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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May 23. 2021

역마살 모녀의 북해도 여행기 2

북해도는 죄가 없지

몇 년 전에 다녀왔지만 이후  민감한 한일관계, 노재팬 운동  등으로 인해 발행하지 못하다가 저장해뒀던 글을 다시 꺼내보며 북해도는 죄가 없지 하는 마음으로 발행한 글. 아마 앞으로 절대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북해도는 아름다웠다.


2017년 8월 9일 목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6시 30분 조식을 먹고 7시 10분부터 시작한 오늘의 일정은 내가 너무너무 오고 싶었던 비에이와 후라노의 꽃구경이다~~~♡
내가 북해도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바로 그곳이다.

1) 비에이 패치워크의 길
패치워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주변에 펼쳐져 있는 밭의 모양 때문이다. 이곳은 한 구역에서 같은 작물을 반복해서 심는 것을 막기 위해 밭을 나누어 콩, 옥수수, 메밀 등 각각 다른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밭의 모양이 서로 다른 천조각을 꿰매어 붙이는 '패치워크'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지게 된 것이다.  닛산, 세븐스타 등 일본의 유명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일본 사람들이 꼭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는데 그 광고를 못 봐서인지 그만큼의 감흥은 일지 않았으나 오는 내내 보이는 온통 초록 초록한 가로수길과 끝을 모르는 메밀꽃밭, 해바라기 꽃밭, 이름 모를 야생화 군락들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2) 아오이이케 호수
'아오이이케'는 푸른 물빛을 가지고 있는 호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고요한 호수였는데, 2012년에 아이폰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선 배틀 트립과 같은 각종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려졌다.
이 호수가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알루미늄을 포함한 온천수로 인해 생성된 미세한 입자 때문인데, 이 입자가 태양 빛과 충돌하여 우리 눈에 파랗게 비치는 것이다. 아무튼 이 호수의 빛깔은 어떤 말로도 표현이 잘 안 될 만큼 신비롭고 아름답다.

3) 시카사이 언덕
'사계절 색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거대한 언덕에 화려한 꽃밭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각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으로 인해 언덕의 색깔이 형형색색으로 바뀌고 이 곳에서는 트랙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특이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트랙터에 직접 타거나 운전하는 건 아니니 트랙터가 끌어주는? 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4) 팜도미타 농장
팜도미타는 후라노의 대표적인 농원이자 가장 인기가 많은 화원으로 여러 종류와 다양한 색의 라벤더를 재배하고 있으며, 라벤더 아이스크림과 멜론빵으로도 유명하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생각보다 맛있었고, 멜론빵도 맛있다.

5) 대게 뷔페 및 온천

그 비싼 대게를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겠다는 큰 꿈을 품고 갔으나 우리나라처럼 지금 막 쪄낸 따뜻한 대게가 아니라 식힌 건지 식은 건지 모르겠지만 차가운 대게라 아쉬웠다.  

저녁을 먹고 나니 가이드님이 호텔 1층에 노천온천이 있는데 물이 엄청 좋으니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가능하면 오늘 저녁 때도 하고 내일 아침에도 꼭 해보라고. 대학 이후로 동네 목욕탕도 간 적이 없는 데다 노천 온천이 처음이라 망설여졌으나 아무리 호텔 안이라지만 타국에서 엄마를 혼자 보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함께 내려갔다.  바로 노천 온탕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동네 목욕탕 같은 작은 실내 온천이랑 연결되어 있어 안에서 샤워를 하고 온천욕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오늘 처음 만난 패키지 팀원들과 의도치 않게 몸을 트게 됐다는 거... 그리고 난 뜨거운 온천물이 주는 시원함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역시 노천 온천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오늘 이동 시간을 따져보니 어제 묵었던 오타루 숙소에서 후라노까지 약 3시간 그리고 후라노에서 오늘의 숙소인 니세코 힐튼 호텔까지 약 3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북해도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는 하루였고 왜 여행사들이 후라노 코스를 잘 안 넣어주려고 하는지도 이해가 됐다.
아주 아주 긴~~~ 이동거리였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북해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하루였고, 초록 들판과 들꽃들은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안구정화 그 자체였다.

북해도는 완전 내 스타일!  완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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