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uo Sep 13. 2022

오랜 선배의 말

추석 연휴

시댁과 친정에 모든 숙제를 마치고 오랜만에 온전한 나 혼자만의 시간. 책도 읽고 티비도 보고,


그러다 문득 타지에서 홀로 지내는 내 첫 사수이지 직장 선배가 생각났다. 

아직도 차장님. 10년 전 그때의 직함대로 불러도 똑같이 막대하시는 한결같음이 이제는 좋다.


간단히 안부를 묻고, 부쩍 또 한 번 재미없어진 회사생활의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차장님 저 뭐해야 해요? 회사가 다 이런 건 알겠는데, 그래도 옛날에 프로젝트 끝나고 나면 

뿌듯하기라도 하고 가끔 재밌기도 했는데, 요즘은 결과도 안 나고 재미도 없어요.. 미화된 건가??”


어 미화된 거야. 회사에서 재미 찾는 사람 이해가 안가. 돈 받는데 뭘 재밌기까지 바래, 

그리고 그땐 그냥 어쩌다 신기하게 다 같이 머리 모아 일해야 될까 말 까니까, 

지지고 볶고 하면서 웃긴 일들 많아서 그렇지.”


아.. 맞네 무슨 재미는 재미야,


그래도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질 만큼 아주 조금의 뿌듯함은 있는 그런 일을 하길 바랬다.

나보다 5년 많은 연차의 선배의 “꿈깨”라는 직설적인 현실적인 답변은 씁쓸했지만 납득이 갔고 

사는 게 다 그렇구나 싶었다.


그렇게 씁쓸했는데, 선배는 이내 말을 이었다.


그냥 가끔 너를 위한 시간을 써, 너 그림 그리는 거 뭐 만드는 거 좋아하잖아 

그걸로 돈을 벌거나 뭐가 되라는 게 아니고, 그냥 온전히 너를 위한 그런 거를 하라는 말이야”


뭉클.

그래 그거였다.



작가의 이전글 감정 쓰레기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