피우다가 그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친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 영화에 나오는 마이애미의 주택가 모습은 근사하였다. 그 때는 견문이 짧았던 시절이라서 미국의 주택가들은 다 멋있게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인상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번에 마이애미를 다녀 오고 난 다음에 책(말리와 나)을 읽다가“Body Heat”를 촬영한 곳은 마이애미가 아니라 마이애미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Lake Worth”라는 곳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플로리다=마이애미라고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는 Lake Worth에서 찍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Miami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닥터 지바고”도 실제 촬영장소는 러시아가 아니라 스페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일기를 쓰다보니까 갑자기 “Body Heat”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하나TV에서 지나간 연속극을 언제든지 볼 수 있듯이 보고 싶은 옛날 영화를 얼마든지 볼 수 있도록 컨텐츠가 풍부해지면 좋겠다. (알라딘에 들어가니까 “Body Heat”의 DVD가 있어서 방금 주문했다.)
그 마이애미에서 원래 계획은 2박 3일 정도로 있으려고 하였다. 근사한 호텔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pool side에 누워서 칵테일을 마시며 책도 읽고 수영도 가끔 하면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젊은 여자를 흘끔거리려고 계획을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Orlando에서 예상 외로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 바람에 일정이 빡빡해졌고 또 걸어 다니지만 않을 뿐이지 거의 배낭여행 수준으로 다니고 있는 마당에 마이애미에서는 유독 퍼져 있으면서 느긋하게 귀족 생활을 한다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 내지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다른 도시들에서처럼 그냥 구경만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비가 약간씩 오고 있는 오후에 마이애미의 다운타운에 도착하였다. 다운타운은 네비게이터로 찾아 왔는데, 그냥 다른 도시처럼 평범하였다. ‘CSI 마이애미’에서 수시로 나오는 장면인, 해변을 따라 가로수처럼 늘어져 있는 fancy한 빌딩들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 각 도시에 대한 기초 정보를 소개하고 있는 관광책자를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갔고 그것을 차안에 놓아두고 필요할 때 틈틈히 보곤 했다. 그런데 올란도에서 아이들이 그 책을 보면서 놀 계획을 짠다고 호텔로 가져간 후 그 책이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다. 분명히 아이들이 자기들의 짐가방 어디에 쑤셔 넣었을 것인데 우리 아이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찾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다음에 너희들 가방에서 나오면 어떻게 할래 하고 윽박을 질러 보지만 “정말, 없다니까!!” 하고 태연하게 오리발을 내민다.
그 책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없으니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마이애미의 어디로 가야할 지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 책이 없어진 것을 진작 알았었다면 어젯밤 호텔에서 인터넷으로라도 검색을 하고 왔을 것인데 마이애미로 오는 도중 그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생각 끝에 아무 일류 호텔을 찾아가서 투숙객을 가장하여 호텔의 reception desk에서 마이애미 관광지도를 하나 얻기로 하였다. 내 경험에 의하면 호텔 로비에 진열해 놓은 지도는 업소 소개 지도로서 별 볼일 없고 reception desk에서 원하는 손님에게만 주는 지도가 진짜 지도다.
마침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기에 아이들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reception desk나 concierge desk를 찾아가서 아주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tourist map을 하나 줄래?라고 말해라고 임무 수행에 관련된 instruction도 주었다.
번쩍 번쩍 빛나는 Lowe 호텔 입구 앞에서 아이들을 투하하고 20분쯤 후에 다시 그 앞으로 가서 아이들을 회수하였다.
아이들은 멋진 지도를 하나 얻어 왔다. 그러면서 “아빠, 화장실도 끝내 줘. 거기는 손을 씻고 난 다음에 paper towel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손수건 같은 진짜 수건들이 준비되어 있었어”하면서 방금 깊은 산골에서 상경한 까까머리 시골아이들처럼 신기해 했다.
우리는 그 지도를 바탕으로 마이애미를 탐방하기 시작하였다.
