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사채업자

사기죄 구성요건을 알고 있는 사채업자

by N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이미영은 사채업자 김악녀로부터 10여년 전에 5,000만원을 월 150만원, 즉 월3부의 이자로 빌렸다. 매월 150만원의 이자를 갚다가, 말다가 했다. 중간에 김악녀가 무슨 일인가로 구속 수감 되는 바람에 1년 이상 빚독촉을 받지 않았고 따라서 그 때부터는 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

2011. 6. 경 교도소에서 석방된 김악녀는 그 때부터 다시 이미영을 쫓아 다니면서 빚독촉을 하기 시작하였다.

2011. 7. 21. 오후에 김악녀는, 이미영이 5,000만원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섰던 이말자를 데리고 이미명의 집을 찾아왔다. 이말자는 이미영의 이복언니이기도 하였다.

지금부터는 이미영과 김악녀의 주장이 달라진다.


(1) 김악녀의 주장

이미영에게 내가 급히 돈을 써야 하니까 다른 사람으로부터라도 빌려서 갚으라고 이야기했다. 이미영도 그러겠다고 했다.

마침 내 친동생 김천녀가 돈이 있기에 반찬값이라도 벌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녀도 돈을 빌려줄 생각이 있다고 하였다.

그 자리에서 이미영에게 전화를 바꿔 줬고, 이미영과 김천녀가 직접 통화하였다. 이미영은 돈을 빌려준다면 틀림없이 2011. 12. 19.까지 갚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김악녀는 그 옆에서 통화 내용을 다 들었다.

그 동안 못갚은 이자에 복리가 계속 붙어서 일단 이자를 도합 5,000만원으로 계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원금 5,000만원을 합하면 총액이 1억원이 되는데 김천녀가 지금 이미영의 계좌로 1억원을 송금해 주면 이미영이 그 돈을 찾아서 바로 김악녀에게 갚기로 하였다.

김악녀와 같이 갔던 이말자도 그 과정을 다 옆에서 보고 듣고 있었다.

가까운 A 은행에 가서 김악녀, 이말자, 이미영 세사람이 함께 가서 계좌를 개설했다. 김천녀는 그 계좌번호를 전화로 듣고 그 계좌로 바로 1억원을 송금해줬다. 이미영은 그 돈 1억원을 수표로 찾아서 바로 김악녀에게 줬다.

그러나, 그 후 이미영은 이자도 한 푼 갚지 않은채 몰래 이사를 가 버려서 연락이 두절되었다. 김악녀는 자기를 믿고 1억원이라는 거액을 이미영에게 빌려 준 김천녀에게 많이 미안했다.


(2)이미영의 주장

김악녀는 지금까지 갚지 못한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여 5,000만원으로 이자금액을 정하고 거기에 원금 5,000만원을 더하면 1억원이 되는데 그 1억원에 대하여 약속어음 공증을 해주면 약속어음 지급기일까지 다시는 빚독촉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 동안 김악녀로부터 빚독촉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던 이미영의 입장에서는 숨이라도 돌리고 싶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자, 김악녀는 약속어음 공증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꺼냈다. 위임장까지도 준비해 와서 위임장도 작성해주었다. 그 외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 김악녀가 시키는 대로 모든 서류를 자필로 작성해 줬다.

김악녀는 약속어음 공증이 효력이 있으려면 일단 이 날짜(약속어음 발행일)에 돈이 오고 간 흔적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내가 니 통장으로 1억원을 보낼테니 그 돈을 찾아서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이미영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고, 가까운 A 은행에 김악녀와 함께 가서 계좌를 개설한 후 그 계좌로 송금되어 온 1억원을 수표로 찾아서 김악녀에게 바로 줬다.

그 이후로는 정말 빚독촉이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몇 년 흘렀다. 갑자기 2013년 12월쯤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와서 가봤다. 경찰관은 이미영이 김천녀로부터 사기죄로 고소 당했다고 하면서 사기 피의자로 입건하고 조사를 시작하였다.


