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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9. 2024

초심, 불향 입힌 등갈비가 입에서 살살 녹는구나


고향 친구. 아, '고향 친구'라는 단어가 너무 올드하네. 뭐 어쩔 수 없지.

아래 글에서 낮술을 같이 했던 '고향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https://brunch.co.kr/@dontgiveup/296


오늘은 L의 추천.

L은 '이삿짐 센터 직원분들이 추천한 집이면 진짜 맛집이야~' 라며 우리에게 소개했다.

오케이 가보자.

전국 5대 등갈비 맛집이라는 둥, 이런저런 전설들이 내려오는 인천 등갈비 전문점 '초심'

초심


아직 본격적인 저녁시간이 아닌데도, 이미 실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면 또 믿음이 가지.


우리는 소주와 맥주를 급하게 시켰다.

왜냐면 날이 더우니까.


바로 불이 들어왔다.

숯이 굵다. 이 한 여름에 숯 피우시는 직원 분,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오이, 고추,  마늘. 등 각종 야채와 김치, 물김치, 파절이 등이 일사불란하게 착착 셋팅된다.

그런데 목장갑을 나눠주시네?


나왔다. 오늘의 주인공. '등갈비'

70% 정도 익혀 나왔기 때문에 숯불로 나머지만 익혀서 먹으면 된다. 고기에 밴 불향이 기가 막히게 좋다.


매운 등갈비도 시켰다.

일단 둘 다 맛보고, 더 맛있는 걸 추가로 주문하자는 L의 선택이 탁월하다.


숯 위에 올린다.

양념이 타니까, 자주자주 뒤집어줘야 한다.


손으로 잡고 뜯어먹어야 해서, 목장갑을 나눠준다.. 아이디어가 좋다. 젓가락보다 편하다. 손으로 들고 먹으니, 뭔가 원초적인 쾌감이 있다. 역시 인간은 손으로 먹는 동물이 맞나 보다.


잘 익은 등갈비 하나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뼈에 붙은 고기가 부드럽게 분리되어 입 안으로 들어온다.

고기 자체도 쫄깃하고 육즙이 많아 고소하다.

거기에 숯불향이 입혀져서 원초적인 쾌감을 자극한다.


고기를 뜯어먹다.라는 옛날 옛적 표현 그대로. 고기를 가위로 잘라서 먹지 않고 뼈 통째로 들고 뜯어먹는 것에서 오는 식감이 좋다. 타격감이라고 불러야 하나. 폭력적이다.


어느새 소주와 맥주를 섞었다.

역시 아저씨들은 이게 제일 편하다.


매운 등갈비는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인데, 달다. 매콤달콤이라고 표현하면 좋겠다.

하지만, 막 맵진 않고 적당히 매콤하다.

한 조각 먹고, '쓰읍'하고 맥주 한잔 마시면 딱 행복한 정도.

매운 등갈비


비빔국수도 빼놓을 수 없지.

근데 이 비빔국수가 새콤달콤 쪽이 아니라 묵직한 고추장 쪽이었다.

기대했던 바와 조금 달라서 실망했다.


백김치가 물건이더라.

갈빗살과 어울려 깔끔하게 입 안을 정돈해 주었다.

묘한 향이 있었는데, 아마 참기름이었던 듯. 참기름향이 백김치와 잘 어울리는 걸 이번에 배웠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시간이다.

‘어떤 걸로 추가해야 하나? 일반? 매콤?’

만장일치로 '매운 등갈비'의 승리.

매운 등갈비로 추가 주문했다.


내가 마늘을 그대로 불판 위에 올리자, L은 '아니 그거 마늘기름장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하더니 박력 있게 종업원께 부탁했다. 그러니까 가져다주시더라.

나는 보글보글 끓는 기름장 안에 마늘을 좋아한다.


나는 혹시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고 눈치 보느라 물어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런 건 내가 좀 배워야 한다.

L덕분에 맛있는 기름마늘을 먹었다.


마늘을 쌈장에 찍어서 등갈비에 올려 먹는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콩나물 파채도 매콤하니 맛깔났다.

등갈비와 어울리는 밑반찬 조합들을 참 많이도 준비해 놓았구나.

맛집은 역시 이런 디테일이 다르다.


다 먹고 나와서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입가심하러.

오랜만에 먹는 빵빠레.


C가 추천한 로컬 통닭집으로 이동했다.

'뚜벅이 옛날통닭'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사실, 지난번에도 방문했었는데 만석이었고, 대기가 너무 길어서 포기했었다.)


실내는 이미 꽉꽉 차있다.


떡볶이와 마늘 통닭을 주문했다.

내가 '아니 통닭집에서 웬 떡볶이?' 라고 묻자. L이 '그냥. 먹고 싶어서' 라고 답했다.

그치, 맞네. 먹고 싶은데 이유가 어딨나. 물어본 내가 이상한 거지.


통닭은 닭강정과 비슷한 느낌이다. 마늘향이 강하고, 청양고추가 겉에 입혀져 있어서 맵다.

맥주를 안 시킬 수 없는, 그런 맛이다.


그리고 떡볶이.

이거 맛없으면 L한테 '아 왜 이런 거 시켰어' 라고 구박하려고 했는데, 웬걸?

여기 떡볶이 맛집이네?

궁금해서 주방을 보니, 큰 솥에 떡볶이를 잔뜩 끓이며 한 그릇씩 퍼내는 구조더라. 대량 제작의 힘인 걸까.

떡볶이가 맛있어서 한참을 먹었다.


우리는 실컷 웃고 떠들고 먹고 마셨다.

그리고,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만날 것 같다.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옛날이야기, 실없는 농담도 계속할 것 같다.

티격태격 대고, 서로 구박하겠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편하게 맘 놓고 떠들어댈 수 있는 고향 친구가 있다는 게.

L과 C를 만나는 글은 매번 이렇게 끝맺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그 말만 하는 거다.


또 봅시다.


아, 맛집 소개 글이니까. 마무리는.

'초심', 인천 만수동 등갈비 맛집이네요. 근처 사시는 분들 도전해보시길.(매운맛 추천입니다)


오늘도 같이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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