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영종도에 리조트 새로 생겼는데 한번 가봐. 어마어마해. 파라다이스 어떡하냐.”
송도 사는 동생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동생의 마지막 말에 귀가 솔깃했다.
파라다이스시티보다 좋다고? 정말?
나는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을 좋아한다.
숙소로서 좋다는 게 아니다. 자본 적도 없고 집에서 한 시간 거리라 자고 싶지도 않다.
거기엔 수많은 예술작품이 있다.
구경은 공짜다.
누구나 마음 편히 예술작품을 볼 수 있도록 동선이 잘 되어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크게 한 바퀴를 돌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재미있고, 거대하고, 좋은 작품이 많다.
작품을 구경하다 다리가 아프면 곳곳에 놓여 있는 소파에서 쉬면 된다.
쉬는 것도 공짜다.
호텔 카페와 뷔페는 비싸지만(그만큼 맛있다) 그 옆에 비싸지 않은 카페와 식당들도 함께 있어서 부담이 없다.
남편이 휴가였던 평일 오후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방문했다.
아직 가오픈이라 편의시설은 문을 닫은 곳이 많다.
평일인데도 숙박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공간 구조는 파라다이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높고 넓고 크다.
메인 식당들이 있는 중앙 홀 천장은 스크린으로 뒤덮였다.
시스타나 성당에 있는 천지창조 그림을 감상한 이후 천장을 이토록 오래 쳐다본 건 처음이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압도적이다.
매 시간 정각마다 3분 동안 고래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걸 틀어주는데 굉장하긴 하다.
그런데,
스크린으로 뒤덮인 통로와 몇 작품을 제외하면 내 눈길을 끌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수영장이 좋다고 하던데 밖에서 살펴보니 규모가 작다(아이들에겐 딱 좋겠다만).
실외 정원이 오픈하면 근사할 것 같긴 한데.
<있는 공간, 없는 공간>이라는 책에서 저자 유정수는 말한다.
‘앞으로 살아남을 상업 공간은 고객의 시간을 잡는데 성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고객이 들인 시간의 가치에 걸맞은, 감동적이고 만족스럽고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공간 체험을 선사해 주는 것, 그것이 오프라인 공간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상업 공간이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6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유휴 공간이 있는 6대 4 법칙, 사람들을 오게 만들 선택과 집중의 법칙, 공간의 차원을 높이는 차원 진화의 법칙, 높고 큰 공간이 있는 최대 부피의 법칙, 경계를 지우는 경계 지우기의 법칙, 끝까지 밀어붙인 공간이 있는 세계관 구현의 법칙이 그것이다.
인스파이어와 파라다이스시티는 책에서 말한 6가지를 모두 갖춘 오프라인 공간이다.
둘 중 어디를 선택하느냐는 취향의 문제다.
나와 남편은 만장일치로 파라다이스를 택하겠다.
라고 글을 마쳤는데, 댓글로 어느 분께서 의견을 달아 주셨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1단계만 오픈한 상태이기에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2단계까지 오픈한 후 다시 방문해서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평가해 보겠다.