[2] 차용금 사기죄의 법리(법률이론)

돈을 빌리고 돈을 갚지 않으면 일반적으로는 단지 민사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사기죄로 형사 처벌받지는 않는다. 돈을 못 갚았다고 사기죄로 처벌받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절반은 감방에 가야 할 것이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을 때 사기죄로 처벌받게 되는 경우는 처음부터 갚지 않을 생각으로 돈을 빌렸을 때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생각으로 돈을 빌린 것인지, 아니면 갚을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사정이 안돼서 못 갚은 것이었는지는 본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정황을 종합해서 판단하는데 돈을 빌릴 때 뚜렷한 재산이 없었고 돈을 빌린 후에 원금과 이자를 전혀 갚지 않았을 때는 처음부터 갚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간주한다.

이미영의 경우에 처음에 5,000만원을 빌렸을 때는 이자를 간헐적으로나마 상당히 갚았다. 따라서, 처음에 빌린 5,000만원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번째의 1억원을 빌리고 나서는 전혀 이자나 원금을 갚지 않았다. 따라서, 김악녀, 김천녀, 이말자의 말처럼 이미영이 김천녀에게 새로 1억원을 빌린 것이 사실이라면 두 번째 1억원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3] 검사의 공소사실

검사는 피고인을 재판에 붙일 때 공소장을 작성한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인적사항, 공소사실(범죄의 내용), 적용법조 등이 기재된다.

이미영(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피고인은 2005년경 대부업을 하던 김악녀로부터 이말자를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5,000만원을 이자 월 3%로 차용하였음에도 차용금 원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김악녀, 이말자는 2011. 7. 21. 15:00경 서울 강남구 **동 **아파트 10동 509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 가서 피고인과 만나 차용금 원리금의 변제에 관하여 논의하던 중, 피고인은 타인으로부터 1억원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기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김악녀가 소개하는 피해자 김천녀로부터 1억원을 차용하여 김악녀에 대한 차용금 원리금을 변제하기로 하고, 김악녀의 주선에 따라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1억원을 월 3%의 이자로 빌려주면 2011. 12. 19.까지 갚겠고 만약 그 때까지 갚지 않을 때에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임대차보증금을 빼서 갚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차용금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의 A은행 계좌로 1억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4] 수사기록의 검토

수사기록을 복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두 번씩 읽었다. 일단 김악녀, 김천녀, 이말자의 진술이 동일하다. 즉 3:1의 싸움이다. 더구나 이말자는 이미영의 이복언니인데도 김악녀, 김천녀의 말이 맞다고 진술했다.

또한, 이미영은 신뢰가 안 가는 진술을 하였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은 "아파트 보증금을 빼서 갚겠다"라고 김악녀에게든, 누구에게든 말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김악녀에게 작성해 준 서류(각서)를 보면 "아파트 보증금을 빼서 갚겠다"라고 자필로 기재한 내용이 있다.

일반인들은 이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검사나 판사들은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을 때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하여 아주 안 좋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함부로 거짓말을 해서도 안되고 거짓말로 오인될 수 있는 말도 해서는 안된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수사기록을 꼼꼼하게 보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이미영이 과거에 빌린 돈 5,000만원에 대한 월 150만원의 이자, 두달치 300만원을 김악녀에게 송금한 전표가 있었는데 김악녀가 그 이자 300만원을 송금받은 은행은 B은행이었고, 흐릿하게 복사되어 있는 그 전표 내용을 자세히 보니까 이자를 송금받은 B은행의 계좌 명의인이 김악녀가 아니라 김천녀였다.

중요한 단서 하나를 찾은 것이었다.


[5] 재판의 진행

검사는 김악녀, 김천녀, 이말자에 대하여 증인신청을 하였다.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였다.

나는 이미영이 그 전에 이자 300만원을 보낸 김천녀의 B은행 계좌와 이미영의 A은행 계좌로 1억원을 보낸 김천녀의 C 은행계좌 거래내역에 대하여 사실조회 신청을 하였다. 재판부는 내 신청을 받아들여서 B은행과 C은행에 대하여 내가 요구하는 기간 동안의 계좌 거래내역을 다 보내달라고 문서를 보냈다.

내가 추측할 때는 그 계좌는 사실상 김악녀의 계좌였다. 즉, 명의만 자기 동생 김천녀의 계좌이지 실제로는 자기 계좌인 것이다.

