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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May 21. 2021

어느 날 문득 그리워지는 그곳 무섬마을

무섬마을 첫번째 이야기

2017년 9월 30일의 기억


백만 년 만에 찾아온 황금연휴. 딱 오늘 출발하는 대만 여행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취소하고 그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자 다시 찾은 무섬마을.

재작년 여름에 김욱 가옥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너~무 좋았었는데 오늘은 바로 옆집인 '마당 넓은 집'이다. 대전에서 영주까지 기차로 3시간. 무궁화호의 리드미컬한 기차소리와 적당한 진동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으나 5분, 10분 간격의 도착 안내방송으로 잠을 자긴 글렀다. 어쩜 그리 정차역이 많은지... 간간이 졸다 창밖 풍경을 보며 오다 보니 길고 길었던 3시간이 어찌어찌 지나갔다.

10시 47분 영주역 도착. 일단 밥부터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백팩 무게가 장난 아니다. 최소한의 것들만 챙긴 건데도 안 메던 거라 그런지 어깨가 아프다. 국토대장정? 배낭여행? 이런 건 절대 못하겠다...
역 주변에 식당은 많은데 딱히 땡기는 곳이 없어 너무나 익숙한 홈플러스에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장을 봤다. 2박 3일  있는 건데도 살 게 엄청 많다. 어깨에 배낭을 메고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버스를 타려고 보니 엄두가 안 난다. 역시 안 되겠다... 결국 택시를 타고 마당 넓은 집까지 편안히 왔다.

아직 입실시간이 안 돼서 짐만 방 안에 들여놓고 '쉬었다가게'에서 아이스라떼 느낌의 미숫가루라떼를 한 잔 마시며 복실이, 푸름이와 인사를 하고 나니 몸이 노곤 노곤해진다. 정신을 차리고 나른한 몸을 일으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리를 건너는데 물살 때문인지 자꾸 현기증이 난다. 간신히 중간까지 건너가 쉼터에 걸터앉아 따사로운 햇살 아래 강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 좋다~~ "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긴 산책을 끝내고 방에 들어오니 이상하게 낮술이 땡긴다. 맥주 두 캔을 순식간에 마시고 또 몸이 나른해진다. 일단 누워서 책을 읽으려는데 3페이지나 읽었을까? 눈이 스르르 감긴다. 막 잠이 들려는데 밖에 사람들 소리가 웅성웅성... 이름대로 마당이 넓어서 좋긴 한데 천일홍이랑 맨드라미까지 심어져 있으니 사람들이 재잘재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연휴라 사람이 많아서 더 시끄러운가 보다. 잠을 자긴 글렀고 책이나 읽으며 빈둥거리다가 저녁 산책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원래 있던 골동반이 무섬 식당으로 바뀌었다. 분명 배가 고프지 않다 했는데 청국장에 밥 한 그릇을 말 한마디 없이 뚝딱 해치웠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사방이 깜깜해지고 유난히 달이 밝게 빛난다. 이제 곧 보름달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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