아, 마이애미는 멋진 곳이었다. 시카고가 상업 도시로서 완벽하였다면, 마이애미는 휴양 도시로서 완벽하였다.
섬과 섬을 잇거나 bay(灣)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만(灣)이라서 파도가 없는 작은 바다에는 하얀 요트들이 마치 밤하늘에 별이 촘촘히 박혀 있듯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을 내면서 수없이 떠 있었다. 밤하늘에 먼지처럼 뿌려져 있는 별들을 stardust라고 한다면, 이곳 푸른 물에 떠 있는 하얀 요트는 yachtdust라고 할 수 있겠다. (자동차는 색깔이 다양한데 요트는 왜 햐안색 일색인지 모르겠다.)
그 요트의 출발지는 선착장이 아니라 만을 끼고 있는 집의 뒷마당이었다. 즉 집 뒷마당으로 나가면 요트를 타고 바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것이고 앞마당에는 포르쉐 같은 고급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었다.
일류 호텔들이 모여 있는 지역도 환상적이었다. 마치 LA의 로데오 거리처럼 부티가 번쩍 번쩍 났다.
그곳의 노천 카페에 앉아 차가운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것은 재미없을 것 같아 다음 기회로(다음에 반드시 한 번은 더 올 것 같다.) 미루었다. 다음에 올 때는 휴양을 목적으로 와서 느긋하게 오랫동안 머물리라.
마이애미에도 이곳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팀이 있기에 Lids를 찾아가서 아이들 모자를 샀다. 도시마다 모자는 하나만 사는 것이기에 이 도시에서는 석휘가 모자를 고를 권리를 가지고, 저 도시에서는 석윤이가 고를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석윤이가 고를 권리가 있을 때는 석휘가 간섭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석윤이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 석윤이는 이제 더 이상 석휘의 배후조종에 의하여 사실은 석휘가 원하는 물건을 사던 만만한 어린 동생이 아닌 것이다. 석윤이의 독립 만세다!!
마이애미를 이렇게 떠나는 것은 정말 아쉬웠다. 그렇다고 어차피 며칠씩 있으면서 여유있게 지낼 것이 아닐 바엔 떠나야 한다.
이제 우리는 다시 북쪽으로 간다. 다음 목적지는 Daytona Beach다. 차로 4시간 30분쯤 걸리는 거리이다.
밤길을 세시간쯤 달렸다. 그러다가 아무 exit으로 빠져 나가서 Hampton-Inn에 묵었다. Florida 교외의 숙박요금은 지금까지 다닌 다른 주에 비하여 비교적 싼 편이다. 다른 곳보다 물가가 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기름값은 오히려 비싸다. 어?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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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일)(목)- Daytona Beach]
아침에 호텔을 나와서 1시간 30분 정도 더 북상하여 목적지인 Daytona Beach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경주장(Speed Way)이 있는 곳이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차로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곳을 찾아가 보면 막상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오로지 미국이라는 brand 덕택에 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brand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힘들게 찾아 간 데이토나 해변의 자동차 길도 별 것 아니었다. 그냥 모래사장인데 모래바닥이 비교적 단단히 형성되어 있어서 승용차나 우리 ‘미니 밴’ 처럼 차바닥이 별로 높지 않은 차들도 바퀴가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차가 다니라고 하는 곳을 약간 벗어나면 차바퀴가 어김없이 모래 바닥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된다. 우리도 그런 꼴을 당하고 말았다.
길을 약간 벗어나 정차시킨 후 이왕 해변에 왔으니 바닷물에 발목까지라도 담가 보고 가자는 주장과 우리나라 서해바다처럼 별 볼일 없는 바다에 구태여 나가 볼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 맞붙어 의견대립이 있다가 그냥 가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차를 움직이는 순간 차바퀴가 헛돌면서 움직이지가 않았다.
