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2018년 1월 11일
어제 그렇게 피곤했음에도 새벽 3시가 되자 눈이 번쩍 떠진다. 한국이랑 8시간 시차가 나니 밤낮이 바뀐 거나 다름없다. 잠을 더 청해 보지만 정신은 말똥 말똥.. 침대에서 좀 더 뒹굴거리다가 준비하고 6시 30분에 조식을 먹고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두오모 성당으로 출발했다.
* 밀라노 두오모 성당
밀라노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 도착했다. 날씨가 조금 흐린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성당을 직접 보니 정말 '와~~' 소리밖에 안 나왔다. 연신 감탄하며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필수코스처럼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성당 밖으로 나와 254계단을 올라가면 성당 지붕이 나오는데 그 꼭대기에 황금색의 성모 마리아 상을 비롯해 2,000개의 성인상과 135개의 소첨탑이 성당을 장식하고 있다. 조각상의 디테일이 정말 장난 아니게 멋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감탄하는 것뿐...
* 산타마리아 벨라 그라치아 성당
이 성당에 붙어있는 도미니꼬 수도원의 식당 벽에 그려져 있다는 그 유명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 열심히 찾아갔으나 프레스코화가 아닌 유화 작품이라 손상되기 쉬워 15분에 20명씩만 들어가도록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지금 예매하면 저녁 때나 볼 수 있다고 하니 베네치아에 가야 하는 우린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셋이서 여행책을 읽었으면 뭐하나 이렇게 결정적인걸 까먹으니... 우린 어쩔 수없이 성당에 들어가 기도만 드리고 왔다. 예약 없이 간 우리가 너무 무모한 거였다.
* 스포르체스코 성
규모가 어마어마한 스포르 체스 코 성. 다빈치와 브라만테가 참여해서 만든 르네상스식 건축물이란다. 성 안에는 각종 박물관이 있어 내부까지 다 보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리고 성 뒤쪽으로 센 피 오네 공원이 있어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 좋다. 근데 난 여섯 글자밖에 안 되는 성 이름이 왜 이리 어려운지... 몇 번을 들어도 까먹는다.
*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
'세계 패션의 중심지 밀라노'라는 말과 어울리게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매장이 있고, 신규 브랜드들 역시 이 곳에 제일 먼저 소개된다고 한다. 어딜 둘러봐도 명품 브랜드들이 보인다. 백화점 명품관을 거리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그리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다 모델 같다. 다들 키도 크고 비율도 좋은 데다 옷도 잘 입는다. 괜히 밀라노가 패션의 도시가 아닌가 보다.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때가 다 돼서 나폴리 레스토랑이라고 쓰여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별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인데 나름 핫한 식당인가 보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들어가서 앉았는데 주문받을 생각도 안 하고 물도 안 주길래 '아니 이 식당은 손님이 왔는데도 물도 안 주네'라고 투덜대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 여긴 이탈리아였지!'라고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이 1인 1 피자에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주문한 마르게리따 피자는 정말 정말 맛있었지만 스파게티랑 리조또는 별로였다. 특히 리조또에 들어간 새우에게선 홍어의 향기가 났다. 대체 새우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아마도 우리가 한국에서 먹어 온 이탈리아 음식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때 먹을 샌드위치랑 카프레제 그리고 이탈리아 맥주를 샀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동양 여자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길거리에 보이는 여자들 대부분이 8등신의 미녀들인데 굳~이 동양 여자를 좋아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근데 여기 슈퍼마켓 아저씨한테 '뷰티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당연히 립서비스였겠지만 들어서 기분 나쁜 말은 아니니 웃음으로 답했다.
호텔 가서 짐 찾고 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걸려 베네치아 도착했다. 역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고 수상버스와 택시들이 보인다. 베네치아에 왔음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라 호텔에 짐만 두고 나와 베네치아의 밤거리를 산책하고 돌아왔다. 내가 베네치아에 와 있다니... 침대에 누워서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