김악녀는 분명히 "김선녀에게 반찬값이라고 벌게 해주려고..."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은 동생은 전문 사채업자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전문 사채업자가 아닌 평범한 여자인 경우에 그 계좌에 있는 거내래역은 거래 회수도 빈번하지 않을 것이고 거래 금액도 많지 않을 것이다.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먼저 김악녀가 나왔고 김천녀와 이말자는 불출석했다.

그 의도는 뻔했다. 전문가인 김악녀가 이른바 '간'을 보기 위해서 먼저 나온 것이다. 순진한(?) 김천녀, 이말자가 내 반대신문에 걸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련한 자기가 먼저 나와서 반대신문을 당하겠다고 작전을 짠 것이다. 김악녀는 아예 변호사 한사람을 꼬붕처럼 데리고 다녔다.

김악녀와 나 사이에 불꽃 튀기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여자에게는 악의 기운이 펄펄 넘쳐 났다. 내가 악질 사기꾼을 보호 하고 자기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악덕변호사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고 의뢰인인 이미영을 데리고 법정 문 밖으로 나갔다. 그곳은 복도다. 거기서 김악녀는 자기 일행들과 함께 버티고 서 있다가 이미영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옆에서 멀뚱 멀뚱 쳐다만 보며 서 있는 공익근무요원에게 저런 것을 제지하지 않고 뭐하느냐고 했다. 그 젊은 친구는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리는 시늉만 냈다.

핸드폰 카메라로 김악녀가 마귀같은 얼굴로 욕설을 해대는 것을 찍으려고 했으나 조작법을 몰라 헤맸고 그 순간 욕설을 시원하게 마친 김악녀는 복도 저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 재판기일에 김천녀, 이말자가 나왔다. 김악녀도 그 꼬붕 변호사를 대동하고 방청석 제일 앞에 떡하니 버티고 앉았다. 총감독 같았다.

이천녀, 이말자는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모든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한다.

판사는 의문이 풀린다는 듯이 "아, 그렇게 된 것이군요."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B은행, C은행으로부터 온 거래내역서는 내 추측을 뒷받침했다. 거의 8억원에 가까운 돈들이 양쪽 계좌에서 빈번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단위도 딱, 딱 천만원 단위로 끊어졌다. 반찬값이나 벌려고 언니의 소개로 처음 돈을 빌려 주는 평범한 여자의 계좌가 절대로 아니었다.

판사는 재판 선고 기일을 2주 후로 지정했다. 이렇게 단기간 내로 선고기일을 정했다는 것은 유죄의 심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는 판결문 작성에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재판은 유죄를 선고할 때는 판결문이 간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할 때는 판결의 이유가 길다.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무죄선고율은 해마다 2% 내외다. 검사가 탁월해서가 아니라 검사가 유죄가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만을 기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많은 억울한 피해자들이 많이 생긴다. 검사만이 기소할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 하에서는 검사가 재판에 붙이지 않는한 범죄자는 비웃듯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무죄를 받으면 언론에서 난리다. 억울한 사람을 재판에 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소해야 할 사람을 무혐의 처리할 때는 모두 조용하다. 그러니, 검사는 약간이라도 무죄 끼만 있으면 기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웬만하면 기소한다. 법정에서 유무죄 판단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무죄율이 무지 높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판사가 대체로 유죄의 예단을 가진다.

나는 김악녀, 김천녀, 이말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와 이 법정에서 증언할 때가 매우 달랐고, 그 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증인신문조서가 작성되어야 하는데 증인신문조서가 작성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2주 후에 선고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 촉박하다고 했다.

판사는 바로 증인신문조서가 작성되지 않으면 선고연기신청을 하라고 했다.

예상대로 증인신문조서는 바로 작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고 연기신청을 했고 판사는 한 달 후로 선고 기일을 연기해 줬다.

드디어 증인신문조서가 작성되었고 복사해왔다. 수사기록과 증인신문조서를 바탕으로 나는 변론요지서를 작성했다.


[6] 변론요지서

위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은 다음과 같이 변론합니다.


1. 공소사실의 요지 : 생략


2. 피고인이 설명하는 이 사건의 경위

피고인이 설명하는 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2005년경 피고인은 김악녀로부터 5,000만원을 빌렸고 그 이자를 수년 동안 간헐적으로 갚아 왔다.

