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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l Stem Dec 20. 2020

공부방은 망했지만 교육은 성공했다

특별한 결과


 나는 공부방을 운영했다. 실제로 내가 공부방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미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가 있었고 주도적으로 담당하던 선생님이 그만둔 상태였다. 그 자리를 내가 맡게 된 것이다. 나에게 특별한 지시 사항은 없었고 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학원에서 중등 수학 강사를 한 경험이 있어서 수학 수업부터 시작했다. 내가 시작할 때 이미 학생이 2명이 있었다. 공부방을 맡아서 시작한 건 12월 말이었다.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 모두 예비 중1 학생이었다. 


 그중 남학생 친구는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나와 함께 했다. 그리고 이 친구는 고등학교를 진주에 위치한 마이스터 고등학교인 항공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현재 고등학교 입학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설명을 보태야겠다. 현재 고등학교 총 4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 인문계 고와 특성화고 그리고 특목고, 마지막으로 마이스터고등학교가 있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한 분야의 기술명장으로 교육하는 목적을 가진 학교이다. 그중 항공과학고등학교는 항공분야의 기술명장을 만드는 학교로 특별히  졸업 이후 공군 기술부사관이 된다. 특히 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육비를 지원해 주고 기숙사와 일정 금액의 장학금을 준다.  


 혜택이 많다 보니 일단 성적이 좋아야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 자체에서 보는 시험에도 응시해야 하고 체력 테스트도 보아야 한다. 입학시험에 떨어지면 고등학교를 재수하는 학생들도 있는 곳이다. 


 이 어려운 과정들을 잘 통과하여 최종적으로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기분이 좋았다. 대형 학원, 과외 등 사교육을 받아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인데 작은 공부방에 다니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이렇게 한 학생이 좋은 학교를 들어가면 공부방에 학생들이 많이 등록하지 않았을까? 사실 나도 조금은 그런 기대를 했다. 실제로 몇몇 학생들이 오기는 했지만 공부방에 등록한 친구도 별로 없었고 등록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은 다니지 못했다. 다른 대형 학원들은 이런 입시 결과를 광고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이 학생의 부모님은 나에게 고등학교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공부방 덕분에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며 감사하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학생이 잘 해서 합격했다고! 물론 내가 함께해 준 것이 있지만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학생이 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리고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입시 성적을 보고 공부방 상담을 온 학부모에게 당당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학생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아마 대형 학원이나 학생을 꼭 학원에 등록시키려는 학원이었다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을 꾸며내는 말을 못 했다. 사실을 너무 사실대로 건조하게 전달만 했다. 그래서인지 공부방에는 학생들이 별로 늘지 않았다. 학생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공부방 운영이 가능한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내가 공부방 운영을 그만하기로 하면서 뒤돌아 봤을 때 내린 결론은 이랬다. 분명 교육적으로 학생들에 긍정적인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학부모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다른 학원들은 학생들을 괴롭히면서 테스트도 매주 보고 얼마나 학원에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지 보여주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게 학생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방 운영에는 실패했지만 나는 특별한 결과를 학생과 함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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