차에서 내렸다. 동력이 있는 앞바퀴가 맹렬히 회전하면서(우리 차가 전륜구동인 것을 이 때 처음 알았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SUV는 4WD로 만든다는 것도 이 순간 알았다.) 모랫바닥을 빠져 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으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슬픈 짐승처럼 헛수고에 그치고 있었다. 우리 차는 짧은 한 달 동안 별 고생을 다 해본다. 동기생 중에는 일생 동안에도 모래 바닥에 빠지는 경험을 해 보는 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얼음바닥같이 미끄러운 곳에서는 2단이나 3단 기어로 출발시키면 괜찮았다는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서 아내를 내리게 하고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그 옆에서 파라솔을 피고 느긋하게 누워 있던 선량하게 생긴 배 나온 백인 아저씨가 1명 왔다. 도와줄까?하고 물었다. 물론이다!하고 대답하였다.
그 가족들과 그 옆의 가족들이 동원되어서 차 앞으로 몰려 왔다. 우리 차 앞의 그릴 부분은 지난 번에도 말한 바와 같이 고속으로 주행 중에 맞부딪힌 벌레들의 시체로 가득 차 있어서 보기에도 끔찍한데 그 착한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붙잡고,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추어서 차 앞을 번쩍 들어 올려 옆으로 옮겨 주었다.
우리 가족은 “땡큐”를 연발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그 후로는 얌전히 길 따라만 움직였다.
이후 Speed Way를 찾아 갔다. Speed Way는 마치 야구장이나 미식축구장처럼 Stadium 형식으로 생겼는데 바깥에서 보이는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였다. 사람이 뛰어 다니며 노는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비해 수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놀이터인 자동차 경주장의 규모가 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peed Way 주변에는 캠핑 카 같은 것들이 몰려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이곳 Speed Way에서의 자동차 경주는 2월인가, 3월, 즉 미국의 다른 지방이 겨울철일 때 열리므로 지금 이곳에 자동차 경주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자동차 부속품이나 뭐 그런 것을 파는 벼룩시장이 열린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벼룩시장도 구경하고 Speed Way 안에 들어가서 자동차 경주장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직접 보자고 생각하고 그리로 차를 운전해갔다.
주차할 장소를 찾다가 어쩌다 보니 Speed Way의 정식 주차장 입구를 통과하게 되었다.
입구에는 웬 여자가 서 있으면서 주차권을 팔고 있었다. 나는 비싸 봤자 5달러 정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How much is it?”하고 물어 보았다. 그 여자는 차 안을 흘끗 들여다 보더니 “How many people?”하고 되물어 보았다.
아니 사람이 몇 사람 타고 있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손가락 4개를 좍 펴면서 “Four People”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Seventy-five dollar, each person”하고 그 여자는 말했다. 나는 처음에 그 말을 한사람당 7.5 달러로 알아 들었다.
그래도 주차료를 무슨 사람당 7.5 달러씩 받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뒤에서 피자를 먹고 있던 석휘에게 “이 여자, 왜 그러냐. 왜 사람 숫자대로 주차료를 받는지 물어봐라”하고 도움을 청했다.
석휘는 지금 자기가 뭘 먹고 있으니 아빠가 직접 물어보라고 대꾸하였다. 보조통역사인 석윤이를 쳐다 보니까 그쪽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 때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한사람당 7.5달러가 아니라 75달러라고 하는 것 아니에요?”하고 물었다.
나는 “주차료가 무슨 한사람당 75달러나 하냐?” 하면서 다시 한 번 요금을 물었다. 멕시코 출신 같은 그 여자는 “Seventy-five dollar, each person”라고 또박또박 말해줬다.
뒤에 앉아 있던 아이들도 “아빠, 75달러래” 하면서 이 불행한 사태를 확인시켜주었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실은 그 때 입에 빵이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발음이 샐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아주 정확한 영국 영어 발음으로 또박또박 “What will we see, here?” 하고 물어 보았다.