-. 김악녀는 무슨 일로인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나왔고, 나온 이후에는 극성스럽게 거의 매일 같이 피고인을 찾아와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으라고 괴롭혔다.

-. 그러다가 사건 당일인 2011. 7. 21. 피고인을 찾아와서 하는 말이 "그 동안 연체되어 왔던 원금과 이자를 1억원으로 계산하고 1억원짜리 약속어음 공증을 해주면 앞으로는 빚독촉을 하지 않고 자진변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 피고인은 당분간 빚독촉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감사하여 약속어음 공증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 김악녀는 약속어음 공증이 효과가 있으려면 일단 1억원이 자기 통장에서 피고인의 통장으로 건너 간 흔적이 있어야 하므로(주석:이자가 5천만원이 되는 이유는 그 동안 갚지 않은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김악녀가 설명하였습니다) 지금 바로 피고인의 통장으로 1억원을 보낼 테니 그 1억원을 수표로 찾아서 김악녀 자신에게 바로 달라고 하였다.

-. 피고인은 김악녀가 시키는대로 약속어음 공증에 필요하다는 모든 서류에 내용을 기재하고 서명, 날인하였고 역시 김악녀가 시키는대로 김악녀와 함께 근처의 A 은행에 가서 피고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그 계좌로 즉시 입금된 1억원을 찾아서 그 자리에서 김악녀에게 교부하였다.

-. 그 후 정말 김악녀는 피고인에게 빚독촉을 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갑자기 이 사건 형사고소를 당했다.


3.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계좌로 1억원을 송금받을 때 그 1억원을 송금한 사람이 기존의 채권자인 김악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음을, 즉, 새로운 채권자가 생기는 것임을 피고인이 알았는지 여부>라고 할 것입니다.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새로운 채권자(김천녀)로부터 새로 돈을 빌리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전혀 몰랐습니다. 물론, 그 날 김천녀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전혀 없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빚독촉을 해대던 김악녀가 1억원짜리 약속어음 공증만 해 주면 앞으로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다만, 실제로 1억원이 오고 간 증거가 남아야 그 약속어음 공증이 효력을 발휘한다고 하기에 역시 김악녀가 시키는 대로 피고인의 명의로 은행계좌를 개설해서 그 계좌로 입금된 돈을 그 즉시 김악녀에게 건네주었을 뿐입니다.

이에 반하여 김악녀와 김천녀는 당시 피고인은 김천녀와 전화통화를 하였고 김천녀에게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의 약속을 하고 난 후 1억원을 빌렸으므로 피고인이 채권자가 이제는 김악녀에서 김천녀로 바뀐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수사기록 및 공판기록을 통하여 검사가 피고인의 주장을 합리적 의심없이 배척할만한 증거를 제출했는지 살펴 보아야 할 것입니다.


4. 전화 통화에 대한 증거 존재 여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입증대상은 2011. 7. 21. 사건 당일에 피고인과 김천녀가 단 한 번이라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증거는 김악녀, 김천녀, 그리고 이말자의 진술 뿐입니다. 물론, 진술도 그 신빙성만 보장된다면 증거력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악녀와 김천녀는 친자매지간이고 이 사건 고소인들이니까 그 신빙성에 일단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말자는 피고인이 김악녀로부터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선 사람으로서 김악녀와 이해관계가 같을 뿐 아니라 - 피고인과 김악녀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말자가 김악녀로부터 빚독촉을 받게 될 것입니다 - 김악녀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사람으로서 그 역시 신빙성이 떨어지는 증인이라고 사료되지만 일단 제3자라고 보고 그의 진술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말자는 2013. 12. 12.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전화 통화 여부에 관한 문답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증거목록 13번 4쪽)

문 : 진술인의 기억에 의할 때, 당시 이미영의 집에서 김악녀가 누구에게 전화를 하던가요.

답 : 그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문 : 진술인은 당시 김악녀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그 전화를 이미영에게 바꿔 준 사실이 있나요.

