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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Oct 12. 2023

23. 후렌치파이


아침에는 집에서 만든 빵과 제철 과일 3종류, 야채 1~2종류를 먹는다. 사과와 당근은 일 년 내내 고정 품목이다. 과일을 무척 좋아해서 늘 떨어지지 않게 관리한다. 남편이 매일 아침 화분 잎을 살피며 물을 줄 때, 나는 과일 양을 살피며 부족한 과일을 점검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새로운 과일은 무조건 맛본다. 두리안에 관한 소문이 워낙 흉흉하여 시도를 하지 못하다가 친구 은진이와 상하이에 놀러갔을 때 먹어보았다. 두리안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이 종종 보였다. 방금 손질한 샛노란 두리안이 랩에 싸여 진열되어 있었는데, 참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오래전 베이징에서 말린 두리안을 입에 넣자마자 뱉어낸 후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지금 아니면 기회를 놓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리안을 한 팩 산 후 가게 앞에 서서 두리안 한 쪽을 베어 물었다. 입 안 가득 진한 풍미가 느껴졌다. 아니 이게 뭐야. 아보카도보다 훨씬 맛있잖아. 


 세상은 넓고 여전히 맛보지 못한 과일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 하나만 고르라면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딸기를 손에 꼽았다. 딸기도 품종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그 중 죽향과 설향 딸기를 좋아한다. 후배 성연이는 호주에 있는 딸기 농장에서 6년간 일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농장을 총괄하는 매니저까지 올라갔다. 관리하는 인원만 몇 백 명이었기에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도박과 코인으로 수억을 탕진했지만 다행히 한국에 아파트 한 채 분양 받을 돈은 남기고 돌아왔다. 호주 농장에서 생산하는 딸기 품종은 6종류였는데 일부는 해외로 수출하기도 했다. 딸기 따는 작업은 빨갛게 익은 딸기만 골라 따야 하기에 품이 많이 든다. 그런데 홍콩 사람들은 아직 초록색을 띈, 덜 익은 딸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딸기가 익었든지 익지 않았든지 모조리 딴 후 덜 익은 건 홍콩으로 보내버리면 되었기에 농장 일꾼들은 신나게 딸기를 땄다고 했다.


 딸기를 좋아하니 봄이 올 때마다 딸기 뷔페에 한 번 가볼까 생각한다. 문제는 나나 남편이나 뷔페 음식을 싫어한다는 거다.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보다는 오래된 국수집에서 국수 한 그릇 먹는 걸 선택한다.


 “그래도 딸기 뷔페잖아. 딸기가 메인이니 좀 낫겠지. 이번엔 한번 가볼까?” 


호텔에서 경쟁적으로 딸기 뷔페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우리는 마주 앉아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그해 첫 딸기를 먹는다. 하우스에서 자란 큼지막한 딸기를 입안에 넣으면 씨앗이 톡톡 터진다. 스티로폼에 든 딸기 한 박스를 사면 둘이 배부르게 먹는다. 지금보다 식욕이 왕성하고 위가 튼튼했던 20대였다면 딸기 뷔페를 좋아했을 텐데 이젠 너무 늦은 것 같다.


 1982년 해태가 만든 후렌치파이는 딸기의 상큼함을 강조한 과자다. 파이 중앙에 딸기잼이 듬뿍 올라가 시각적으로도 상쾌하다. 어렸을 적엔 주로 딸기잼 부분만 남기고 가장자리부터 베어 먹었다. 맛있는 딸기잼을 아껴 먹으려 그랬던 것 같다. 후렌치파이를 한 입에 먹을 게 아니라면 누구든지 과자를 먹기 전 반드시 한쪽 손은 턱 아래로 가져가야 한다. 부스러기를 받아낼 준비라고나 할까. 


파이를 한 입 깨물 때마다 64겹의 파이 중 일부가 부서져 땅으로 떨어진다. 누네띠네, 웨하스와 더불어 3대 부스러기 유발 과자라 할 수 있다. 딸기잼을 담은 파이는 페이스트리이다. 페이스트를 만들려면 버터, 달걀, 밀가루를 섞어 밀대로 접고 밀고 접고 밀고를 수없이 반복하면 된다. 밀다 보면 접힌 틈으로 공기가 들어가 층층이 부풀어 오르며 바삭하게 구워진다. 

집에서 직접 만들면 정말 맛있는 파이인데, 공장에서 만든 후렌치 파이는 여러모로 아쉬운 맛이 난다. 입맛이 어릴 때보다 까다로워져 그런 거겠지. 딸기잼은 여전히 맛있으니 페이스트리 부분은 남편에게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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