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아. 자꾸 핸드폰에 용량 부족 메시지가 뜬다. 데이터가 부족한가봐.”
“엄마. 그건 데이터 부족한 거랑은 상관없어. 핸드폰 자체 용량이 작아서 그런 거지. 엄마가 핸드폰에 잔뜩 뭘 저장해서 그래.”
“내가 저장한 게 뭐가 있다고.”
“어디 한번 봐봐.”
핸드폰을 찬찬히 살펴보니 수십 개 앱이 바탕화면에 잔뜩 깔려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이 대부분이다.
사용하지도 않는 걸 왜 다운받았냐고 물으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
분명 인터넷을 하다 팝업 창을 잘못 눌러 자동 설치되었을 거다.
엄마가 쓰는 앱 몇 개를 제외하고 모두 삭제한다.
카카오톡 방에도 들어가 본다. 엄마가 지인과 주고받은 수년치 카톡이 그대로 쌓여 있다.
“엄마. 다 읽은 카톡을 지우지 않고 모아두는 이유가 뭐야?”
“카톡방을 나가버리면 상대방이 상처받을 거 아니니. 절대 지우면 안 된다.”
“엄마 그 사람은 엄마가 카톡방을 나갔는지도 몰라!!!”
얼마 전에는 택배 붙이러 우체국에 자주 가는 엄마에게 노트북으로 우체국 사전접수 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엄마는 며칠 간 반복하며 연습하더니 마침내 접수에 성공했다.
내친김에 핸드폰으로 오아시스 마켓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고 주문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세상에 여기는 없는 게 없구나. 쑥도 있고, 쑥개떡도 있고, 두릅도 있네. 다 있어. 세상에나.”
엄마야 그렇다 치고 아빠는 젊을 때부터 컴퓨터로 설교 원고를 작성했기에 연세에 비해 전자기기 사용이 능숙하다.
아빠는 핸드폰으로 계좌이체는 물론 기차표 예매와 물건 주문까지 척척 한다.
아빠가 나보다 컴퓨터를 잘 다루니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부모님 집 소파에서 뒹굴 거리고 있는데 아빠가 농협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무슨 일로 가냐고 물으니 자동이체 신청 할 게 있단다.
“아빠. 자동이체 신청을 왜 힘들게 은행까지 가서 해?”
“은행에 안가면 어디서 하는데?”
“어디서 하긴. 아빠 핸드폰에 깔린 농협 앱에 들어가서 하면 되지.”
“그런 기능이 있어? 난 몰랐는데.”
아차 싶었다.
아빠는 핸드폰으로 계좌 이체는 할 수는 있지만 다른 기능을 활용할 줄은 몰랐다.
자동이체를 신청할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은행을 방문하고 있었다니.
아빠는 핸드폰으로 버스표를 예매할 줄은 알았지만 종이 표를 출력하지 않고 버스에 설치된 기계에 바코드만 찍으면 된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아빠가 이 정도면 핸드폰 사용에 서툰 어르신들은 일상에서 얼마나 큰 불편을 겪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2022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수는 17.8%로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지만 노인의 디지털 소외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30대는 93%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데 비해 70대 이상은 5%에 그친다.
디지털 사용이 서툴면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본다.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방법을 모르면 직접 상점에 가서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
시부모님 역시 핸드폰 사용에 서툴다.
대전에 내려갈 때마다 어머님은 기다렸다는 듯 전화기를 건네주며 말한다.
“바탕 화면에 있던 문자 버튼이 사라졌는데, 그게 어디로 갔다냐?
사진도 다 없어져 버렸어. 자꾸 업데이트 하라고 뭐가 계속 뜨는데 이걸 어떻게 없앤다니?
카카오톡으로 영상 통화 하려면 뭘 누르면 된다니?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영상은 어떻게 찾는다니? 왜 니 아빠 전화만 안 온다니?”
남편은 핸드폰 바탕화면에서 사라진 아이콘을 다시 불러온다.
통째로 지워버린 사진첩을 복구하고, 업데이트를 실행한다.
카카오톡에서 영상 통화하는 버튼을 알려주고,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 검색하는 방법도 설명한다,
연락처에 들어가 아버님만 수신 거부되어 있던 설정도 해제한다.
작년에 시부모님이 핸드폰을 바꾸셨다.
남편은 핸드폰 케이스와 액정을 골라 택배로 보내드렸다.
그런데 아버님이 갑자기 통화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전화를 걸었다.
전화상으로 이것저것 점검해 보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기계 불량인가 봐요. 내일 서비스 센터 가보세요.”
다음날 아버님께 전화가 왔다.
“서비스 센터 갔더니만, 내가 액정을 잘못 붙여서 스피커 구멍을 막아버렸다네. 이제 잘 들린다. 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