답 : 그것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14. 12. **. 이 사건 법정에서 증언으로 나서서는 검사가 "당시 김악녀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피고인과 통화를 하게 한 적이 있나요"라고 묻자 "예"하고 대답했습니다.(이말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2쪽)

이어 검사가 "피고인이 김천녀와의 통화과정에서 '1억원을 빌려 주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보증금을 빼서라도 갚아 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있는가요"라고 묻자 역시 "예"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위와같이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김천녀와 전화 통화를 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가 법정에서는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관성 없는 진술만으로, 전화통화 여부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더구나, 전화통화 여부는 이 사건 유무죄를 판가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증사실 중 하나입니다.

검사는 통신사로부터 그 날 피고인과 김천녀가 통화했다는 통화기록을 확보하고 그것을 증거로 제출했어야 했습니다. 너무 시간이 흘러 그 통화기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증거확보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 날 김악녀와 김천녀가 통화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영이 그 통화에서 김천녀와 통화했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김악녀와 김천녀 간에는 통화한 기록이 있었다는 점은 입증했어야 할 것입니다.)


5. 이율에 대한 진술의 비일관성

돈을 빌려 주는 채권자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점은 이자입니다. 즉, 채권자는 원금 회수 방안과 더불어 이율에 대해서 가장 관심이 많고 채무자로부터 차용증을 받을 때도 이율란에 이자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당시 작성된 대부거래표준계약서에는 그 이율이 연36%라고 되어 있고, 고소장에도 그렇게 기재되어 있으며(증거목록 1번 2쪽) 김천녀는 경찰에서도 그렇게 진술하였습니다 (증거목록 5번 2쪽, 5쪽)

그러나, 김악녀는 경찰에서 피고인과 대질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할 때에 월 1부 5리인 150만원의 이자 조건, 즉 연18%의 이율이었고 그 이유는 기존 채무 5,000만원에 대한 3부 이자 조건에서 밀린 이자를 5,000만원으로 하였기에 이자는 월 1부 5리 조건으로 하였기 때문이라고 구체적으로 그 이유에 대한 설명까지 하고 있습니다 (증거목록 12번 4쪽)

그러다가 경찰관이 대부거래표준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이율과 다르다고 지적하자 구두로 1부 5리로 기재하였는데 대부거래표준계약서에는 연36%라고 잘못 기재한 것이었다고 얼버무렸습니다. (증거목록 12번 8쪽)

김악녀는 자신이 실수하였음을 깨닫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 그 점부터 시정하려고 애를 씁니다.

또한, 김악녀는 김천녀에게도 법정에서 증언할 때 그렇게 진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김천녀는 법정에서 검사가 "1억원을 빌려 줄 때 이자는 어떤 조건이었나요"라고 묻자 "1부 5리로 계산했습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김천녀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3쪽)

그러나, 김천녀는 경찰에서 진술할 때 "피고소인이 1억원을 빌려 주면 이자는 월 3부 이자(300만원)를 익월 21일부터 매월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소인이 매월 3부 이자를 주겠다고 하였다"고 두 번에 걸쳐서 이자가 월3부 였다고 명백히 진술한 바 있습니다. (증거목록 5번 2쪽, 5쪽)

김천녀가 정말 그 당시 피고인과 통화를 하고 이율을 정하고 돈을 빌려 준 것이었다면 이렇게 경찰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 증언할 때의 이율이 다를 수가 없습니다. 채권자는 이율을 헷갈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6.김천녀가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 상황에 대하여

김악녀는 사건 당일에 피고인에게 돈을 받으러 갔다가 즉흥적으로 김천녀가 생각나서 김천녀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에게 1억원을 빌려 주라고 했고, 김천녀로 하여금 반찬값이라도 벌게 해 주겠다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김천녀 역시 사건 당일 갑자기 김악녀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 즉시 결정하여 피고인에게 1억원을 송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일인데도 김악녀는 당시 용의 주도하게 대부거래표준계약서(증거목록 2번), 수령증(증거목록 2번), 의뢰내용 각서(증거목록 6번), 약속어음, 채권자 일방이 약속어음 공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위임장 등을 준비하여 피고인을 찾아 갔습니다.

