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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Oct 14. 2023

24. 쌀로별


칙칙칙칙. 압력밥솥 추가 힘차게 돌기 시작한다. 가스 불을 줄이고 10분 타이머를 맞춘다. 그 사이 반찬을 접시에 담는다. 남편은 수저와 젓가락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고모 조금만 기다리세요. 밥 다 됐어요.” 


고모와 조카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하다. 고모가 말한다. 


“빵순이가 이렇게 변하다니.” 

조카도 거든다. 

“누나가 밥을 한다고?” 


그렇다. 고모 집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밥 대신 빵만 먹던 빵순이었다. 어렸을 때 밥을 안 먹어 엄마 속을 썩이더니 대학생이 되어도 밥을 안 먹어 고모 속을 썩였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지식이 쌓이자 자발적으로 식단을 바꾸었다. 


 어릴 적 엄마의 사명은 가족 건강이었다. 그러다 엄마는 현미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때는 1980년대, 아무도 현미의 중요성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몸에 좋다는 이유로 까끌까끌한 현미밥을 먹어야 했다. 제천에서는 현미를 구할 수도 없어 전라도 광주에서 주문해 먹었다. 현미를 미워하던 아이는 어느덧 현미로 밥을 짓는 어른이 되었다. 


 현미는 수확한 벼의 겉껍질인 왕겨만 벗겨낸 쌀알이다. 현미는 영양분 손실이 없고, 백미에 비해 지방,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다. 쌀눈(배아)이 남아있어 물에 담가두면 발아하여 싹이 나기도 한다. 생명을 가진 쌀이라 부르고 싶다. 현미에서 껍질을 더 벗겨내면 우리가 흔히 먹는 백미가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이 현미밥 먹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로 현미는 최고의 곡물이다. 


하지만 아빠는 이제 위가 약해져 현미를 소화할 능력이 없다. 쌀겨 층을 절반만 벗겨 쌀눈이 살아있는 오분도미도 소화가 어려워 지금은 흰쌀밥만 드신다. 위는 튼튼하지만 예전의 나처럼 현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부드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럴 땐 칠분도미부터 시작하거나 현미에 찹쌀을 섞으면 도움이 된다.


 하루에 한 끼라도 집에서 밥을 해 먹는다면, 쌀을 구입할 때 꼼꼼히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매일 먹는 음식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막 볶은 원두가 신선하듯 쌀도 도정일자가 중요하다. 도정된 쌀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줄어든다. 도정 후 2주 이내의 쌀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갓 도정한 쌀을 매번 구입하기는 어려우니 소량으로 사는 게 좋다. 


쌀 품종도 여러 종류 쌀이 섞인 ‘혼합’보다 단일 품종 쌀을 구입하는 게 낫다. 한국에서만 200여 품종의 밥용 쌀이 생산된다고 하는데 어떤 걸 고를지 모르겠다면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하는 최고 품질 쌀을 참고해 보자. 현재 20가지 품종이 등록되어 있다. 쌀 등급은 특, 상, 중, 하로 표기한다. 단백질 함량은 수(낮음), 우(중간), 미(높음)으로 표시하는데 함량이 낮을수록 밥맛이 좋다. 좋은 원두를 고르는 방법과 비슷하지 않은가?


 1987년 롯데에서 만든 쌀로별은 쌀이 45%나 들어있는 쌀과자다. 쌀을 갈아 별처럼 형태를 빚은 후 당을 입혀 기름에 튀겨냈다. 쌀가루가 든 과자라 고소함과 바삭함이 넘쳐난다. 쌀이 주원료라 해도 기름에 튀겨냈기에 웰빙스낵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조청유과, 찹쌀선과, 찹쌀설병 같은 쌀과자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대량 생산되는 과자는 먹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젊고, 평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쌀로별을 입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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