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 Jun 16. 2024

설백가마순대국, 압구정에도 순댓국 맛집이 있네


압구정에서 브런치 말고 순댓국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비록 압구정에 왔지만,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땡길 때. 그렇다고 아무 국밥 가게나 들어가서 대충 때우고 싶진 않을 때. 그럴 때 적당한 선택지가 있다.


설백가마순대국.


이 동네 음식점에서 주차가 가능하다는 건 꽤나 큰 장점이다. 널찍한 주차장처럼 실내도 다닥다닥한 느낌 없이 깔끔하다. 땅 값 비싼 이 동네엔 꾸역꾸역 테이블 채워 넣은 가게가 많은데, 여긴 그래도 여유 있는 좌석 배치라서 마음에 든다.


기본 반찬. 무생채가 독특하다. ‘신의주 찹쌀 순대‘에서도 무생채를 줬었지.


나왔다. 순대국(보통)


맑은 국물 쪽이다. 설렁탕에 가깝다.


간이 되어 있지 않아서, 새우젓과 소금 그리고 다대기로 적당히 그림을 그렸다. 아, 들깨도 추가.

다대기가 괜찮다.


매콤한 맛을 더하려고, 청양 고추도 듬뿍 넣었다.


완성. 국물이 얼큰하고 시원하다.


건더기는 ‘와! 많다!‘ 정도는 아니다. 약수나 농민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 요새 워낙 순댓국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져서 건더기가 어지간히 많지 않아선, 손님 놀래키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순대. 공장 순대는 아니다.


새우젓 올려서 먹어보니 고소하고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고기가 많진 않아서, 바로 밥을 말았다.


하지만 국물이 괜찮아서, 건더기 양에 대한 섭섭함은 금세 잊었다.


무생채가 은근히 순댓국과 잘 어울린다. 같은 ‘무’인데도 깍두기와는 또 다른 식감.


부족한 반찬은 셀프바에서 편하게 가져다 먹으면 된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국물이 가벼워서 부담 없이 들어간다. 꾸덕하거나 쿰쿰한 느낌은 없다.


고기가 쫄깃하고 잡내가 없다.


국물이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아무래도 처음에 간을 잘했나 보다. 다대기 양도 적절했고. (스스로 대견해 함)


다 먹었다.

완료


무난하고 적당한 순댓국이다. 와우 포인트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점 또한 없다. 잡내가 난다거나,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있는 ‘마니아 타깃’의 순댓국은 아니지만, 여긴 압구정 이잖는가. 순댓국을 먹으러 일부러 압구정동에 오지는 않을 테니,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맛을 갖추어야 했겠지.


’순댓국이란 이래야 한다‘를 표현하는 맛이다. 진국 그 자체. 순댓국의 표준이 있다면 여기 일 듯. 넓은 주차장과 깔끔한 실내도 동네의 특징을 잘 드러낸 것 같다. 근처에 오게 되면 자주 들를 것 같은 예감이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남순대국, 약수역 순댓국의 절대 강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