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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Jan 07. 2024

마작을 배우다

개가 눈오는 날 뛰어다니는 이유^^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정도 내 사무실에서 친구들과 마작을 한다.


다음의 사진은 친구들이 오기 전에 내가 미리 셋팅을 해 놓은 장면이다. 




다 모이면 동, 남, 서, 북의 자리를 정하고(마작에서는 동, 서, 남, 북이 아니라 동, 남, 서, 북으로 부른다) 17줄의 2층으로 패산을 쌓고, 패산에서 각 13개씩 뽑아 가져가서 손패를 만든다. 


13개에서 1개를 버리고 패산에서 한 개를 가져오거나 다른 사람이 버린 패를 치, 펑, 깡 등의 방법으로 빼앗아 오는 방법으로 용 모양을 완성한다. 


용은 4개의 몸통과 1개의 머리로 구성된다. 똑같은 숫자나 글자 3개, 또는 이어지는 숫자 3개로 몸통이 구성되고 머리는 똑같은 숫자나 글자 2개로 구성된다. 


마지막 1개로 용모양이 완성되면 그 때는 버리는 패가 없으므로 손패는 14개가 된다. 즉 손패 13개로 시작해서 계속 교환행위(1개를 가져오고, 1개를 버린다)를 하여 용 모양을 만드는 게임이다.


몇 달 전에 사촌동생, 절친 2사람과 함께 4명이 대천으로 1박 2일로 놀러갔다. 그 때 사촌동생이 요즘 마작을 배워서 와이프와 함께 한다고 했다.


대단한 컴퓨터 게임들이 많으니까 마작은 젊은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겠지만 수십년 전만 해도 마작은 앉아서 하는 놀이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으로 손꼽혔었다.


사촌동생에게 마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은퇴를 하여야 하는데 은퇴 후의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로 마작이 괜찮게 여겨졌던 것이다.


과거에 마작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영화 '색계' 에서 마작하는 장면을 보고 매력을 느낀 적은 있었다.,


마작의 rule은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다르다. 같은 나라에서도 서로 약간씩 다르다.


나는 일본마작 중 리치마작을 배우기로 했다. 작혼(雀魂, mahjong's soul)이라는 웹 게임이 있다. 홍콩에 있는 회사가 만들었는데 여기서 리치마작의 rule을 채택했다. 그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AI와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그 사이트에 들어온 사람들과 할 수도 있다. 


마작은 4명이 모여야 게임을 할 수 있는데 4명이 모이기가 쉽지가 않다. 그럴 때 작혼에 접속하여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작혼은 젊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들 중 일부는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리치마작을 하는 법을 전수했다.


마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모았다. 나를 포함하여 6명이 되었다. 모두 마작에 관하여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다.


주최자인 내가 총대를 메고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하여 마작에 관한 공부를 하였다.


마작은 바둑만큼 어렵지는 않지만 포커 같은 카드 게임 보다는 룰이 복잡하다. 특히 리치마작은 룰이 더 복잡하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


마작관련 유튜브와 블로그를 찾을 수 있는데까지 찾아서 섭렵했다. 강의를 잘 하는 유튜버도 있었고 간판만 요란한 유튜버도 있었다. 그 중에서 쓸만한 강의는 한, 두 개 정도였다. 블로그도 여럿 있었지만 역시 제대로 강의를 하는 블로거는 한, 두개 정도였다.


그 한, 두개의 유튜브와 블로그는 정말 우수하였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그렇게 만드는 유튜버와 블로거를 보면 '좋아요' 표시만으로 감사표시를 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머릿속이 보인다. 지식이나 생각이 잘 정돈되어 있는 사람, 뒤죽박죽인 사람...


마작규칙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글을 썼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서 확인했다. 


그리고 카톡으로 마작멤버들에게 그 글을 보냈다. 내가 쌩(생)초보자이므로 역시 쌩초보자들인 그들과 눈높이가 맞았다.


당연히 마작멤버들 대부분이 열심히 안 읽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마작 게임을 실제로 하면서 그들은 서서히 익숙해져갔다. 사실상 은퇴자들인 그들인데도 뭐가 그리 바쁜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4명이 하는 마작인데도 6명의 마작팀을 만든 것도 그 점을 미리 고려한 것인데도 4명의 성원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임이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마작을 같이 하므로 끝나고 난 후의 술자리라는 덤의 즐거움이 있다. 


어제는 마작이 끝난 후 눈이 펑펑 쏟아지는 창 밖을 보면서 4명이 술을 마셨다. 멋진 풍경이었다.


내가 말했다. 눈이 오면 개들이 펄쩍 펄쩍 뛰어 다니는 이유는... 발이 시렵기 때문이다.


A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개들은 흑백으로만 색깔을 인식하는데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덮이면 그 변화가 심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B가 말했다. 눈으로 길이 덮이면 자기의 영역 흔적이 없어지기 때문에 영역 재확보를 위해서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것이다.


C가 B의 견해를 반박했다. 개가 징기스칸이냐? 흔적만 남기면 지 땅이 되게.


그렇게 서로 다투다가 B의 한마디에 논쟁이 종결되었다.


"내가 개한테 물어봤다니까!"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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