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시엄마 VS 친정엄마

by 유자와 모과

시어머님은 요리를 잘하신다. 그냥 잘 하는 게 아니라 매우 잘한다. 남편이 자랄 때 밥상 위에는 7가지 이상 반찬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김치찌개 하나만 놓인 저녁을 먹을 때마다 남편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워낙 손맛이 좋은 어머님은 식당을 차리기도 했지만 오래 하지는 못했다. 지금이야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고 천연 조미료를 쓰는 음식을 귀하게 여기지만 옛날에는 그 방식이 잘 통하지 않았다고. 조미료를 잔뜩 넣어야 손님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시어머님은 나와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뭐든 만들어 준다. 갈비찜, 돈가스, 녹두전, 통닭, 호박죽, 깨강정. 새우장, 해물탕 등등 주문만 하면 부엌에서 뚝딱뚝딱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머님은 마법사처럼 부엌을 날아다니며 양념을 이리 저리 섞고 손질한 재료를 삶고 튀기고 볶는다.


잠시 후 끝내주는 요리가 완성된다. 어머님이 차려주는 밥상을 받을 때마다 생각한다. ‘남편은 이렇게 맛있는 걸 매일 먹으며 자랐다고?’ 어렸을 적 우리 집 밥상을 떠올려 본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밭에서 막 딴 오이와 물류 시스템을 통해 하루 이틀 걸려 마트에 도착한 오이 중 뭐가 더 맛있을까? 시어머님 부엌은 자체 농장 직배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시부모님은 이층 주택에 사신다. 옥상에는 넓은 텃밭이 있다. 아버님이 흙 스무 포대를 부어가며 힘들게 만드셨다.


텃밭에는 계절별로 온갖 채소들이 심겨지고 자라난다. 배추, 오이, 토마토, 가지, 대파, 하늘마, 청양고추, 오이고추, 블루베리, 애호박, 겨자, 치커리, 케일 등등. 장독대에는 어머님이 담근 된장과 고추장이 담겨 있다. 된장찌개를 끓인다면 옥상에서 바로 따온 애호박과 청양고추를 총총 썰고, 손수 담근 된장을 풀면 끝. 재료까지 신선하니 맛없을 리가 없지.



이제 친정 엄마 집으로 가보자. 우리 엄마 스타일은 최대한 간편하고 쉽게 요리하기다. 음식이 짜건, 싱겁건, 맵건 간에 엄마 입맛에는 다 맛있으니 특별히 정성을 들여 요리 할 필요가 없다. 엄마 혼자 살았다면 평생 식사 준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을 거다.


안타깝게도 아빠와 결혼을 해 버렸다. 아빠는 하루 세끼 밥을 먹어야만 하는 밥돌이며 입맛도 까다롭다. 심지어 미식가다. 나와 동생도 아빠를 닮아 편식이 심하다. 매끼마다 가족 맞춤형 밥상 차리는 게 얼마나 귀찮았을까?


엄마는 우리가 어릴 때는 어떻게든 잘 먹이려고 가까스로 음식에 정성을 쏟았다. 성인이 되어 분가한 이후부터는 자유를 찾으셨다. 엄마는 말한다.


“매일 육수내고 밥하고 누룽지 만들고 국 끓이면 하루가 다 가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하겠니.”


엄마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럼 아빠는 어떻게 식사를 하냐고? 아빠는 오랜 세월 끝에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먹고 싶은 음식은 스스로 장을 봐온 후 요리하기. 엄마가 만든 심플한 요리에 양념과 부재료를 더하는 것도 아빠 몫이 되었다. 아빠가 만든 음식은 내 입에도 잘 맞는다. 나는 반찬가게에서 아빠가 좋아하는 반찬을 사다주기도 한다. 얼마 전 부모님 집에 가면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날이 춥네. 오늘은 맛있는 것 좀 해주면 안 돼?”


엄마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래? 그럼 우리 맛있는 누룽지 끓여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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