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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pr 30. 2024

화목순대국(여의도), 여기가 진짜였네


화목순대국은 여의도가 본점이고 방송에 주로 나오는 곳도 본점이다. 광화문은 분점.


여의도와 광화문. 서로 다른 지점이지만 같은 가게니까, 당연히 두 곳의 맛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광화문을 다녀왔었는데.

https://brunch.co.kr/@dontgiveup/314


아니란다. 들어가는 내용물의 종류와 국물의 질감이 다르단다. 그렇다면? 여의도 본점에 가봐야지.


그래서, 퇴근 후 여의도에 왔다. 대한민국 금융의 메카. KBS 별관 쪽이다.

KBS 별관


화목순대국 여의도 본점에 도착했다.

역시나 대기가 있다. 대기 없으면 섭섭하지.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입장했다.


실내는 아늑하다.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실내


반찬이 바로 세팅된다. 깍두기와 고추, 대파, 된장이다. 여기는 생 대파를 주는데 이게 또 은근히 국밥과 잘 어울린다. 먹어보면 안다.


묘한 구조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1.5층(?)이 주방인데, 저기서 국밥을 한 그릇씩 내려준다.


나왔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화목순대국. 작은 쟁반에 두툼한 뚝배기가 얹혀있고, 숟가락 하나가 푹 꽂혀 나온다. 무심한 듯 시크한, 뭐 그런 건가.


자 국물부터 맛보자. 국물이 역시 광화문과 다르다. 여의도는 광화문점보다 더 깨끗하고 가볍다. 광화문 국물이 더 맵고 찐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광화문이 백암농민쪽이라면 여의도는 약수쪽이다.


국물과 내용물로만 비교해 보자면, 여긴 광화문점과 아예 다른 가게다. 신기하네. 보통은 지점마다 레시피 차이가 없지 않나? 좀 밍밍하다. 새우젓으로 간을 좀 하니 딱 좋다.

새우젓


고기의 유무가 큰 차이를 만든다. 광화문에는 고기와 곱창, 순대가 같이 들어있어 깊고, 여의도는 곱창과 순대뿐으로 가볍고 날렵하다.


여의도는 밥 따로 달라는 요구가 불가능하다. 광화문은 밥 따로 주문이 가능하다. 참고참고.


이제 피순대로 바뀐 건가. 광화문은 당면순대였는데.

순대


곱창과 밥, 고소한 단백질과 달콤한 탄수화물의 조화. 곱창을 계속 씹으면 꼬소한 맛이 나온다. 질겅질겅 씹는 이런 식감의 식재료가 또 있던가. 곱창이 너무 푸짐해서 나중엔 턱이 좀 힘들었다. 턱운동 좀 하고 올걸.


곱창의 느끼함을 대파가 잡아준다. 대파를 된장에 찍어먹으니 입안이 화하다.


들깨가 조금씩 씹히는 국물이 좋다. 이 국물은 먹어봐야 알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아 홀린 듯 계속 떠먹게 된다. 호로록호로록.


밥알에 국물이 코팅되었다. 토렴식의 장점.


깍두기도 올려서 먹는다. 곱창과 깍두기가 같이 씹히는 식감이 재밌다.


맛있다.


다 먹었다.

완료


광화문 화목순대국과 여의도 화목순대국은 서로 다른 스타일이니, 혹시 화목순대국에 도전하실 분은 두 군데 모두 가보시는 게 좋겠다.


깨끗한 국물의 순대국밥을 좋아하신다면, 약수 혹은 화목(여의도)이 좋은 후보가 된다.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해 보자. 깨끗한 국물&&고기는 약수, 깨끗한 국물&&곱창은 화목(여의도)


취향에 맞는 맛집을, 그날그날 입맛이 동하는 상황에 맞게 알고 있다면, 그보다 더 뿌듯할 수는 없다. 남들이 블로그에 추천한 음식점이 아닌 나만의 맛집을 리스트로 가지고 있다면 세상 사는 데 조금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 후배들에게 밥을 사준다면, 기왕이면 개인적인 맛집에 데려가 소개하는 게, 더 의미 있다. 나도 그런 선배들은 잊지 못하니까.


여러분도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지.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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