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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창가 Aug 30. 2021

영원히 늙지 않는 부자로 사는 게 천벌일까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드라마 <도깨비> 속 도깨비의 집, 운현궁



재벌 3세는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인기 직업이다. 최근으로 오면서 남자 주인공의 재력은 재벌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세상을 호령하는 왕, 지구인으로는 모자라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이제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귀신, 아니 도깨비까지 시공간과 신의 영역을 넘나든다. 종류는 다 다르지만 그들의 재력은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어마무시하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절대 죽지 않는 '천벌'을 받는 도깨비 역시 어마어마한 부자다. 화보에서나 볼 법한 천국 같은 화려한 집에 살고 있고 남들은 그 앞에서 감히 고개조차 못 드는 재벌 회장을 수족처럼 부린다. 여권 없이 문만 열면 외국을 내 집 드나들듯이 오갈 수 있고 심지어 그곳에서 가장 큰 호텔이 자기 꺼다. 돈은 너무 많아서 따로 직업을 가질 필요 없고 도깨비 마법으로 원하는 대부분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도깨비가 제 집 드나들듯 오가는 캐나다 퀘백


돈보다 더 귀한 젊음마저 갖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900년이 넘게 살고 있지만 그는 절대 늙지 않는다. 주변의 모두가 늙어가도 그는 그대로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청춘, 그것을 돈을 주지 않고도 샀으며 다른 손에는 그 돈을 고스란히 쥐고 있다.



아는 모든 이의 죽음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고통이고 고독일 수는 있다. 하지만 고려 시대부터 한 가문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가 그의 곁을 지키며 그가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임을 기억하고 주인으로 모신다. 이만하면 인간이 평생 살아가면서 단 한 명 얻기 어렵다는 영원한 친구까지 있는 셈이니 남 부러울 게 없다는 말을 써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그는 그런 삶을 살면서 고통스러워한다. 가끔 가슴에 꽂힌 검이 아프다며 괴로워하기는 하지만 그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공감이 가진 않는다. 만약 도깨비가 900년 넘게 끝없이 늙은 모습으로 허드렛일이나 하며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빌어먹고 사는 존재였다면 그건 천벌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받는 고통은 몸이 아닌 마음에 국한된 것으로 보이고, 마음의 고통이 몸보다 우선이라는 데 공감하는 나지만 그가 가진 게 워낙 많아서 검을 꽂고는 있지만 몸도 매우 편안해 보인다.



그럼에도 <도깨비>는 드라마라는 이유로 이 모든 게 용서된다. 환상을 얻고자 보는 드라마에 대해 세세한 디테일까지 죽자고 따지고 드는 것도 우습고. 사실 도깨비가 진짜 내가 위에서 말한 천벌을 받는 모습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아예 탄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900살 넘은 거렁뱅이 노인이 검버섯 핀 가슴에 검을 꽂고 거리에서 노숙하며 제발 검을 빼줄 신부를 찾는 모습이라니, 누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보겠는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제작비를 마련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도깨비가 화려하고 멋지게 사는 게 천벌이라는 건 절대 공감할 수 없지만 그렇게 설정한 걸 이해는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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