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짱구
‘방글방글 아줌마, 투덜투덜 아저씨, 아줌마가 펼치는 꿈속 같은 이야기, 꼬마친구 숲속친구 모두 모두 즐거워.’ 이 문장을 읽으며 노랫말을 흥얼거린다면 당신은 진정한 나의 친구다. <호호 아줌마>는 1984년 TV에서 방영한 만화인데, 나는 나중에 비디오로 제작된 걸 봤다.
주인공 호호 아줌마는 갑자기 몸이 개미만큼 작아질 때가 있다. 몸이 작아지면 동물들과 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작아진 아줌마는 동물들과 힘을 합쳐 위기상황을 극복한다. 좋아했던 만화라 지금도 간혹 <호호 아줌마>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이를 닦는다.
지구를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독수리오형제>와 땅,불,바람,물,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아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려는 <캡틴플레닛>도 자주 보던 만화였다. 나쁜 악당이 영웅들을 괴롭힐 때마다, 제발 아무도 죽지 않길 바라며 두 주먹을 꼭 쥐고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원자력 에너지의 힘으로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합체 로봇 <메칸더 V>도 빼놓을 수 없는 만화였다. ‘랄라랄라 랄라랄라 공격개시’ 노래와 함께 악의 그림자를 미사일로 날려 버리던 통쾌함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호랑이 담배피고 놀던 옛날 옛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배추도사 무도사>와 후속작 <은비까비>도 인기 많은 만화였다. 괴팍하고 까칠한 배추도사와 온화하고 차분한 무도사가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면이 기억난다.
중국 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만화 <날아라슈퍼버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만화 중 하나였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주인공이었고 삼정법사가 이들을 이끌었다. 아이들은 허구언날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주제가를 부르며 손오공인양 슈퍼보드 타는 척을 하거나 쌍절봉 장난감을 휘둘렀다.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돼지 요괴 단독 주제가도 지겹도록 불렀고, ‘안녕하셔~그만하셔~왜 그러셔~’ 말끝마다 ‘셔체’를 붙이며 말했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는 사오정 때문에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늘나라로 갔거나, 헤어진 엄마를 그리워하는 만화들도 있었다. <달려라 하니> 주인공 하니는 병으로 엄마를 잃은 고아 소녀였다. 달리기를 잘해 육상선수가 된 하니는 이 세상 끝까지 달리며 엄마를 그리워했고, 하니 곁에는 홍두깨 선생님이 있었다.
요리보고 저리봐도 알 수 없는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는 빙하시대에 냉동된 공룡이었다. 얼음 속에 갇힌 둘리는 한강으로 흘러 들어와 고길동 아저씨 집에 얹혀살게 된다. 길동 아저씨 구박을 받은 둘리가 방구석에서 기타를 치며 엄마를 부르는 장면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자동차 <꼬마자동차 붕붕>도 있었다. 붕붕이는 철이라는 아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온 세계를 떠도는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마음 착한 자율 주행 자동차였다.
1973년 삼양식품에서 나온 짱구는 쌀대롱처럼 중앙이 뻥 뚫린 원통형 모양의 과자다. 짱구는 꼬깔꼰과 더불어 손가락 마디마다 하나씩 끼워 쏙쏙 빼먹는 재미로 먹던 과자이기도 하다. 뒤통수가 튀어나온 머리를 짱구라 부르는데, 과자 형태가 짱구 머리 같아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측한다. 초창기 제품 표지는 똘똘이처럼 생긴 아이가 엄지를 치켜세운 그림이었다.
그러다 1990년 일본에서 <크레용 신짱>이라는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짱구는 못말려>로 번역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얼렁뚱땅 사고뭉치에 버릇없는 짱구 캐릭터에 아이들은 매료되었다. 거기다 귀여운 꼬마 아이가 아슬아슬한 성인 개그까지 난발하니 어른들도 좋아할 수밖에.
그러자 크라운과 롯데가 일본에서 캐릭터 라이센스를 따와 삼양 짱구를 카피한 짱구 과자를 출시했고, 세 회사는 소송 전으로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현재는 짱구 이름 원조인 삼양 짱구와 크라운 못말리는 신짱이 쌍벽을 이루고 있다. 둘 다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