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넌 이름이 뭐니?

by 유자와 모과

어릴 적 ‘연상의 여인’ 이라는 문장을 처음 봤을 땐 연상이 뭔가 아름답고 고귀한 의미인가보다 추측했다. 나중에 그 뜻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란 걸 알고 황당해 했던 기억이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세단’ 이라 하면 비싸고 좋은 차를 뜻하는 건가보나 추측했다. 알고 보니 4개의 차문이 있고 짐을 싣는 트렁크룸이 있는 일반적인 승용차를 일컬어 세단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세단은 가족용이나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좋아 가장 많이 생산되는 모델이다. 자동차는 유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캠핑을 좋아하는 지인은 세단을 타다 SUV로 갈아탔다. 캠핑 도구를 많이 실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단다. SUV는 레저 활동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차로 차체가 높고 비포장 도로도 씩씩하게 잘 달린다. 쿠페도 있다. 원래 2인승 세단형 승용차를 쿠페라 불렀으나 요즘에는 4인승이어도 좌우 문이 두 개이고 천장 높이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스타일이면 쿠페라 부른다. 청명하고 쨍쨍한 한낮에 해안가를 드라이브 하기에는 오픈카가 제격이다. 오픈카의 바른 명칭은 컨버터블로 만약 이탈리아나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났다면 컨버터블을 탔을지도 모르겠다. 컨버터블은 지붕을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스타일로 천으로 만들어진 지붕은 소프트톱, 차체와 같이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진 지붕은 하드톱이라 한다. 픽업은 소형 트럭의 일종으로 좌석 뒤편에 덮개가 없는 짐칸이 있는 차량이다. 배달차량으로 주로 사용한다.

자동차는 형태에 따라 장착되는 엔진 기통 수도 다르다. 단기통은 실린더 하나만으로 구성된 엔진을 뜻하는데 소형 모터사이클이나 예초기에 주로 쓰인다. 모닝이나 레이 같은 경차는 3기통이 사용되고 일반적인 자동차는 4기통이 달려 있다. 볼보나 아우디 같은 차량은 5기통이고 6기통은 고급차에 주로 쓰인다. 기통이 많을수록 회전이 부드럽고 가볍게 고회전에 도달한다.


굴림 방식에 따른 특징도 있다. 2021년 1월 수도권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수입차의 굴욕’이 화제가 되었다.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페라리, 벤츠, BMW 등 고급 승용차들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버려져 있는 사진이 속속 올라왔기 때문이다. 고급 승용차는 뒷바퀴 굴림(후륜구동) 방식을 주로 채택한다. 이는 엔진 힘을 뒷바퀴에 전달하여 굴리는 방식으로 승차감이 좋고 앞뒤 무게가 안정적이다. 하지만 차체가 앞에서 이끌어주는 앞바퀴 굴림(전륜구동)과는 달리 뒤에서만 밀어주기에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뒷바퀴가 헛돌며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후륜구동 자동차 소유주께서는 펑펑 눈이 내릴 땐 집에 머물러 주시길.

대부분의 자동차는 앞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한다. 구동계가 앞부분에 모여 있어 만들기가 쉽고 생산 단가도 저렴하다.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사륜구동도 있다. 대부분의 SUV 자동차가 여기에 속하는데 평소에는 앞바퀴 혹은 뒷바퀴만 굴리다 험난한 지형에서는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대부분의 버스는 트렁크 부분에 엔진을 싣고 뒷바퀴를 굴리는 RR 구동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노면의 접지력을 높이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부담을 덜어준다. 폭스바겐이나 포르쉐도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차량 내부로 들어가 보자. 실내 공간에도 고유한 이름이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계기판이다. 계기판에는 엔진회전계. 속도계. 연료계 등이 표시된다. 출발하려 할 때 경고를 뜻하는 빨간 불이 하나도 없어야 정상이다. 달리다 보면 햇빛에 눈이 부실 때가 있다. 그럴 땐 천장에 달린 선바이저를 내려 햇볕을 가린다. 운전석과 조수석 앞에 달려 있는 선바이저는 눈부심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달려있지만 그 안에 작은 거울이 있어 화장을 하거나 립스틱을 바를 때도 유용하다. 콘솔박스는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 사이에 위치한 수납함으로 각종 물품을 보관한다. 음료를 놓는 컵 홀더도 딸려 있어 운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성인이 조수석에 앉았을 때 무릎 높이쯤에 있는 수납공간은 글로브박스라 부른다. 내부가 깊숙하여 각종 잡동사니를 넣어 두는 공간으로 쓰인다. 따라서 수납함을 열면 우르르 물건이 쏟아질 위험이 크다(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센터페시아라는 다소 어려운 용어도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박스로 에어컨, 히터,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달려 있다.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 유리창이나 카달로그 뒤편을 살펴보면 간단한 표 하나가 그려져 있다. 제원표라고 하는데 소개팅 어플에서 제공하는 신상 명세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제원표에는 그 차의 성능과 특성 대부분이 담겨 있기에 표를 통해 그 차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중요한 단어 몇 개만 이해하면 전시장에서 눈으로는 확인 할 수 없는 자동차 특징을 쉽게 알 수 있고, 자동차 관련 기사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전장은 자동차 총길이를 말하며 전폭은 차폭을 의미한다. 전고는 자동차 높이이고 휠베이스는 자동차 앞 타이어 중앙에서부터 뒤 타이어 중앙까지 직선거리

를 뜻한다. 주로 실내 공간 크기를 파악하는 척도로 쓰인다. rpm은 1분에 회전하는 엔진 회전수를 의미하는 데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 <포드 앤 페라리>를 보시라. 최대토크과 최대출력은 엔진의 힘을 나타낸다. 토크는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힘이기에 언덕을 오른다면 스포츠카보다 대형 트럭의 토크가 더 높을 수 있다. 반면에 출력은 더 빨리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힘이어서 스포츠카가 대형 트럭에 비해 토크가 낮다 낮더라도 출력이 높아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 우리 붕붕이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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