약속어음 공증을 받기 위한 일체의 서류를 미리 준비하고 갔다는 것은 피고인에게 "약속어음 공증만 해 주면 앞으로는 연장된 변제기까지 빚독촉을 하지 않겠고 다만 약속어음 공증이 의미가 있으려면 피고인의 계좌로 일단 1억원이 들어왔다가 나간 흔적이 있어야 한다"라고 유인하기 위한 계획을 미리 하고 난 다음에 피고인을 찾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7. 경험칙의 적용

김악녀, 김천녀, 이말자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배치될 때는 경험칙을 적용하여 고소인측과 피고인 중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추측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기존 채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닌데 채권자가 바뀌는 상황을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만일, 김악녀, 김천녀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고 한다면, 피고인은 전화 한 통화만을 한 후 생면부지의 새로운 채권자에게 1억원의 거액을 빌리는 것에 동의했다는 것이 됩니다.

이미 사채업자인 김악녀로부터 몹시 시달리고 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새로 채권자가 되는 사람이 어떤 무서운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새로운 채권자를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날 1억원 송금자의 명의는 김천녀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피고인이 몇 달 전인 2011. 3. 9.자로 김악녀에게 기존 채무 5,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송금했던 계좌주의 이름과 같았습니다. (증거목록 10번 55쪽, 56쪽)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악녀의 본명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편, 김천녀에 초점을 맞추어서 보면 무려 1억원이라는 거액을 단 한 통의 전화로 빌려 준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질 않습니다.

더구나, 김천녀는 전문 사채업자도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짧은 전화 한 통화를 한 후 바로 1억원을 송금해준다는 것은 경험칙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김천녀는 경찰서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어떤 관계인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일면식은 없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증거목록 5번 2쪽)

그러나, 법정에서 증언할 때는 찜질방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봐서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기이한 취지의 진술을 하였습니다.

결국 김천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과 전화로 한 번 이야기를 한 후 1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빌려주었다는 것이 됩니다. 그 1억원에 대한 담보도 전혀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어떤 부자라도 1억원을 빌려 주면서 차용인의 신용에 대한 조사도, 아무런 담보 확보도 없이(피고인이 전세보증금이 있다고 하였다면 당연히 그 전세보증금 계약서를, 김악녀를 통하여 확보하고 채권양도나 기타의 담보조치를 취하였을 것입니다.), 전화 한통화를 하면서 빌려주는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8.채권자란의 공란

한편, 증거목록 2번의 대부거래표준계약서를 보면 채권자(대부업자)란은 공란으로 비어 있습니다.

이는 김악녀가 당시 피고인으로 하여금 채권자가 새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은 피고인은 김악녀의 본명을,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 당시 김천녀라고 채권자의 이름을 기재해도 피고인은 그 이름이 김악녀와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지만, 김악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일부러 채권자 이름란을 공란으로 비워둔 것입니다.


9. 피고인의 주거지 이전 시기

김천녀, 김악녀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1. 7. 21. 김천녀로부터 1억원을 계좌로 송금받는 방법으로 차용하였고 김천녀는 그 이후로 피고인으로부터 이자든, 원금이든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천녀는 돈을 빌려 주었다는 날짜 이후로 단 한 번도 피고인과 전화통화도 하지 못했고, 답답해서 피고인의 집을 찾아 갔으나 피고인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주소이전을 해 놓았으므로 결국 한 번도 연락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증제1호는 피고인에 대한 주민등록초본이고 증제2호는 피고인이 2011. 7. 21. 당시 거주하고 있었던 서울 강남구 **동 **아파트 10동 509호의 월세계약서입니다.

증제1호에 따르면 피고인은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난 후인 2012. 11. 15.까지 그 아파트에 그대로 살고 있다가 그 날짜로 서울 서초구 **동 산**로 이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제2호의 월세 계약서에서도 제2조를 보면 임대기간은 2012. 9. 6.까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피고인은 2012. 11. 15.까지 그 주거지에 그대로 살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을 찾아 갔는데 이사를 갔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였고 이사를 한 주소로 찾아갔더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다는 김천녀의 진술은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2012. 11 15.부터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동 산 99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엄연히 살고 있는 곳이고 그쪽으로 우편물도 송부받고 있는 곳입니다.

김악녀나 김천녀는 2011. 7. 21. 이후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니, 이 사건 고소를 하게 된 2013. 8.경까지 한 번도 피고인에게 원금이나 이자 독촉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않는 내용증명을 몇차례 보냈을 뿐입니다.)