그 멕시칸은 어리둥절하며 나를 마치 미친사람처럼 보듯이 쳐다 보았다. 그러더니 “Car Race!!”하고 짤막하게 대답하였다.
순간 뒤에서 아이들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였다. 권투 경기장에 와서 매표소 직원에게 여기서 뭘 보게 되느냐고 물어본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하나 더 물어보았다. “What time does it begin?”, “Seven, P.M.”
대쉬보드에 있는 시계를 흘끗 보니 이제 오후 2시였다.
자동차 경주를 일부러 보러 온 사람에게는 75달러가 적절한 가격일 것이고, 2시부터 기다려가면서 볼 가치가 있을 것이지만 전혀 준비되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는 75달러라는 입장료도 터무니 없었고 7시까지 5시간 동안이나 기다리면서 자동차 경주를 본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Seven, P.M.”이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황급히 “We will turn around!!”하고 말했다.
그 멕시코 여자는 일단 들어가서 저기 앞에서 돌아 나오라고 손짓을 섞어 가며 알려 주었다.
알고 보았더니 그 날 저녁에 그곳에서 유명한 자동차 시합이 있었고 캠핑 카들은 대회를 참가하러 온 선수들의 차였으며 한사람당 75달러는 1인당 관람료였다.
우리의 다음 코스는 Myrtle Beach였고 그 다음은 Shenandoah National Park이고 그 다음이 Washington D.C.이고 그리고 출발지이자 최종 목적지인 New York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 Daytona Beach나 Myrtle Beach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Shenandoah National Park도 Yellow Stone National Park이나 Colorado Rocky Mt.National Park을 본 이상 그게 그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non-stop으로 가게 되면 지루해서 고생이 될지는 몰라도 Washington D.C.로 바로 가서 그곳에서 차라리 시간을 많이 가지기로 하였다. Washington D.C.는 아이들에게 보여 줄 곳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Daytona Beach에서 Washington D.C.까지는 1,300킬로미터로서 쉬지 않고 달릴 경우에 약 14시간이 걸린다.
오늘 8시간을 달리고 내일 6시간을 달리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체념한 표정으로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Daytona Beach를 빠져 나와서 95번 interstate highway를 탔다. 14시간을 이 길을 따라 곧장 가면 된다.
운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우리 차가 얼마나 고마우냐, 한 달 동안 혹사시켜도 고장도 없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중간에 엔진 오일을 한 번 교체하였지만, 엔진 오일은 장거리를 달리면 한번쯤은 교체해주어야 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고 하면서, 차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고 있는데 석윤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빠, 계기판에 또 불 들어왔네” 하였다.
보니까 엔진 오일을 교체하라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 와 있었다. “아니 이게 또 무슨 일이람, 하여튼 칭찬을 못해요”하면서 급하게 매뉴얼을 뒤졌다.
매뉴얼에 의하면 주행거리가 추가 5,000마일에 이르면 무조건 점등이 되게 되어 있었다. 우리가 지난 번 엔진오일을 갈아 끼운 다음에 또 5,000마일 이상을 달려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최종 목적지인 New York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또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것은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도 아깝지만 그것보다는 엔진 오일을 교환해주는 곳을 찾아가서 교체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문득 현민이가 써 준 글 내용이 생각 났다. 엔진오일 교체 지시등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엔진 오일을 교체하지 말고 직접 점검을 해 보고 교체를 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미국의 도로상황에서 주로 고속으로 달릴 때는 2만 킬로미터까지도 엔진 오일 교체 없이 가능하다는 글도 읽은 것 같았다.
오늘 호텔에 투숙해서 현민이의 글을 다시 읽고 판단하기로 하고 계기판의 경고등을 무시한 채 끝없이 앞으로, 앞으로 달렸다.
중간에 저녁을 먹느라고 1시간 가까이를 쉰 것 외에는 8시간을 줄곧 달렸다. 호텔에 check-in을 할 때 시간을 보니 밤11시가 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