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모든 일상을 포기한 채 우울하게 보냈던 2020년을 보내고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얼떨결에 맞이한 2021년.2020년에 얻은 건 야금야금 찐 뱃살과 억울하게 먹은 나이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20세 이상 성인에게는 나이를 한 살씩 빼줘야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투덜투덜 맞이한 신축년이었다.
그러나 사실 2020년도 그리고 신축년 새해도 아무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 요망한 코로나19에게 죄가 있을 뿐. 이렇게 투덜거리며 맞이한 새해 이건만, 새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함박눈을 선물해 주었다. 마치 그간의 고생을 다 안다며 우리를 위로하듯이~
새해 첫날부터 내린 눈으로 마음의 위안은 받았으나 추운 날씨와 여기저기 쌓은 눈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내 마음의 발목을 자꾸 끌어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내 귓가에 계속 속삭였다.
그렇게 집콕에 지쳐갈 즈음. 베란다에서 내다보니 추운 날씨가 조금 누그러드는듯 싶고, 햇빛도 살살 나는 게, 더 이상 길도 미끄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래! 눈 보러 나가자~! 눈이 쌓인 김에 오랜만에 어그부츠까지 신었다. 내 차도 눈이 소복이 쌓였네. 차가 밤새 꽁꽁 얼어있었을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짠했는데 누군가 옆 차 위에 만들어 놓은 귀여운 눈사람에 잠시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코로나에 추위에 어디 갈 곳도 없고... 자연스럽게 나의 발길은 보석사로 향했다. 가는 내내 온 산에 눈이 쌓여있고 지나치는 작은 마을에도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다. 보석사 들어가는 전나무길도 양 옆으로 눈이 쌓여있다. 산 쪽으로 올라가니 나무 그늘 때문인지 눈이 녹지도 않고 양털 카페트를 깔아놓은 듯 폭신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골라 밟으며 뽀드득뽀드득 ASMR이 따로 없다. 눈이 오면 강아지들이 제일 좋아한다는데 오랜만에 나도 눈 만난 강아지마냥 기분이 좋다. 귀찮아도 나오길 참~~~ 잘했다.
그리고 지난가을에 새끼였던 주차장 앞집에 사는 고양이들이 고새 많이 컸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좀 가까이 다가가니 엄마, 아빠, 아기 고양이 할 것 없이 모두의 눈이 또로록~ 나한테 쏠린다. '넌 뭔데 우릴 쳐다보냐?~~~'하는 느낌? 너무 귀엽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