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보조식품 세계에 눈을 뜨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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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영양제를 챙기는 분들이 아니었다. 다른 집 식탁 위에 흔히 놓인 비타민조차 없었다.

일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심각한 병도 없으니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그러다 부모님 나이가 60이 넘어가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모님 집에 갔더니 빨간색 비타민 알약이 가득했다.

부모님은 식사 때마다 1,000mg 비타민을 한 알씩 챙겨 드셨다.

우리 몸에 비타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 후 내게도 매일 먹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비타민 상자를 품에 안고 집을 나서며 생각했다.


‘부모님이 건강식품에 관심을 갖다니,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세상에는 건강 보조 식품이 무한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부모님 집에 갔더니 디올 자도르 향수병 같은 잘록한 유리병이 잔뜩 놓여 있었다.

병 안에 담긴 건 소금이었다.

엄마는 나를 앉힌 후 천연 미네랄 강의를 시작했다.

미네랄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의 소금은 오염되어 있으니 좋은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소금은 미네랄 덩어리인데 틈틈이 먹으면 온몸이 다 좋아져.”

“저번에 비타민 먹으라고 할 때도 똑같이 말했잖아.”

“아니야. 이건 달라. 이제 엄마 아빠는 이 소금만 먹으면 절대 아플 일 없을 거야.”


확신에 찬 말을 듣는 순간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소금을 잔뜩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금을 먹은 지 반년쯤 지났을까.


부모님 집에 갔더니 식탁 위에 도자기로 만든 머그 컵, 주전자, 반찬통, 냄비 따위가 놓여 있었다.

어라? 집을 잘못 찾아왔나? 엄마가 그릇 산다고 돈 쓸 분이 아닌데.

어디선가 홀연히 등장한 엄마는 나를 앉히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황토로 만든 도자기인데 그냥 도자기랑은 달라. 여기에 음식 넣고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음이온이 발생해서 음식 분자를 싹 바꿔주거든. 우리는 요즘 모든 음식을 여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단다. 고기도 여기에 넣어 렌지에 돌리면 훨씬 맛있어. 그렇죠, 여보?”

“하림아, 생각보다 맛있어. 한번 먹어봐.”


엄마는 나를 위해 특별히 삼겹살을 사왔다고 했다.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빠는 능숙한 동작으로 평평한 황토 냄비 바닥에 대패 삼겹살을 한 장 한 장 펼쳤다.

비싼 미네랄 소금을 톡톡 뿌리고 뚜껑을 덮어 전자레인지에 5분 돌리면 삼겹살 찜 완성(맛은 상상에 맡기겠다).

그러고 보니 전자레인지도 한 대 더 구입하셨구나.


그제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부모님 체력이 얼마나 약해졌기에 저렇게 비싼 물건을 덥석 덥석 사는 걸까?

부모님이 대전에 사셔서 자주 방문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길 기도하며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그 뒤로도 부모님 집 문을 열 때마다 다양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몸의 독소를 빼준다며 식이유황으로 만든 알사탕만한 환을 입안에 굴리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먹으면 방귀가 자주 나온다).

족욕기처럼 생긴 기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아빠를 발견하기도 했다.


“아빠,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응. 이게 전기로 독소를 빼는 거야. 봐봐. 물이 까매졌지? 너도 해야 되니 발 씻고 오렴.”


부모님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척추를 바로 세워준다는 신발을 구입했다.

고무 관장기를 사서 직접 관장을 하기도 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는 위가 약해져 소화를 잘 못하고, 엄마는 엉덩이에 염증이 생겨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할 뿐인데 왜 저렇게 건강식품과 건강 기구에 집착하지?

작은 질병들이 매순간 얼마나 큰 고통으로 느껴지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나는 매우 건강한 상태였으니까.


건강식품을 맹신하는 부모님께 그런 건 아무 도움 되지 않으니 운동이나 열심히 하시라고 짜증을 냈다.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불신은 점점 높아졌다.

