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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23. 2024

왜 굳이 이 시간에 연락하나요?


회사에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구태여 업무 시간 이후에 슬랙으로 일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공유한답시고 전체 방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 말이다. 긴급한 내용도 아니다. 굳이 퇴근 시간 이후 보내는 메시지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나에겐 기준이 있다.

업무 시간 이후에 메시지를 보내야 될 일이 있을 때, 보내야 할지 말 지 판단하는 기준. 다음과 같다.


지금 보내지 않으면 제품 운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예를 들면, 시스템 장애 상황이나 외부 서비스의 긴급 요청 등이 있겠다. 그럴 땐 반드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업무시간이고 자시고, 불가피하다면 긴급 화상 미팅이라도 해야 한다. 상부 보고와 관련자 공유도 놓치면 안된다. 제품 운영에 영향이 있다면 시간 상관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전체방이든 개인이든 가리지 않고.


하지만, 제품 운영에 별 영향이 없다면?

내일 업무 시간에 보내도 되는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굳이 업무 시간 이후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개인메시지, 전체메시지 모두 마찬가지다. 다음날 업무 시간에 보내도 된다. 아주 간단한 원칙이다.



이런 리더도 있다.

굳이 밤 10시에 업무방에 지시를 내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잊어버릴까 봐 지금 보냅니다.
내일 ㅇㅇ 내용 확인해서 처리해 주세요.


내일 보내도 되는 거 아닌가? 잊어버릴까 봐 야심한 밤에 보낸다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잊어버리지 않도록 본인이 잘 관리를 해야지, 그게 프로 아닌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수첩을 사용하든, 메모앱을 사용하든 스스로 극복할 방안을 강구해야지.


자기가 잊어버릴까 봐 업무 시간 이후에 지시 메시지를 전체방, 혹은 개인에게 직접 보낸다니. 받는 사람들은 신경이 쓰이고, 결국 편히 쉴 수 없게 된다. 배려 따윈 없는 이기적인 업무 지시. 회사 단체 슬랙방은 개인 메모장이 아닙니다.


퇴근 이후에 전체방에 긴급하지 않은 업무 내용을 굳이 올리는 팀원, 혹은 불필요하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리더.

대부분 이런 사람은,

자기가 늦게 까지 일한다는 티를 내고 싶어 안달인 것. 

그뿐이다.


유치하고 촌스러운 광팔이 쇼잉일 뿐이다.

(자매품, '굳이 새벽 시간에 이메일 보내기'가 있겠다.)



일과 개인 삶의 분리는 직장인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휴식 차원이 아니라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일과 삶의 분리가 필수적이다. 저런 광팔이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팀 문화로 반드시 문서화하여 명시해야 한다.


퇴근 후 울리는 슬랙 알림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다음 날 업무 시간에 공유, 지시해도 될 내용을 굳이 사적인 시간에 꾸역꾸역 보내는 몰상식함. 공감 지능 부족으로 인한 무례함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 때문에, 주니어나 경력자들이 저런 행태를 '여기는 저렇게 퇴근 이후에도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 되나 보네.'라는 잘못된 문화로 받아들이게 된다.


저런 쇼잉 하는 불필요한 태도가 서서히 팀에 퍼지고, 조직 문화는 망가지게 된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앞다투어 퇴근 이후에 너도나도 ‘굳이’ 슬랙을 보내기 시작한다.


주간 중엔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고 놀다가 야근한답시고 저녁 먹고 자리에 앉아 꾸역꾸역 메신저를 보내고, 메일을 보낸다. 어차피 밤에 보고해야 하니 빨리 할 필요는 없다. 요즘처럼 유연근무제가 일상화된 시대에, 야근이 많아지면 아예 11시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저런 광팔이들의 행동을 누가 통제해야 하는가?


바로 리더다.


리더가 '퇴근 시간 이후에는 장애나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전체 메신저에 공유 자제 바랍니다.' 라고 명확히 팀 그라운드 룰에 명시하고, 수시로 제재를 해 줘야 한다. 안 그러면 저런 잘못된 문화는 서서히 팀에 퍼져, 조직을 망치게 된다.


리더가 할 일은 사사건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이 아니다. 기본적인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다. 실무자들이 알아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조직된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그리고 낙하산이 아닌, 제대로 된 사람들을 채용해 팀을 꾸린다면, 구축된 시스템 위에서 팀은 자연스럽게 굴러갈 것이다.


당신의 팀에는 저런 식의 광팔이가 없는가?

있다면, 좀비처럼 경계하고 멀리하라.

혹시 없다면 천만다행이다.

저런 문화가 조직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계속 살펴보자.

그것이 훌륭한 팀을 만드는 길이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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