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붕붕이를 끌고 포천 여행을 다녀왔다. 산정호수 옆 한화콘도에서 잠을 잔 후 다음날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가려 길을 나섰다. 생각이 짧은 내비게이션이 좀 더 빠른 길을 알려준답시고 서울로 안내하는 바람에 강변북로에 들어섰는데 과연 서울은 다르다. 어마어마한 자동차 물결이 좁은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교통 법칙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생각과 생활방식이 다른 수백 명의 운전자가 직진 신호등 앞에서는 직진을 하고 좌회전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이동한다. 어깨가 떡 벌어진 고급차량도, 쌩쌩 칼치기를 하던 폭주족도 빨간 불이 켜지면 어깨를 웅크리고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라.
운전을 해보니 직진과 좌회전 표시 외에도 중요한 표지판이 몇 개 있다. 그 중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건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이다.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보호받지 못하는 좌회전이라는 뜻으로 여기서 좌회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내 책임이 된다.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좌회전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좌회전 깜박이부터 켜야 한다. 그래야 직진하려는 차들이 미리미리 옆 차선으로 이동한다. 파란 신호등이 켜지면 마주 오는 직진 차량이 없을 때까지 기다린 후 좌회전하면 된다. 좌회전을 할 때 맞은편 차량이 우회전을 할 수도 있기에 끝까지 도로를 살펴야 한다. 비보호 좌회전 도로에 감사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빨간불일 때도 슬금슬금 좌회전을 하는 차들이 종종 있다. 그런 차량을 자주 목격해 빨간불이여도 차량이 없으면 좌회전이 가능한 줄만 알았다. 찾아보니 불법이더라.
‘좌회전 감응신호’ 라는 것도 있다. 감응신호란 좌회전 차선의 특정구간(도로 위에 그려진 네모칸)에 차량이 서 있으면 감지기가 차량을 인식해 잠시 후 좌회전 신호를 주는 방식이다. 인적이 드문 횡단보도에서 버튼을 눌러야만 보행자 신호등이 작동되는 신호등과 유사하다. 감응신호 표지판이 있다는 건 좌회전 표시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니 뒤에 있는 차가 좌회전하라고 빵빵거리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우회전은 신호등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할 수 있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우회전을 하기 전 직진 차량이 없는지, 오토바이나 전동 퀵보드는 없는지,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 불인지 모두 확인 한 후 천천히 이동한다. 드물긴 하지만 우회전 전용 신호 표시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우리 동네도 백운호수에서 청계사 가는 방면에 한 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렇게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을 경우에는 우회전 신호등이 켜질 때에만 우회전을 할 수 있다.
유턴 신호 표지판도 종류가 다양하다. 유턴은 자동차가 가는 방향에서 180도로 회전하여 반대 차로로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을 말한다. 유턴 표시 아래에 ‘유턴신호시’ 라고 적혀 있다면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니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장 많이 접하는 건 유턴 표시 아래에 ‘좌회전시, 보행신호시’ 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다. 좌회전 신호를 받은 차량이 좌회전을 하며 반대편 차량을 막아주기에 비교적 안전하게 유턴을 할 수 있다. 이때 우회전 차량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반대편 차량 이동이 없기에 유턴이 가능하다. 비보호 유턴도 있다. 달랑 유턴 표시만 있는 표지판이다. 교통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모든 신호에서 눈치껏 유턴하라는 말인데 초보인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유턴 대기를 기다리는 차량이 여러 대일 경우 앞차부터 순서를 지켜 돌아야 한다. 유턴 금지라고 적힌 표지판도 있다. 이 구간에서 회전을 시도한다면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 되기에 과태료 9만원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