그런 걸 만드는 회사들은 어수룩한 노인들 주머니나 터는 나쁜 회사라 생각했다.

부모님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부모님은 내가 비난하건 말건 몸을 고치겠다는 의지 하나로 도장 깨기를 하듯 새로운 건강식품을 섭렵해 나갔다.

몇 년 후 반전이 일어났다.


부모님은 우연히 단백질 보충제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기력이 없어 한의원에 가는 중이었다.

할머니 한분이 쌩쌩하게 걸어가는 걸 보았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대체 뭘 드셔서 그렇게 건강하시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누에고치 실을 뽑아 만든 단백질 보충제를 소개했다.


엄마는 단백질 가루를 먹고 힘이 났다.

아빠도 먹었다. 아빠도 힘이 났다.

부모님은 일회용 믹스 커피 같은 가루를 하루에 몇 포씩 꾸준히 드셨다. 꽤 비싼 가격이었다.

나는 이런 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우리 돈으로 사먹는 건데 네가 왜 난리니. 사줄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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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줄 돈이 없던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식품을 먹은지 몇 달이 지나자 아빠 뱃속이 편안해 졌다.

소화가 안 되어 좋아하는 짬뽕도 멀리하셨는데 이제는 드실 수 있을 만큼 위가 회복되었다.

아빠는 그전에 위를 고쳐 보려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한 양심적인 의사가 더 이상 쓸 약이 없다고 말해 준 후로 병원 약을 다 버렸다.


더 신기한 건 아빠 혈압이 낮아졌다는 거다.

아빠는 18년 동안 고혈압 약을 먹었다.

아미노산을 6개월 섭취한 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 고혈압 약을 끊었다.

엄마는 부정맥과 빈혈이 사라졌다.


아빠는 소화가 되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식품을 주변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당뇨가 완화되고 체력이 회복되었다는 지인들의 소식을 들으며 기뻐했다.

건강 보조 식품이 모두 엉터리는 아니었다.

수많은 건강식품 중 자신에게 맞는 걸 찾으면 효과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처음처럼 획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그 다음부터는 나아진 몸을 유지하기 위해 식품을 복용한다.

아빠의 소화기능은 원활해 졌지만 엄마의 엉덩이 염증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엄마에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지인이 소개해 준 발효 효소를 물에 희석해 마시고, 아픈 부위에도 꾸준히 발랐더니 염증이 줄어든 거다.

가족들은 엄마 말을 믿지 않았다.

병원에서 수술도 받고 침도 여러 번 맞았지만 수년 간 낫지 않던 염증이 효소 때문에 나았다고? 에이 설마.

하지만 엉덩이가 아파 삼십분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했던 엄마가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나는 아직도 엄마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보면 놀랍다.


친구 어머님이 눈이 불편해 몇 년을 고생하셨는데 어느 병원에 가서 그걸 딱 고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님이 처음부터 그 병원에 가셨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하니 친구가 대답했다.

엄마가 그동안 이 병원 저 병원 수없이 찾아다니다보니 우연히 본인에게 딱 맞는 병원을 발견했고 거기서 눈을 고치게 된 거라고.

처음부터 맞는 병원을 찾기는 힘들다고.


며칠 전 부모님 집에 갔다가 생수병이 잔뜩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이건 또 뭐냐고 물으니 게르마늄이 들어간 천연 암반수라고 한다.

엄마가 목마름이 심해 밤에 깨면 몇 번이나 물을 마시는데 게르마늄 물을 마시고 자니 목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물이로세.


지금까지 부모님을 관찰한 결과 건강식품을 먹었을 때 몸에서 금방 반응이 온다면 그만큼 몸이 약하다는 신호 같다.

부모님이 드신 수많은 식품 중 내가 효과를 본 건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님의 회복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에 더 이상 건강식품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

30대는 효과가 없지만 60대에는 전혀 다른 반응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제는 주변에서 누군가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 병에는 이 건강식품이 효과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