김천녀가 정말 피고인에게 1억원을 빌려 주었다면 바로 그 다음달의 첫번째 이자 지급시기인 2011. 8. 21.부터는 피고인을 찾아 갔어야 했고, 피고인의 주거지는 김악녀가 바로 그 전 달에 찾아가서 피고인을 만나고 왔던 그 아파트 그대로였으므로 금방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김천녀가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피고인이 받지 않아 통화를 하지 못했다는 진술도 거짓말입니다.


10.김천녀가 김악녀로부터 3개월 이자를 받았다는 증언

엉뚱하게도 김천녀는 이 사건 금원에 대한 이자 3개월치를 김악녀로부터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현금으로 받았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김천녀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3쪽)

김천녀가 피고인에게 빌려 준 이자를 김악녀로부터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와같이 진술한 까닭은 김천녀가 피고인에게 이자 지급 독촉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합리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자를 지급받은 근거를 제출하라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부터 혹시 추궁당할까봐 현금으로 받았다고 미리 증언하였습니다. 김천녀가 구태여 이자를 현금으로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김천녀는, 본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김악녀로부터 그 이전에 빌렸던 돈의 이자도, 자신(김천녀)의 계좌로 받은 일이 있는데 구태여 김악녀에게만 현금으로 이자를 지급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는 결국 김천녀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을 자신의 돈으로 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합니다.

그러니까 피고인에게 단 한 번도 이자나 원금의 독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김악녀는 피고인이 차용금 사기 범죄의 구성요건(금원 차용 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 한번도 갚지 않았다) 을 갖출 때까지 기다렸던 것입니다.


11. 2011. 3. 9.자 이자 송금 계좌

김악녀는 그 이전에 피고인에게 빌려 준 돈 5천만원에 대한 이자 두달치 3백만원을 2011. 3. 9. 자로 김천녀 계좌로 받았고 그 이유는 당시 자신의 계좌번호가 생각나지 않아서 동생인 김천녀에게 전화를 걸어 "네 계좌번호를 알려다오"라고 물어보고 이미영에게 그 계좌번호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김악녀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7쪽)

김악녀의 말을 아무 의심없이 무조건 곧이 곧대로 믿으면 모르겠으나 김악녀가 전문사채업자임을 고려하면 이것도 이상합니다.

전문 사채업자가 자기 통장 번호를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겠습니까. 즉, 이것은 김천녀의 그 계좌가 사실은 김악녀의 계좌임을 추정케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12.결어

피고인은 당시 채권자가 새로 생기는 것임을, 즉,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기존의 채권자인 김악녀에게 돈을 갚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 거짓말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증거목록 6번의 외뢰내용 각서에 <만약 차용금을 그 날짜까지 갚지 않을 시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빼서 갚을 것을 각서함>이라고 본인 스스로 기재해 놓고서도 경찰서에서 진술할 때는 그와같이 말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이 그 전부입니다.

피고인이 그와같이 진술한 것은, 의뢰내용 각서를 작성할 당시에 김악녀가 시키는 그대로 썼을 뿐이므로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차용금 사기 행각을 벌이려면 통상적으로 사기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적극적으로 기망행위를 해서 재산상이득을 편취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김천녀, 김악녀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김악녀가 김천녀에게 먼저 전화를 건 후 잠깐 피고인을 바꿔 준 것 밖에 없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추측할 때는, 피고인이 기존 채무 이자로 300만원을 입금한 B은행 계좌와 이 사건 금원 1억원이 출금된 C 은행의 계좌 모두 그 명의는 김천녀이지만, 실제 소유자는 김악녀입니다.

사채업을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의 계좌로 보기에는 그 금액 단위가 너무 크고, 입출금 내역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 은행에 입출금된 내역을 모두 추적하면 거래 당사자는 모두 김악녀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런 추적 과정 없어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케하는 증거(예를 들면 피고인과 김천녀와 사건 당일 통화한 물증)가 없으며, 정황적으로도 피고인이 설명하는 이 사건 금원 교부 경위가 훨씬 자연스럽기에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김천녀는 생면부지의 피고인에게 아무런 담보도 없이 선뜻 1억원을 송금하였으며, 자기가 빌려 준 돈의 이자가 월3푼인지, 월1푼5리인지도 헷갈리고 있고, 돈을 빌려 준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자독촉도 하지 않았다는 점들은 김악녀, 김천녀의 진술을 더욱 믿기 어렵게 합니다.

이말자는 경찰에서는 김천녀와 피고인이 전화 통화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서는 기억난다고 뚜렷이 증언하고 있으니 이것도 피고인의 입장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무쪼록 기록을 정사하셔서,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수 없을만큼 과연 이 사건에서 사기죄의 증거가 충분한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앙망하는 바입니다.


[7] 판결의 선고

선고기일에 재판장은, 어제 자정까지도 이 사건 기록을 검토했는데 판단이 아직 서지 않는다고 하면서 선고를 2주 후로 연기했다.

그리고, 2주 후에 재판장은 내가 제출한 변론요지서의 내용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이미영에 대하여 무죄선고를 하였다.

매번 법정에 나오는 김악녀는 그 날도 방청석에 앉아 있다가 이미영에 대한 무죄선고가 나자 재판장에게도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해댔다. 정말 무서운 여자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점잖은 재판장은 그냥 무시하였다. 내가 재판장이었다면 감치 결정을 하여 며칠이라도 감방에 보냈을 것이다.

이미영은 펑펑 울었다. 돈이 없는 그녀는 재판 준비하는 동안에 우리 사무실에 올 때마다 먹을 것을 사왔다. 그 중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본인이 직접 싼 김밥이란다.) 조그만 보온병에 생강차까지 끓여서 가지고 오기도 하였다. 돈 말고라도 마음을 표시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검사는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7] 실제 판결문의 내용


주 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5년경 대부업을 하던 김악녀로부터 이말자를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5,000만 원을 이자 월 3%로 차용하였음에도 차용원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김악녀, 이말자는 2011. 7. 21. 15:00경 서울 강남구 **동 **아파트 10동 509호 피고인의 집에 가서 피고인과 차용원리금의 변제에 관하여 논의하던 중, 피고인은 타인으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기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김악녀가 소개하는 피해자 김천녀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하여 김악녀에 대한 차용원리금을 변제하기로 하고, 김악녀의 주선에 따라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1억 원을 월 3%의 이자로 빌려주면 2011. 12. 19.까지 갚겠고 만약 그 때까지 갚지 않을 때에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임대차보증금을 빼서 갚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차용금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의 A은행 계좌로 1억 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아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김악녀, 김천녀 및 이말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에 의심의 여지가 있어 그것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김천녀를 기망하고, 그로부터 1억 원을 편취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말자는 경찰에서 김악녀가 당시 피고인의 집에서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한 적은 있으나 피고인이 그 사람과 통화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이 법정에서는 그와 달리 피고인이 그 사람과 통화하였다고 단정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또한 이말자는 피고인의 기존 대출금 5,000만 원과 이 사건 대출금 1억 원의 각 연대보증인으로서 피고인이 기존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김악녀로부터 자신이 상당히 시달렸다고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말자가 사실과 다르게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


2) 김악녀는 2011. 3. 9. 피고인으로부터 기존 대출금의 이자를 김천녀 명의의 B 은행 계좌로 송금받은 적이 있다. 김악녀는 그 이유를 당시 자신이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계좌번호를 몰라 급한대로 동생 김천녀에게 전화하여 그 계좌번호를 알아낸 다음 피고인에게 이를 알려주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채업을 하면서 대한 공증서류 등을 항시 준비하고 다닌다는 김악녀가 자신의 계좌번호를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3) 김천녀는 사채업을 하지 않고 언니 김악녀를 통해 가끔 돈거래를 할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위 1억 원이 이체된 김천녀 명의의 C 은행 계좌와 피고인이 김악녀에 대한 이자를 입금한 적이 있는 김천녀 명의의 B 은행계좌의 거래내역을 보면,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까지 큰 액수의 돈이 수시로 입출금된 내역들이 많은데, 이는 사채업에 이용되는 계좌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또한 위 계좌는 명의인인 김천녀가 아니라 사채업을 하는 김악녀가 이용하는 계좌는 아닌지, 나아가 이 사건 대출금이 김천녀의 자금이 아니라 김악녀의 자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4) 이 사건 대출금에 대한 이자율에 대하여도 김악녀와 김천녀는 연 36%라고도 하고 연 18%라고도 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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